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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12. 2023

대서양상공에서  위성통신을 잃다.

어그멘티(항로) 캡틴이 나와 교대하기 위해 돌아오기까진 고작 30분 정도를 남기고 있었다.

승객을 300명 이상 거의 만석으로 태운 나의 777이 조금 전 바르샤바 컨트롤을 막 빠져나와 스웨덴 영공에 진입할 때였다.

몇 번 데이터링크 통신이 불안정하다는 경고가 아무 소리도 없이 시각 경고로만 잠시 잠시 떴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소리가 동반하지 않은 이유는 이 결함이 항공기의 운항에 지장을 줄 정도의 중대한 결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성통신을 잃어도 장거리 HF통신이 가능하다.

그러다 'SATCOM'

이라는 경고가 미지막으로 시현되고는 다시 리셋되지 않고 그대로 남았다.

이러면 위성통신을 아주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처음엔 저러다 다시 시스템이 스스로 리셋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이 일이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노르웨이를 지나면 바로 북대서양 루트에 진입하는데 위성통신이 분명 내 기억에 필수통신장비였다는 기억이 스쳤기 때문이다.

어그멘티 기장이 들어오기 전에 내 선에서 상황을 어느 정도 정리해야 한다. 일이 급하다.

그러려면 우선 해당 규정을 찾아야 한다.
SATCOM이 부작동시 북대서양 항로에 진입할 수 없다는 규정을 찾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나의 부산함에 부기장도 눈치를 챘는지 같이 아이패드에 시선이 들러붙어있다.

다행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해당 규정을 열어 부기장 제이컵에게 보여주려 고개를 돌리자 그가 거의 동시에
"네 저도 찾았어요." 그런다.

눈치가 빠르다.

"자 그럼 이렇게 하자. 일단 회사에 이 상황을 긴급으로 알리고 협조를 요청하자. 그다음에 현재 우리를 담당하는 컨트롤에게도 알리고 대서양 루트 진입 허가권자인 레이캬비크 관제소에 미리 협조를 요청해 달라 하자. 어때?"

"네. 그렇게 하시죠."

이제 서른 다섯 즈음된 부기장 제이컵이 순식간에 회사에 보낼 메시지를 만들어냈다. 젊어서 그런지 손이 아주 빠르다.

내 일은 여기까지였다.

그 사이 교대 기장이 들어왔고 상황을 인수인계했다.

휴식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항공기는 새로운 루트로 대서양을 지나고 있었다. 다행히 고도를 강하하지도 않았다. 진입을 허가해 준 대신 약 1톤의 연료를 더 쓰고 돌아가는 대안을 레이캬비크 관제소에서 만들어준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하루에만 약 1800편 이상의 항공기들이 이 North Atlantic 루트를 가로질러 유럽과 북미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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