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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지 Jul 08. 2021

참 다정한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해가 지고 달이 뜬다. 해는 오래 쳐다볼 수 없지만 달은 몇 시간이든 바라볼 수 있다. 내가 달을 보는 동안에는 달도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참 다정하다. 다정이라는 어감이 좋아 몇 번 더 소리 내어 읽는다. 문득 슬퍼지는 밤에는 달이 구멍 같다는 생각을 한다. 캄캄한 흑색 천으로 우리를 감싸 놓고서는 안심하라며 슬쩍 빠져나갈 구멍을 보여준다. 언제든 이곳을 통해 빠져나와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내 그림 속에서 달은 조금은 찌그러진 모양으로 하늘에 떠있다. 완전하지 않은 모양으로 존재했으면 좋겠다. 자꾸만 자꾸만 바라보고 싶도록.  

 밤은 길고 어둠은 두려워서 나는 이미 작은데 점점 더 작아진다. 달은 기꺼이 밝음을 나눠준다. 달빛 속에서 나는 덜 방황한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음을, 어떤 이정표처럼 잊어버려선 안 되는 것들이 있음을 공평하고 조용하게 가리킨다. 그건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다정한 강요 같은 것이다. 불완전한 모든 것. 변화하는 달의 모양, 확실하지만 희미한 빛,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내일, 그렇지만 오늘도 여전히 떠오른 달처럼.

 

 이 모든 불완전함이 측은하다. 측은함은 사랑으로 변한다. 결국 사랑만 남는다. 그래서 나는 달을, 나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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