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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Nov 06. 2023

교사와 학부모가 모두 만족한 학부모 상담

2학기 학부모 상담 시즌이 시작되었다. 전원 상담 신청이었던 1학기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총 6명의 학부모님께서 상담 신청을 해주셨다. (우리 반의 학생수는 11명)


상담은 언제나 떨린다. 특히나 2학기 상담은 더 그렇다. 아직 지낸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 아이들과 선생님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는 1학기 상담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부모님께 평가를 받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학기 동안 학급운영을 잘한 경우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모두 다 어머니께서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신 덕분이죠.' 하면서 서로 칭찬과 덕담만 하다가 상담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


첫 상담은 오늘 1교시 전담시간에 잡혀 있었다. 재외한국학교에서 하는 2학기 첫 상담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한국 국적인 주환이 아버님과 중국 국적인 어머님께서 함께 들어오셨다. 어머니는 간단한 한국어 정도만 이해하실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주환 아버님께서 먼저 말씀하셨다.

"선생님, 우선 주환이 한 학기 동안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세세하게 아이들한테 신경 써주시는 선생님은 정말 처음 뵀어요. 선생님 덕분에 주환이가 지난 3월에 비해서 많이 좋아진 거 같아요.. 진짜 주환이는 복 받은 거 같아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주환 아버님의 칭찬으로 어깨가 절로 으쓱으쓱했다.

"에이~ 아닙니다. 다 아버님이 노력하신 덕분이죠. 요새 저녁마다 주환이랑 같이 공부하시잖아요. 그 뒤로 주환이 학업 성적이 확 높아졌어요. 저도 감사드려요."


덕담이 오가고 본격적으로 상담이 시작되었다.

"선생님, 아시다시피 저녁마다 주환이 공부를 계속 시키고 있는데, 애가 말을 잘 안 듣더라고요. 딱 시킨 것만 하고, 그 이상은 절대 안 하려고 하고. 왜 공부를 해야 하고, 왜 한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해줘도 그때만 알겠다고 하고 변화가 전혀 없어요. 제 아이지만 아쉬운 부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 혹시 주환이가 학교에서 다녀온 뒤에 뭘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주로 1시간 이상 게임을 하고 밥을 먹고 계속 놀다가 자기 전에 저랑 같이 1~2시간 정도 공부를 해요. 공부를 할 때는 얼마나 하기 싫어하는지... 하... (한숨)"


"흠... 아버님, 제 생각에는 순서가 약간 잘못된 것 같습니다. 인간의 뇌 특성상, 선과제 후보상이 맞습니다. 예를 들어, 한 어른이 일을 하는데 평생 일한 만큼의 돈을 미리 받는다면 그 사람은 일할 의욕이 생길까요? 혹시 아버님 게임 해보셨나요?"


"네, 예전에 많이 했었죠."


"게임의 보상체계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게임에서 퀘스트를 달성하면 그에 걸맞은 보상을 주잖아요. 보상이 들어오면 유저는 더 신나서 더 어려운 퀘스트를 수행해 나갈 거고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겠죠. 이러한 느낌으로 주환이가 공부를 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필요해요."


출처: 프리픽


"아... 무슨 느낌인지 알 거 같네요."


"우리가 목표를 세우거나 목표를 달성했을 때 혹은 보상을 받았을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가 되거든요. 도파민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동기부여 호르몬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이 친구가 뇌에서 분비가 되면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이 확 생겨요. 근데 미리 보상을 주고 뒤에 일을 하라고 하면, 보상을 받았을 때만 잠깐 도파민이 분비가 될 뿐 뒤에 일을 할 때에는 이미 보상을 받아버렸으니 도파민이 분비가 될 여지가 없죠."


"먼저 공부를 하게 하고 그다음에 그에 걸맞은 보상을 주라는 말씀이시죠?"


"네, 맞습니다. 그리고 과제는 웬만하면 쪼개는 게 좋아요. 4시간 연속으로 공부하고 보상 이런 식으로 하면 아이가 지치잖아요. 주환이는 휴대폰 만지는 걸 제일 좋아하니, 50분 정도 공부하고 10분 휴대폰 사용 보상 이런 식으로 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날의 모든 과제를 끝마치면 1시간 정도 놀 수 있게 보상을 주는 거죠. RPG 게임에서 퀘스트와 보상이 주어지는 방식을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근데 이게 잘 될까요? 제가 공부해라 독서해라 잔소리를 해도 아예 안 듣는 아이인데... 솔직히 걱정이 됩니다."


