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서행 Dec 24. 2020

[해외인디] 럼주 향 물씬 나는 겨울

Sunset Rollercoster - Vanilla Villa

( 밑줄 클릭 시 링크로 이동.)


  겨울에는 각자 그 나름 겨울의 감성이 있기 마련이다. 스웨터에 뿌리면 남는 바닐라 베이스와 어우러지는 잔향이 좋아 자주 뿌리는 럼주 향수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방안 가득 흩어지는 향수와 닮은 음악을 선보이는 대만 인디밴드, '선셋 롤러코스터 (落日飛車)'의 음악을 소개하려고 한다. 세 곡으로 구성된 싱글 앨범 <Vanilla Villa>는 한국 기준으로 딱 1년 전인 2019년 12월 24일 음원 사이트에 올랐다.


 낙일비차라고도 불리는 선셋롤러코스터는 신스팝을 주 장르로 하는 5인조 락밴드이다. '듣기 좋게 따뜻한 음악'을 추구하는 이들은 인터뷰에서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한다고 밝힌 적 있다. 2011년 <Bossa Nova> 앨범 발매 이후 재정비 시간을 가졌고 2015년에 다시금 활발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2017년 라이브 공연, 그리고 밴드 혁오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앨범 커버는 꽤나 단순하다. 제목과 아티스트 이름이 각각 상하단에 노란색 필기체로 새겨져 있다. 안개인지 솜사탕인지 모를 희뿌연 배경 사이로 솟아오른 손가락은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손톱의 매니큐어는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따라가던 과자 조각 마냥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 붉은색은 뮤직비디오에서 서사를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화면이 몇 초마다 빠르게 전환됨에도 불구하고 장미꽃, 상의, 촛불, 레이저, 부적 등 여러 소품에 묻어있는 빨강을 볼 수 있다. (뮤직 비디오 속에서 꽃을 으스러뜨리는 장면이나 버튼을 누르는 행동은 영화 <ET>를 연상시킨다. ㅎㅎ)




 이렇게 첫 곡인 'Welcome to'은 청자를 그들의 세계로 빨아들인다. 텅 빈 공간에서 뛰어가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는 3/5박의 드럼 소리로 바뀌며 공간감을 형성한다. 가사가 없는 곡이라 전개가 고조될수록 독특한 신시사이저와 섬세한 기타 소리가 멜로디를 구성한다.


가사의 첫 소절처럼 이름을 부르듯 자연스럽게 두 번째 곡인 'Vanilla'로 넘어가게 된다. 구름 사이를 유영하는 듯한 몸놀림으로 미국, 베네수엘라를 지나 우주의 이름 모를 행성에 도착하더라도, 어떤 여름 바람이 심술궂게 당신을 괴롭혀도, 사막 한가운데 떨어져 모래가 날 덮쳐도 변하지 않을 사랑을 노래한다.  느린 박자의 반주에 울리는 보컬의 목소리가 달콤한 느낌을 준다. 2분이 약간 넘는 곡이라 템포가 느려도 처지지 않아 듣는데 부담이 없다.


몽환적인 분위기는 셋 리스트의 마지막, 7080 일본 시티팝 느낌의 곡인 'Villa'에서도 이어진다.


 


낙일비차, 지는 해 사이로 빠르게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는 안갯속으로 사라진다. 겨울이 익어갈수록 낮은 짧아지고 서쪽 하늘은 구름을 먹고 자란다. 지구 반대편 여름에 도착할 즈음 당신이 손을 흔들어주면 속도를 늦추도록 하겠다. 러닝타임 7분의 짧은 영화를 보는 듯하니 플레이리스트에 통으로 담아 전체 재생하면 좋을 것 같다.

 +) Merry Christmas!


 - Edit. 서행









 ### 유사곡 추천

Sunset Rollercoaster - My Jinji

검정치마 - Everything



### 인천 펜타포트 2019

https://www.youtube.com/watch?v=CzaWRUvzTns







매거진의 이전글 [해외인디]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