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은 접고 보다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아요
지난주쯤, 브라질 치안에 발행한 글이, 또 어디엔가 올라갔는지 조회수가 급등했다.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줬다는 건 글을 쓴 사람 입장에서 사실 가장 기쁜 일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아주 조금 맘 속이 불편해져 오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내가 사는 나라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심어주지는 않았을까 하는 염려이다.
나쁜 이미지는 가질 때 가지더라도, 내가 최소한 브라질의 다양한 방면과 문화를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했나?라고 생각해보면 별로 그랬던 것 같지 않아서 영 맘에 걸린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브라질에 대해서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를 공유해본다.
브라질이 개도국이고, 못 사는 남미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보다 물가가 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가끔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월급이 적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해도,
"브라질은 그래도 물가가 싸서 살만하지 않아?"
라고 물어오는데, 그럴 때마다 가슴이 턱-막히는 기분.
긴 말 할 것 없이 이번 달 갔던 곳의 지출 내역으로 가늠토록 해본다.
타이 푸드 레스토랑 : 약 36000원 (2인)
한국 마트 : 라면 15개, 무 한 통, 유부초밥 두 개, 소스류 3개, 과자 하나, 반찬 하나 92000원
슈퍼 : 물 4L, 콜라 2L , 8000원
맥도날드 : 프리미엄 버거 세트 + 맥치킨2개세트 : 12000원
어떤가, 훨씬 낮은 임금 수준에도 불구, 물가는 아마 한국이랑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주륵.
하지만 역시 최악은 전자 제품이다.
이것저것 매장별, 시기별, 용량별 가격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깔끔하게 iphone12를 검색해 가장 기본 모델 가격으로 뜨는 것을 가져왔다.
9,999RS부터라고 되어있는데 9,999RS은 대략 한국 돈으로 216만 원이다. (미쳤다)
한국에서는 같은 6.1형 모델이 135만 원부터인데, 브라질에서는 216만 원...
미친듯한 세금 수준 때문에 이렇듯 전자기기들은 훨씬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임금이 낮다고해서 물가도 낮은 것이 아니라는게, 그 사실이 여기 직접 살아가다보니 너무 힘들다.
위는 이코노미스트지에서 2018년 조사한 빅맥지수 그래프.
빅맥지수는 각 나라의 맥도날드 빅맥 햄버거의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하여 비교, 각 국가의 물가 수준 및 구매력 평가지수, 환율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곤 하는데, 빅맥의 가격 자체만 보면 스위스가 가장 비싸고, 노르웨이, 스웨덴, 미국, 캐나다, 브라질, 덴마크, EU 가 그다음 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선진국 사이에 브라질이 뜬금포로 껴있는 게 수상하고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딱 들 것인데, 아직 개도국 수준 경제력의 브라질이 얼마나 불합리하게 높은 물가 수준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이다.
처음 브라질에 왔을 때 즈음, 많은 친구들이 모두 집안일을 해주는 사람을 따로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전부 여유 있는 부잣집 애들이라고 착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사실, 브라질에서는 이것이 한국에 비해서 매우 흔한 일로 중산층 이상 정도만 되면 집안일을 해주는 사람을 따로 쓰는 경우가 많아 놀라웠다.
고용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각자의 사정과 생활수준에 따라
1. 매일 오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거나,
2. 정해진 날 (보통 일주일에 1번) 와서 집을 전반적으로 청소해주는 이들을 고용한다.
1번의 경우 그 보통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는 것이 통상적인 것으로 보이고, 매일 출근하기 때문에 사실상 청소, 요리를 포함 집안일을 전부 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2번의 경우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이주일에 한번 오기 때문에 집안일을 전반적으로 맡는 것은 아니고 정기적으로 와서 하루 약 6~9시간 동안 집을 전체적으로 한 번씩 깨끗하게 치워주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게 해서(원화로 약 3만 원에서 4만 원대) 정도를 받는 것이 평균으로, 집안일이 귀찮거나 시간이 없어 바쁜 사람들이 많이 고용하는 형태이다.
이렇듯 수요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공급도 많다. 즉 브라질에서는, 한국에 비해서 가사도우미나 청소부와 같은 직업이 어엿한 흔한 직업 중 하나로 여겨지기에 그 문화와 인식 자체가 매우 다른 편이라고 하겠다.
(이걸 보고 브라질 사람들이 게을러 그렇다는 오해가 생길까 덧붙인다.)
한인들이 브라질에 이민 온 역사는 약 60년으로 그 시작은 6.25 전쟁 이후, 정부에서 농업 이민을 장려하면서부터로 알려져 있다.
특유의 근면성으로 농장을 떠나 시내로 들어온 한인들은 의류업을 주축으로 빠르게 성장했으며, 한때 상파울루 한인타운인 봉헤치로에 2천여 개 이상 점포를 운영하며 상권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브라질의 교민 대부분은 상파울루에 모여 살고 있으며, 교민 전체 수는 5만 명으로 정식 통계상 약 11번째로 재외동포가 많은 국가이다. 브라질은 한국과 전혀 관계가 없는 나라라고 생각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꽤 뜻밖의 규모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한인타운도 만들어져있고 또 비싸지만 웬만한 음식은 다 먹을 수 있다.
비빔밥, 족발, 감자탕, 순대국밥, 아귀찜 등등! (없었으면 못 산다.)
위에 적은 것들 외에도 사실 소박하게 소개하고 싶은 브라질의 여행지, 음식, 문화 등이 많다.
일단은 오늘은 밤이 늦어 여기까지 정리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