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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오리 Apr 02. 2024

푸바오를 소비한다는 것

신니얼과 '호텐토트의 비너스'




종이 다른 두 여성이 있었다.

한 여성은 비인간, 한 여성은 인간이었다.


SNS에서 너무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푸바오. 그의 외할머니로 알려진 '신니얼'의 근황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죽어서도 구경거리 된 '푸바오 할머니' 충격 근황에.. "눈물 난다" 난리> 파이낸셜 뉴스 24. 3. 7

신니얼은 2007년생으로 푸바오의 엄마인 아이바오가 태어나기 전까지 ’최고 미녀‘로 꼽혔다고 한다. 2016년 장폐색으로 사망한 그의 몸은 신비 박물관에 박제되어 전시되었다. 외형, 근육 표본, 내장 표본, 뼈 표본. 4가지로 나뉘어 전시된 그의 몸.


그와 평행이론 같은 삶을 산 이가 있다. 그의 이름은 바트만.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었다. 1789년에 태어난 코이코이(Khoikhoi)족 여성. 런던에서 괴물쇼(freak show)에 출현해 ‘기이한 몸’으로 전시되어 돈벌이에 이용되었다. 바트만을 선전하는 문구는 아프리카에서 온 코이코이족 미녀, '호텐토트의 비너스'였다. (*호텐토트 : 네덜란드인들이 코이코이족을 경멸조로 부르던 말)


1814년까지 영국 전역에서 순회공연을 하고, 프랑스로 팔려간 바트만은 과학자들 앞에서 '몸을 보여주는' 신세가 되었고, 1815년에 숨을 거둔 그의 몸은 해부되었다. 그의 생식기는 유리병에 담기고 뼈는 박제되어 파리의 인간 박물관에 전시됐다. 그의 유해는 전시는 1974년까지 이어졌다. 2002년 5월 2일, 마침내 바트만의 몸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항공편을 타고 고향에 도착했다.



<나, 당신을 고향에 모시러 왔나이다>

사라 바트만에게 바치는 시 _ 다이아나 퍼러스


나, 당신을 고향에 모시러 왔나이다, 고향에!

그 너른 들판을 기억하시는지요

그곳의 공기는 신선하고, 이제는 더 태양도 불타오르지 않습니다.

나, 언덕 기슭에 당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나이다.

(중략)

나 당신을 해방시키려 여기 왔나이다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의 집요한 눈들로부터

제국주의의 마수를 가지고

어둠 속을 살아내는 괴물

당신의 육체를 산산이 조각내고

당시느이 영혼을 사탄의 영혼이라 말하며

스스로를 궁극의 신이라 선언한 괴물로부터!



신니얼의 몸은 아직도 전시되는 중이다. 한 때, 관람객으로부터 '최고 미녀'라 불렸다는 그. 바트만의 몸은 서구인들의 특별한 성적 호기심(비대한 생식기와 왕성한 섹슈얼리티를 지녔다는 아프리카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을 채우기 위한 도구였다.


신니얼은 귀여운 동물을 통한 인간의 '힐링 판타지' 도구였을 뿐이다. 푸바오 역시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자연 번식으로 처음 태어난 판다라서 더 큰 사랑을 받는다는 푸바오. 푸바오를 소비한다는 것, 괴물쇼에 돈을 지불하던 서구 권력자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인간 여성 바트만의 몸은 해방되었다. 비인간 여성 신니얼의 몸은 해방될 수 있을까.




#낙인찍힌몸#염운옥








*인용

염운옥 『낙인찍힌 몸』, 「사르키 바트만, 3중의 억압 아래서」 , 돌베개

문영진 기자 <죽어서도 구경거리 된 '푸바오 할머니' 충격 근황에.."눈물 난다" 난리> 파이낸셜 뉴스 24.3.7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5152404?cds=news_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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