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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지 Feb 08. 2022

깊이에 대하여

2022. 2


  미술관 안 선생님작품을 보다가  그림을 보면 그렇게 얇아 보일 수가 없다.  시간 며칠을 꼬박 그리고 색을 차곡차곡 쌓아도 깊은 맛을 찾기가 어렵다. 들인 시간과 정성이  관련이 없겠느냐만은 그것만이 작업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여서일 것이라 지레짐작해본다. 이런 생각을 한다고 화백들의 대작과  무게와 가치를 나란히 하기를 감히 바라는 그런 건방진 마음이겠는가. 단지 서둘러서 하루라도 빨리 그런 그림들을 그려내고 싶다는 절실함과  가까울 것이다. 세상에 소개된 모든 그림의 묘사나 색채같이 겉모양은 엇비슷하게 따라 그릴  있지만은 깊이는 다르다. 깊이는 따라   없다.  당연한 진리를 깨닫지 못해서 어려운 날들이 있었다.


 지금에서야 얼핏 알 것 같은 건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대해서이다. 지금은 지금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계속 쌓는 일뿐이다. 그림에서는 얕은 수나 꾀가 통하지 않는다. 다수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은 작가 스스로가 몇십 년에 걸쳐 빛어낸 마음의 응어리가 온몸을 뱅뱅 돌다가 손 끝으로 전달되어 빠져나갈 때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한다. 그런 밀도 높은 경험을 시간을 건너뛰어 몇 주 몇 달로 압축할 수는 없다.


 차곡차곡 쌓으며 본인의 것을 잃지 않는 게 첫째. 비워야 할 것은 과감히 비울 수 있는 용기를 지니는 게 둘째. 다른 누구보다 내 진심과 그림을 아끼되 누구보다 낮은 자세에서 냉정하게 볼 줄 알며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게 셋째. 이 세 가지는 꼭 잃지 않고 작업하리라 오늘도 다짐해본다. 혹여나 이런 다짐들을 잃어버릴까 오늘도 부지런히 기록한다. 뚜벅뚜벅 다리에 힘을 주고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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