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학기에는 배드민턴 수행평가가 있었습니다. 중2에게 배드민턴은 축구, 피구와 함께 꽤나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 배드민턴 수업을 할 때는 매우 즐겁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환호와 웃음, 탄식과 아쉬움의 표정들을 훔쳐보는 게 그렇게 재미날 수가 없거든요. 운동에 몰입한 아이들의 표정을 사진 찍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꽤 자주 하게 된답니다. 언젠가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부담스러워 얼어붙는 아이들을 보고는 사진 찍기를 포기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배드민턴! 재미있다!
배드민턴이 이렇게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용기구가 간단하고 룰이 복잡하지 않아 누구나 빠르게 익힐 수 있으며 박진감 넘치게 셔틀콕을 주고받으니 꽤나 높은 긴장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변화무쌍한 궤적을 그리는 셔틀콕을 있는 힘껏 때려 보낼 때의 쾌감도 있으니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겠죠?
때론 당신을 빡치게 만들지도ㅎㅎ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스트레스 해소는 커녕 오히려 열을 받는 경우도 생깁니다. 특히 실력이 뛰어난 고수를 만나게 되면 극한의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받기 힘든 코스로 날아오는 셔틀콕을 쫓아다니다 보면 약이 오릅니다. 숨은 턱에 차고 라켓 잡은 팔뚝은 경련이 일어날 듯 떨리기 시작하죠. 상대방은 큰 움직임도 없는데 나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홈포지션!
자! 그럼 배드민턴 내기에서 이길 수 있는 작은 팁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건 바로 ‘홈 포지션’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홈 포지션이 뭐냐고요?
홈 포지션(Home Position) : 자신이 방어해야 하는 곳으로 최단 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이상적인 지점을 말한다. 즉 상대 선수의 공격이 어느 쪽으로 향하든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지점을 말하는데, 단식경기의 경우 일반적으로 코드 중앙 부분을 일컫는다. <체육학사전>, 스포츠북스 체육학연구회, 2012
언뜻 이해하기 어렵죠? 요약하자면경기 중 상대편의 어떠한 타구에도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지점을 말합니다. 상대방이 공격해 오는 셔틀콕은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습니다. 좀 더 노련한 상대를 만난다면 오른쪽과 왼쪽, 짧고 길게 구석구석 아주 얄밉게 공격해 오겠죠? 그러니 이렇게 다양한 방향으로 날아오는 셔틀콕을 받아내려면 전후 좌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코트의 중앙 부분인 홈 포지션을 잘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상대를 홈 포지션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떼어 놓아 홈 포지션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전략인 것이죠. 즉 배드민턴은 상대를 홈 포지션에서 밀어내는 것에서 승부를 찾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에도 홈포지션이?
그런데 우리의 마음에도 홈포지션이 있다면 여러분들은 지금 어디쯤 머물러 있는 것 같나요? 짜증과 불안 때문에 구석으로 밀려나 홈포지션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언젠가 유튜브에서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의 극단인 행복감과 우울감을 느끼는데 결국엔 감정의 폭이 제로에 수렴해서 균형을 이룬다는 거예요. 즉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과 양이 우울감을 느끼는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죠. 지금 당장 우울하다면 반드시 행복감을 느끼는 시기가 올 것이니 희망을 가지기 바랍니다. 반대의 경우, 지금 기분이 좋은 상태더라도 힘들거나 짜증 나는 상황에 빠질 수 도 있으니 경거망동, 일희일비하지 말고 평상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이 여러분들을 홈포지션에서 밀어내려고 해도 금방 제자리를 찾아 의연히 홈 포지션을 지켜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