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의 열등생 인류가 가진 최대 무기는?
본래 인간은 활발히 움직이는 쪽으로 진화해왔고 그러한 행동 방식은 우리의 DNA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엔가 이끌려 아침저녁으로 운동장과 공원을 걷고 달립니다. 어린아이들은 특별한 장난감 없이도 달아나고 쫒아가는 간단한 뜀박질만으로 상큼한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합니다. 신체 움직임은 어째서 인간에게 기쁨과 희열을 느끼게 하는 걸까요? 신체활동이 우리의 생명 유지에 분명 도움이 되니 스스로 그러한 활동을 더 하도록 상을 주는 것은 아닐까요? 예를 들어 운동을 할 때마다 불쾌하고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면 그 누가 운동화를 찾아 신고 야외로 나갈까요? 신체가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과 정서의 영역에까지 긍정적 기여한다는 것은 이미 셀 수 없는 연구를 통해 밝혀진 정설입니다.
현생 인류는 침팬지등의 유인원과 거의 유사한 유전자를 공유합니다. 침팬지와 98%, 고릴라와 97%를 공유한다고 해요. 그러나 인간과 그들은 활동량과 신체 움직임에 있어 상반된 형태로 진화해왔습니다. 인간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쪽으로, 유인원은 그 반대 방향으로 말이죠. 오랑우탄과 침팬지 등의 유인원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 있거나 겨우 무리 주변을 어슬렁거릴 뿐 운동이라 할 만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대신 털을 고르거나 잠을 자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입니다. 이렇게 유유자적 게으름을 즐기는 생활방식임에도 유인원들은 현대인과는 달리 당뇨, 고혈압, 심장병의 발병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인간과 거의 유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들은 어째서 동물원에 갇혀 극도로 활동량이 제한된 상태에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인간은 운동장을 돌고, 등산을 하며, 먹고 싶은 빵을 겨우 참아내고 운동(WHO의 권고에 따르자면 일주일에 3회이상 30분이상)을 해주어야 겨우 이와 같은 병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데 말이죠. 그 해답은 유약한 인류가 야생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릴라의 괴력에 비해 인간의 힘은 보잘것 없습니다. 100M를 5초대에 주파하는 치타에 비해 인간의 순발력도 미약하기 그지없죠. 다만 인간은 지구력을 바탕으로 탁월한 오래달리기 능력을 보여줍니다. 인간을 어여삐 여긴 조물주가 태초에 오래달리기 능력을 주었는지 아니면 사냥과 천적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단련되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어찌 되었건 자연계를 통틀어 42.195km를 2시간대에 주파하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합니다. 이런 지구력을 십분 활용한 인류는 오랜 시간을 걸어 과일과 각종 열매를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사냥감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부족이 먹을 단백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칼라하리 사막을 근거지로 살아가는 한 부족의 사냥방법을 소개합니다. 그들은 멀리서 영양무리 중 가장 약해 보이는 놈을 골라 사냥감을 정합니다. 그후엔 몰래 다가가서 활을 날리는 대신 큰소리와 과장된 동작으로 그들을 놀래킵니다. 위협을 느낀 영양무리는 있는 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달아납니다. 자 이제 본격적인 추격전의 시작입니다. 지구력이라면 자신있는 사냥꾼들은 목표로 정한 한놈만을 따라 붙습니다. 그리고는 놀래키고 전속력으로 도망가게 하는 상황을 반복해서 만듭니다. 결국 죽을 힘을 다해 여러번 전력질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영양은 탈진해서 쓰러집니다. 이렇듯 사냥꾼들은 지구력을 무기로 영양사냥에 성공하게 됩니다. 실제로 탄자니아의 하드자족은 하루 평균 9~12km의 거리를 이동하는데요, 이것은 축구선수의 한 경기 이동량에 맞먹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원시 시절의 생활방식인 수렵채집을 고집하며, 주변 부족들과는 달리 농사도 짓지 않고 가축을 기르지도 않습니다. 조상이 그렇게 살아온 것 처럼 오직 오래달리기 실력만으로 오늘도 내일도 초원을 누비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