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 내가 사는 아파트를 벗어나려면 Y자 모양의 유치원 옆 교차로를 통과해야 하는데 종종 오른쪽의 아내가 시야를 가려 조심스러워지는 곳이다. 익숙한 길이라도 혹시 모르니 우선 속도를 줄이면서 아내에게
"그쪽 차 안 오는지 좀 봐줘!"
서로 한참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부탁을 하자
아내는 익숙한 듯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더니
"클리어!"
그리곤 이내 조금 전 하던 얘기를 이어간다.
순간 그녀의 재잘거림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스물다섯 살, 공군에서 비행훈련을 막 끝내고 타고 다니던 흰색 세피아, 그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내 여자 친구가 다시 곁에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