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남 Jul 15. 2020

결혼식... 빌어먹을 코로나!

우리 제발 결혼하게 해 주세요.

요즘 지인들에게 결혼식 관련해서 연락이 많이 온다. 오늘도 벌써 2번이나 카톡이 왔다.

친구: 야! 결혼식 한다고 들은 지 4개월은 지난 거 같은데 결혼식은 언제 하냐? ㅋㅋ 도대체 청첩장은 언제 줄 건데?
교실남: 아.. 8월 말로 결혼식을 옮겨서 여러모로 좀 늦어졌다. 곧 청첩장 보낼게. 미안 ㅠㅠ

   


현재 우리는 반쪽짜리 부부다.

3월에 혼인신고를 하고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이미 법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이미 부부이다. 하지만 아직 결혼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부라고 하기에는 뭔가 애매하다. 주변에서도 어떤 분들은 부부라고 인정을 해주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아직 결혼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부가 아니라고 하기도 한다.


왜 요즘 이런 카톡들을 많이 받는지, 그리고 왜 우리는 반쪽짜리 부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스토리를 들려주려고 한다.




2020년 4월 18일. 원래 우리 부부의 결혼 예정일이었다. 결혼식 준비가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길래 우리는 작년 6월부터 미리 준비를 했다. 6월에 웨딩박람회에 가서 상담받는 것을 시작으로 가전, 신혼집,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등 혼수와 결혼에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모두 준비했다. 아내와 나는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운 적도 없었고 오히려 집도, 가전도, 스드메, 청첩장도 빨리 결정한 편이라 시간이 오히려 남았다. 그렇게 여유롭게 결혼식을 기다리던 찰나에, 그것이 터져버렸다. 


코.로.나!


2월 말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간의 고민 끝에 결국은 결혼식을 미루기로 결정하였다. 집안 어른들은 4월이면 괜찮을 거라고, 날씨가 따뜻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결혼식을 예정대로 진행하길 원하셨지만 우리의 생각은 달랐다. 결혼식은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의 결혼을 알리고 축하받는 기쁜 자리인데 질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가기 꺼려지는, 축하받지 못하는 결혼식을 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혹여라도 만에 하나 우리 결혼식을 방문한 사람 중에 확진자가 나온다면..? 


정말 끔찍했다. 나를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에게 큰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식을 미뤘다. 아주 한 참 뒤로. 

이렇게 따뜻한 봄날이었던 우리의 결혼식은 뜨거운 한여름날로 바뀌게 되었다. 




3월이 되어도 코로나는 잠잠해지지 않았다. 잇따른 개학연기.. 늘어나는 확진자. 

결혼식은 미뤘지만 또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신혼여행!


우리의 신혼여행지는 발리였다. 

결혼식을 미루던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코로나 확진자 세계 2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신혼여행을 가더라도 발리 바닷물에 발도 한 번 담그지 못하고 입국 금지를 당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또 머리를 맞대었다. 


고민 끝에 신혼여행을 취소하진 않고 일단 9월로 연기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날이 따뜻해질수록 세계 속 코로나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결국 우리는 신혼여행을 취소하였다.



여행사에 취소 전화를 하던 날, 코로나로 인해 여행사들이 도산하는 상황에서 신혼여행을 취소한다고 말하기가 힘들었다. 신혼여행을 알아보면서 수십 번 통화를 하면서도 친절하게 응대해주신 사장님인데...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죄송하단 말부터 하며 신혼여행을 취소하겠단 말을 꺼냈다. 


호탕하신 사장님은 괜찮다며 다음에 꼭 이용해달라고 전화를 마치셨다. 

그렇게 신혼여행 계약금(환불이 안 됨)과 함께 우리의 발리 허니문도 날아갔다. 


하.....


신혼여행만 날아간 줄 알았는데... 몇 달 뒤에 뉴스가 떴다. 


'타이항공 파산신청'


이게 웬 날벼락인가. 태국의 국적기인 타이항공이 파산? 

두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항공권 환불신청을 할 때 이상한 점이 있기는 했다. 지금 환불신청을 하면(당시 4월) 3개월 뒤에 환불신청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2주 뒤에 환불처리가 된다는 다소 황당한 절차. 그때는 무심코 그러려니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우리.. 항공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 결혼까지 40일 정도가 남았다. 

우리에겐 또 하나의 관문이 있다. 바로 청. 첩. 장!


이것도 할 말이 많은 것이, 다른 사람들은 한 번만 연락을 돌리면 되는 일을 우리는 세 번째 하고 있다. 

첫 번째, 4월 결혼식 청첩장 돌리기

두 번째, 결혼식 연기 알리기

세 번째, 8월 결혼식 청첩장 돌리기  


게다가 아내는 학교를 올해 이동한 상태라 전 학교에 청첩장을 다시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8월 말이니 전근 온 지 거의 6개월인데.. 



이쯤 되니, 꼭 결혼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슬그머니 든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는 코로나 시국에 무슨 결혼식을 하냐며 민폐라고 하는 글도 여럿 보였다. 


사실 우리 둘은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결혼식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집안 어른들과 주위 어른들의 생각은 우리와 달랐다. 부모님들은 그동안 여러 행사에 다니시며 지출한 돈이 적지 않기에 이번 결혼식은 이대로 강행하길 원하셨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이미 결제한 돈이 너무나 많다는 것.... 우리는 금전적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 우리는 아직도 불안하다. 얼마 전 광주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결혼식장 하객 수를 49명으로 제한한 어느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안타깝다ㅜ) 우리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8월 말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코로나가 기적처럼 잠잠해지길 바라는 것뿐이다. 코로나. 제발 그만!


이 빌어먹을 코로나놈아럼ㄷ쟈ㅐ ㅓ이ㅏㅓ래ㅔ 어ㅏㅣ1!!!!!!!!!!!!! (할많하않)








*저희의 고민이 사소하게 느껴질 만큼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의료진분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분들,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 모두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함께 이겨내 봅시다!!



#결혼식연기 #신혼여행취소 #타이항공파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