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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Nov 09. 2023

아이가 똑똑해진 이유

"선생님, 요즘 제가 매일 계획을 세우고 있거든요. 목표를 세울 때랑 달성했을 때 도파민이 나오는 거 같아요.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앞으로는 목표 달성한 뒤에 보상을 추가해서 게임처럼 재미있게 할 일을 해보려고 해요."


"오늘 체육 시간 5분 전에 있는 힘껏 소리를 쳤더니, 갑자기 운동 능력이 좋아진 게 느껴졌어요. 이때 분비된 물질이 노르아드레날린 맞죠? 뭔가 근육에 피가 모이는 느낌이었어요. 효과가 좋아서 중간에 같은 팀 애들이랑 큰소리로 파이팅도 외쳤어요."


"선생님, 요새 휴대폰 중독이 된 거 같아요. 공부하다가 잠깐 보려고 집었는데, 이상하게 이것저것 클릭을 하게 되고 그러면 시간이 훌쩍 가있어요. 새로운 것을 계속 탐색하는 유전자 오작동인 거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공부할 때는 아예 휴대폰을 멀리 떨어트려 놓으려고요."


"뇌는 편안한 걸 좋아하니깐, 어제는 작은 목표를 세워봤어요. 책상에 앉아서 수학 문제집 펴기를 목표로 잡았거든요. 신기하게도 의자에 앉기 전에는 공부가 하기 싫었는데, 일단 앉아서 공부를 시작하니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아세틸콜린이 분비된 거 같아요."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유전자 오작동? 아세틸콜린? 이 어려운 용어들을 아이들이 사용하고 실생활에 활용까지 한다고? 우리 반 아이들이 이렇게 똑똑했었나? 1학기 사회 시간 때 우리나라 대통령이 세종대왕님이라고 말했던 그 아이들이?


'갑자기 얘네들 왜 이렇게 똑똑해진 거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말한 것의 대부분은 모두 다 그동안 내가 알려주거나 무의식적으로 말한 내용들이었다.


최근 6개월 간, 나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적어도 일주일에 1~2권의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이건 우리 반 아이들이 알면 도움이 되겠다.' 싶은 내용들은 아이들에게 쉽게 풀어서 설명을 했다. 교사인 나는 한 번 더 output을 하기 때문에 새로 습득한 지식의 장기기억으로의 전환에 도움을 받고, 아이들은 유익한 최신 지식들을 들을 수 있을 수 있어서 좋고,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지식과 이를 효율적으로 습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열심히 자기계발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요새 선생님이 어떻게 자기 계발로 하루를 보내는지, 성장하는 삶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려줬다.


"요새 선생님이 열심히 자기계발하고 있잖아.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코딩 공부도 하고, 중국어 공부도 하고. 하루하루 배우고 성장하는 삶이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


"선생님, 공부하는 게 뭐가 즐거워요? 이해가 안 돼요."


"음... 운동에 비유를 할 수 있겠다. 선생님은 어릴 때 농구가 진짜 싫었거든. 난 만화영화를 보고 싶은데, 아빠는 매일 재미없는 농구만 보고. 그냥 공을 튀기고 그물 안에 넣을 뿐인데, 뭐가 그렇게 재미가 있는지 그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어. 몇 년이 지나고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농구하는 법과 규칙을 배웠어. 규칙을 알고 나니 농구가 달라 보이는 거야. '이렇게 재미있는 걸 그동안 왜 내가 몰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때부터 미친 듯이 농구를 했지. 시간이 날 때마다 드리블과 슛 연습을 했어. 연습을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고, 실력이 늘고 주위에서 인정을 받으니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무엇보다 이런 과정들이 너무나 즐거웠어. 그렇게 농구는 선생님의 인생 운동이 되었지. 공부도 마찬가지야. 알면 알수록 재미있어. 물론 운동을 처음 할 때 규칙을 알고 기본기를 익히는 게 힘든 것처럼, 공부도 초반에 습관을 길들이고 기본기를 쌓을 때는 힘들거든. 근데 그 벽만 넘으면 정말 신세계가 올 거야."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에게 직접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줬다. 요새 내가 열심히 쓰고 있는 플래너도 보여주고 전날 열심히 책을 읽고 쓴 서평도 보여줬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반에는 자기 계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매일 스톱워치로 자기 계발 시간을 측정하고, 아침 시간에는 어제 혹은 주말에 어떤 자기 계발을 했고 얼마나 성장을 했는지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쉬는 시간에 '어떻게 공부를 하니 효과가 있었고, 어제 자신의 임계점을 돌파해서 기분이 좋았다.' 같은 자기 계발에 진심인 아이들의 대화가 자주 들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의 임계점(=벽)을 넘은 아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 아이들은 누가 봐도 전과 다르게 성장한 모습이 보였다. 반의 다른 친구들은 이 친구들이 성장한 모습에 자극을 받게 되고, 더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스스로의 임계점을 넘기고, 또 누군가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성장의 선순환이 일어났다!


이렇게 우리 반 아이들은 점점 똑똑해졌다.

출처: 프리픽


아이는 생존 시스템에 의해 태어날 때부터 주변 어른들을 모방하고 따라 한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님과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고, 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닮는다. 부모가 TV 보는 것을 좋아하면, 아이들도 TV 보는 것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선생님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 반 아이들도 선생님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따라갈 확률이 높다.


우리 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열심히 자기 계발을 하니,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도 열심히 자기 계발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이 똑똑해지니, 아이들도 똑똑해졌다.


혹시 자녀나 학생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명심하자. 최고의 교육은 모델링이라는 것을.

한창 성장의 재미를 느끼고 있는 우리 반 아이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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