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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정 May 03. 2020

끝나지 않는 브라질 코로나 대전쟁

이제 코로나 관련 글은 그만 쓰고 싶지만.


겉보기와 달리 생각보다 '나라다운 나라'가 많지 않았다는 것을 뉴스로 접하며 깨닫는 요즘.

내 경우에는 특히나 더 해외 거주자로서, 한국만한 나라가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절감하는 요즘이다.


브라질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상황에 대하여 4월 초에 짧게 소개했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브라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에 공포 그 자체다. 현재 워낙 세계적으로 심각한 나라들이 많아서 초기 이탈리아나 프랑스 사례처럼 매일매일 헤드라인으로 올라오지는 않지만, 통계상으로는 시간상으로 한 달 정도 늦춰졌을 뿐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그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어제는 처음으로, 중국의 사망자 수를 앞지르기도 했다.


현재의 확산 추세, 사회 상황을 간략히 공유하며 중남미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






1. 감염 확산 추이


2월 26일 첫 확진자 보도가 나온 이래, 브라질의 감염 확진자 및 사망자 수는 급격한 추세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줄기는커녕 기울기가 점차 더 빨라지고 있다.

5월 1일 기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확진자 수는 91489명, 사망자 수는 6434명에 달한다.

최근 일주일간은 거의 매일 사망자가 400명 이상씩 증가하였다.




2. 브라질 정부의 조치


코로나 19 대응을 둘러싼 정책 갈등이 브라질에서는 아직도 극심하다. 브라질의 전 보건부 장관은, WHO의 권고에 따라 대규모 사회적 격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반대 의견이던 자이르 보우소나로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 경질되었다. 그러나 새롭게 임명된 보건 수장 역시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다. 네우손 타이시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 로 인한 인명 피해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격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이는 브라질의 대통령의 생각과는 첨예하게 다른 것이다.  대통령은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를 포함한 고위험군만 격리해 관리하고 일반인들은 일터로 복귀토록 하여 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도 사회적 격리가 전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브라질 대통령은 참 대단한 사람이다.

초기에는 감기가지고 유난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전염병이 내 탓이냐고 성을 내고 있다.

너무 공손하게 번역되었다.


어제는, 위와 같이 말한 인터뷰 내용이 화제가 되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직접 들어보면 알 수 있으나 정말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왜 나한테 난리야'

식의 태도와 말투인데, 이런 사람이 한 국가의 대통령이라니 실망을 넘어 좌절스럽다.



 급격한 전염병 확산과 그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 브라질 정부는 600헤알 (약 15만 원)의 긴급재난 보조금을 편성해 지급했지만 현 상황을 극복하기엔 턱 없이 모자란 돈이다. 이외, 여전히 lockdown도 정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중심지 상파울루의 경우, 이미 3월부터 필수 생활시설을 제외한 상업 시설들은 모두 폐쇄케 하는 등 강력한 사회적 격리 조치를 실행해왔다. 몇 차례 연장을 거쳐 최근, 5월 10일까지 lockdown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며 그 이후로 천천히 격리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최근 사망자 수가 무섭게 증가하면서 점진적 격리 해제는 없을 것이라 번복하였다.  




3. 사회 상황

 

 기대했던 리더십이나 책임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사라져 슬슬 탄핵이라는 단어가 수면위로 돌고 있는 상황이며 정부에 대한 온갖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3월 중순부터 시작된 도시 lockdown이 벌써 두 달째를 향하고 있는데 이 말은 즉슨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예 이탈리아처럼 사람들이 아예 못 나오도록 강경한 조치를 취하느냐 하냐면 또 그런 것도 아니라, 도로에는 차가 가득하고 새벽 시장에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상황에서 격리 강제는 애꿎은 자영업자들만 죽이고 있다는 반응이다. 추가로, 실업률이 17.8%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통계청에서 발표한 바 있다.


브라질의 빈민촌. 거리두기 자체가 불가.


 

이렇듯 이례 없는 격리 정책이 그 어떤 보완 장치 없이 이루어지는데 반발하여 상파울루의 가장 유명한 대로, Av.Paulista에서는 상파울루의 주지사와 시장을 비난하며 상점을 열 수 있도록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상점을 연다 해도 코로나는 걸릴 수도, 안 걸릴 수도 있는 것이며 걸렸다 해도 100% 죽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세 달간 혹은 그 이상 수입이 없어 집세를 못 내고 굶어 죽는 것은 서민들에게 있어 그냥 100%의 확률인 것이다. 남들에게 옮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이타성을 기반으로 한 설득은 별로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상파울루 시의 경우 병원 내 침상이 부족하여 감염환자를 인근 도시 병원으로 이송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즉, 내가 아무리 감염 증세를 느끼고 병원에 간다 한들 적절한 치료를 받을 확률이 매우 낮음을 의미한다. 애초에 병원의 수용력이 이미 한계이기 때문에, 코로나든 그 어떤 건강 문제가 생겨도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최근 조금이라도 몸이 아프고 불편하면 불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곱씹어볼수록, 한국같은 나라가 없다. 물론 교육 시설들이나 체육 시설들에는 타격이 있었지만 그래도 대체로 상업활동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렇게 독보적인 모습이 자랑스럽다.


다만 해외 상황 관련하여 한국인들의 댓글을 볼 때는 맘이 좀 쓰릴 때도 있다. 미개하다느니, 야만스럽고 후지다, 특히 저런 대통령을 뽑은 것이 브라질 국민 자신들인데 누굴 탓하냐는 등의 내용을 볼 때가 특히 그렇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사회상을 직접 보고 있기 때문에, 잠깐 몇 달을 못 참고 저렇게 난리냐 무지하다 식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조금 더 연민과 공감을 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당연히 브라질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처럼 교육을 더 잘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의료적 여건이 됐다면, 조금이라도 더 마스크를 사서 끼고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위 사진과 같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최하위 빈민촌이 다수 존재하고, 마스크를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어쩌면 훨씬 많을 이 곳에서 그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므로. 특별히 해결책도 떠오르지 않고 그저 안타깝다.


얼른 회복세를 보여서 가족들에게도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늘 걱정스러운 이야기만 전달해서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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