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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정 Dec 13. 2020

브라질에 사는 것, 안전하냐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위험하지 않아?


누구건 예외 없다. 브라질에 산다고 하면 거의 가장 첫 번째 나오는 질문이다.


브라질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 곰곰 생각해보면 기껏해야 축구, 삼바, 리우 예수상 정도일텐데 그것이 사람들의 직접적인 흥미 요소는 아니다. 실제로 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튀어 오르는 질문은 역시,

"안전하게 살 만한지".


 영화나 미디어에서 본 것처럼 정말 갱단이 와서 총을 들고 협박하는지, 강도가 그렇게나 많은 것이 과장인지 사실인지 질문하는 이들이 많지만 슬프게도 내 대답은 굳이 따지자면 '맞다'에 가깝다.


물론 지역에 따라 위험도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지지만.







우선 내가 직접 겪은 것은, 다행히 강도까지는 아니었고 도둑에 그쳤었다.


1. 어느 날 밤, 집으로 가기 위해 우버를 잡고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택시 번호 확인을 위해 주머니에서 꺼내 어플을 확인하고 있었던 그 순간, 자전거에 타고 있었던 도둑이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아이폰을 잽싸게 채갔다. 보긴 많이 봤어도 직접 당한 것은 처음이라 '방금 뭐지?' 멍을 때리며 그 남자의 멀어져 가는 뒤통수를 쳐다보았다. 뭐, 사실 정신을 바로 차렸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도둑 잡아라'하면서 뛰어가는 상황은 어차피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여러 번 교육받은 내용 중 하나가 무언가를 달라고 하면 주고, 뺏기더라도 쫓아가지 말라는 것이었으니.


일단 택시는 도착했기 때문에 집까지 무사히 들어갔지만 택시 기사가 내 표정을 보며 무슨 일인지 물어오는 말에 눈물이 나려 했다. 칼이나 총으로 협박을 당한 것도 아니었고 딱히 무서운 상황이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평범한 일상조차 지켜질 수 없다는 생각에 당장 한국으로 가고 싶어진 밤이었다. 집에 돌아가서는 아무도 없는 어두운 길에서 택시 잡았다고 잔소리도 한참 들어야 했다.



2.  작년 12월 31일 새해를 맞아 파울리스타 대로로 나갔었다. 파울리스타 대로는 상파울루의 금융. 문화 중심 거리로 이 날 또한 불꽃놀이가 예정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몰렸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바글바글 보며 하늘의 불꽃을 보는 이런 날은 도둑들에게는 노다지와 같은 날이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대로의 중간쯤 왔을까, 멀리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어떤 한 남자가 빠르게 뛰면서 내 앞을 지나쳐갔다. 알고 보니 이 남자가 여자의 핸드폰을 훔쳐 달아나던 중이었던 것.

이때, 다행히 사람들이 합심해 남자를 잡아서 핸드폰은 다시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나를 더욱 충격받게 했던 것은, 남자가 어깨를 잡혀 고꾸라지자 사람들이 이 남자를 발로 걷어차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집단 폭행이었다. 정황상 모르는 사이지만 여자의 비명을 듣고 도둑을 잡아준 것 같았는데, 그렇게 다수가 몰려 한 사람을 손으로, 발로 폭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게 영화인지 실제인지 아찔해졌다. 그러던 중 잘못 넘어져 아스팔트 돌부리에 머리를 박은 남자가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고 비틀거렸는데 저러다 사람 죽겠구나.. 싶기도 했다. 도둑이 잘했다는 것도 절대 아니지만, 수많은 가족, 친구들이 몰려있는 상파울루 대로 한가운데서 이런 장면을 목격하고 나니 질릴 대로 질렸다.



위와 같은 일들이 뭐 살면서 일상에 매일매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 3년을 살았지만, 핸드폰을 뺏긴 것도 한 번이 다이고.  그러나 한국에서는 전혀 상상도 하지 않는 형태의 범죄이다 보니 우리에겐 ..... 매우 위험해 보일 수 있다.






금주 초, 12월 8일에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상파울루 한가운데 위치한 Cracolandia(크라콜란지아)라는 지역에서 대규모 강도행위가 일어난 것.

크라콜란지아는 코카인의 부산물, 크라키로 불리는 마약에서 따온 말로 그야말로 마약의 땅이라는 뜻인데 문제는 이 지역이 한인타운 Bom retiro(봉헤찌로)의 코 앞에 있다는 것.


어쩌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 한인 타운이 자리 잡게 된 걸까...

한인 단톡에는 정말 진지하게 브라질에 정이 떨어진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로 1km도 안 떨어진 지역이라 보다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왔을테다.



한국에 없는 범죄행위다 보니 부연설명을 하자면, 여기서 대규모 강도행위란 수십 명의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 집단으로 강도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혼자, 혹은 소수가 열댓 명에게 둘러싸이면 겁에 질려 순순히 가진 것을 모두 내놓게 되니 마음만 먹으면 그들에겐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특히 이번에는 아래 사진들처럼 지나가는 차를 붙잡아 협박하고 소지품을 터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문을 열지 않으면 의자 등을 가져와 가격하여 창을 깨버리는 식으로 위협을 가하는데 어휴, 내가 당했다고 생각하면 벌써 심장마비 왔을 것 같다..


사진 : g1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그나마' 안전한 지역에 살고 있는 나의 삶에서는 이런 일을 직접 목격할 일이 없다.

매일마다 누가 내게 총을 겨누고, 강도짓을 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살인이 판쳐서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밤 9시에도 혼자 슈퍼에 가고, 술집에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 치안이 불안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델 데가 아니다)


운이 좋아 한동안 이런 일이 없으면 또 슬슬 풀어지곤 하는데, 그러다가도 지인이 직접, 혹은 지인으로부터 누군가가 총과 함께 탈취 위협을 당했다고 하면 아, 정신 차려야지 되새긴다.

핸드폰은 손에 쥐고 다니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물건을 뒷 주머니에 찔러 넣는 것도 해본 적 없다.

카페나 식당에선, 화장실에 다녀올 때 내 모든 짐을 가지고 가고 짐으로 자리를 맡는다는 생각이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아마 한국에 돌아가도 당분간은 혼자 과민하게 짐을 보호할 것 같다.


한국인들은 유럽에만 가도 이런저런 팁들을 새기며 소지품을 항상 신경 쓰는데,

나는 그 상황 안에서 살다 보니 기본적으로 일상에서 가지는 정신적인 긴장감이 크다.


그래서일까, 외출하고 오면 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은.

뭐, 이 일상적인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대가로, '아직'은 크게 위험한 일을 겪지 않았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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