"인간은 자율성을 가질 때 제일 행복하다고 해요. 주환이에게도 자율성을 주는 건 어떨까요? 단순히 공부해라, 독서해라가 아닌 '이번 시간에는 수학 문제집 풀기, 영어 문제집 풀기, 독서 중에 뭐 할래?' 이런 식으로 선택권을 주는 거죠. 놀기라는 자신이 원하는 선택지가 없어도 선택을 통해 아이는 자율성을 느낀다고 해요."


"오... 한 번 시도해 봐야겠네요."


"제가 봤을 때, 주로 아버님은 칭찬보다는 잘못을 혼내는 비율이 많으신 거 같아요. 맞나요?"


"(민망한 듯이)네... 아무래도 좀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


출처: 프리픽



"(웃으며) 상담을 하다 보면 아버님뿐만 아니라 많은 부모님들이 그러세요. 근데 문제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모님이 하시는 얘기를 아이들은 그냥 잔소리로 받아들인다는 거죠... 왜 그럴까요? 사실 훈계를 하면 순간적인 효과는 있습니다. 뇌에서 스트레스 계통인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가 되면서,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올려줘요. 근데 이 상황이 지속적으로 연출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요? 더 이상 집중력의 효과는 없고 부모님의 말씀을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잔소리로 듣는 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웬만한 사소한 문제는 넘어가시는 게 좋아요. 어른 입장에서는 아이의 사소한 실수들을 일일이 가르쳐주고 훈계하면 아이의 상태가 좋아질 거 같지만, 애들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그냥 스트레스죠. 대신 예의나 태도 같은 부분 같은 큰 잘못은 훈계를 하는 게 맞습니다. 평소에는 칭찬으로 도파민을 분비시켜 동기유발을 하고, 큰 잘못을 했을 때는 훈계로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잘못을 인지하게 하는 거죠. 이때 칭찬과 훈계의 비율을 8:2 정도로 하는 게 좋아요."


"와... 저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네요. 그럼 칭찬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게임을 하다 보면 빠바방 음악이 나오면서 레벨업을 하는 순간 있죠? 아이들도 그런 성장의 순간이 있죠. 그때 구체적으로 잘한 행동을 말씀하시면서 칭찬을 하시면 됩니다. 레벨업을 하지도 않았는데 하는 칭찬은 무용지물이니 주의해 주세요. (웃음)"

  

신경전달물질, 동기부여, 자율성, 휴대폰 사용방법, 목표설정 방법, 보상 등 그동안 책을 읽고 아이들과 스스로에게 적용하면서 쌓아 온 지식들을 어머님, 아버님께 열심히 설명해 드렸다. 


"와... 오늘 진짜 상담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워가네요. 제 나름대로 아이들을 위해 사용했던 방식이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도 드네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항상 아이들을 위해 애써주시고 고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주환이 부모님께서는 아주 만족하신 표정으로 집에 돌아가셨다. 순간 너무 많은 지식들을 전달해 드린 것 같아, 말씀드린 내용을 6가지 법칙으로 빠르게 정리한 뒤에 문자로 보내드렸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오늘 상담을 통해 많은 걸 배워갑니다. 제 나름대로 아이를 위한다고 해왔던 게 때론 부모란 이름으로 아이를 더 힘들게 했던 건 아니었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5학년 남은 시간들도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지켜봐 주며 도와주겠습니다. 늘 아이들을 위해 많은 고민해 주시는 선생님께 정말 많이 감사드립니다.


주환 아버님의 문자를 받고 보람감과 뿌듯함에 날아갈 듯 기뻤다.



이번 상담은 나에게 의미가 크다. 기존에 했던 상담은 단순히 아이들이 학교 수업은 잘 듣는지, 교우관계는 좋은지, 학교 생활은 잘하는지 확인 차원에 머물렀다면, 이번 상담은 학부모님께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이었다. 주환이 부모님께서 오늘 상담한 내용을 가정에서 잘 적용하신다면 주환이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6개월 간 열심히 책을 읽고 일상생활에 적용을 한 나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독서와 글쓰기를 병행한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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