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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ul 27. 2020

현명하게 청첩장 보내기

정말 어렵다...

(우리 부부는 코로나 때문에 아직 결혼식은 못했지만, 법적으로는 부부인 6개월 차 신혼부부이다.)


코로나로 미뤄진 결혼식이 1개월 남았다. 보통 결혼식이 1개월 남으면 달성해야 하는 미션(?)이 있다. 바로 '첩장 돌리기'이다.


8개월 전, 이미 결혼을 한 친구에게 결혼식에 대한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결혼 준비 중에서 청첩장 돌리기가 제일 어려웠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그냥 지인들한테 결혼한다고 연락하는 게 뭐가 어려운 일이지?'하고 친구의 말을 이해하지 못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나를 반성한다. 막상 결혼식을 준비해보니, 청첩장 돌리기가 제일 어렵다... 1년 이상 서로 연락을 안 한 애매모호한 관계의 초중고 동창들, 대학 동기, 후배, 선배들. 올해 초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신 직장동료들. 2년 전 제대한 군대의 소대장님들, 선후임, 동기들...


사실 우리는 이미 1, 2월 달에 4월에 결혼식이 있다고 대부분의 지인들에게 SNS로 알렸다. 일부 떠나는 직장동료에게는 청첩장도 드렸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결혼식으로 미루게 되면서, 3월에는 반대로 결혼식을 미룬다는 연락을 지인들에게 드리게 되었다. 그 뒤로 4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니 뭔가 다시 연락을 드리기가 민망한 분들이 많이 생겼다. 특히 3월에 전근을 가신 관계가 애매모호한 직장동료들... 이미 학교를 떠나신 지 6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다시 연락을 드리기가 너무 민망하다.


더군다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금 우리나라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을 한다고 즐겁게 결혼 소식을 알리기도 마음이 불편하다. 연락을 받는 사람도, 연락을 하는 사람도 곤혹스러운 이 현실이란...




최근에 결혼한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니 사람들마다 의견이 달랐다.


"진짜 네 결혼식을 축하해줄 사람들만 초대하는 게 맞아. 애매모호한 사람들은 초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근에 연락한 사람을 기준으로 잡는 건 어때?"

"그냥 생각나는 대로 다 초대하면, 그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할 거야. 어차피 올 사람은 오고 안 올 사람은 안 와. 그런 거에 너무 크게 스트레스받지 마."


하지만 지인들의 공통된 의견도 있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청첩장 돌리기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고민을 해서 결정을 내려도 누군가는 섭섭해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꼭 생긴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최근 코로나 시국과 우리의 가치관들을 고려해서 우리 부부만의 청첩장을 보내는 기준을 정하기로 했다. 우리가 정한 기준과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최근 1년 사이에 연락한 적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1년 안에 연락을 했다는 것은 최소한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의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1년 이상 서로 연락을 안 한 지인일 경우는 이제 서로에게 관심이 없을 확률이 높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사는 게 바쁘거나, 주변 환경이 달라져서 연락을 못 했다는 이유들은 다 핑계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우리의 시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친했으나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둘째, 내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얼마 전에 고등학교 때 동창이 결혼을 한다고 10년 만에 연락이 왔다. 사실 학교 다닐 때도 별로 친하지 않았던 그냥 동창회 카톡방에만 같이 있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는 한 번도 교류한 적이 없는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나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왔다. 서로 민망한 상황이 연출이 되었다.


'너 몇 년 전에 교사 된 거 카톡 프사로 봤어. 발령은 어디로 받은 거야?'

'어...'


발령은 5년 전에 이미 받았다 이놈아! 솔직하게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결혼식으로 연락을 해서 미안하다고 친구가 먼저 말을 해주었으면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 거다. 근데 계속 이야기를 뱅뱅 돌려서 얘기를 하니 짜증이 났다. 결국 난 그 친구의 결혼식에 가지 않았다. 도저히 이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해줄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반대로 그 사람의 혼사가 있을 경우, 내가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그 사람을 결혼식에 초대를 했다는 것은 나도 그 사람의 혼사가 있을 경우 기꺼이 가겠다는 의미도 포함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입장을 바꿔서 '만약에 이 사람이 결혼식을 한다면, 내가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고 초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아내와 함께 하루 종일 고민을 한 끝에 결국 결혼식 초대 기준과 목록을 정리할 수 있었다. 연락은 지인들 한분 한분에게 정성을 표하기 위해, 2주 간에 나눠서 하기로 했다.


하... 그래도 뭔가 찝찝한 이 기분은... 하하하...


현명하게 청첩장 보내기.


정말 어렵다...




P.S. 이미 결혼하신 분들 조언 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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