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행군의 추억
군입대 직후 신병 시절 이야기입니다. 신병교육대에서 야간행군이란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출발해서 밤새 걸은 후 새벽녘 해 뜰 때 복귀하는 깨나 난이도 높은 훈련이었죠. 게다가 20kg의 완전군장으로 인해 짓눌린 어깨와 발바닥의 물집까지, 괴롭고도 고단한 훈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육체적 고통보다 더 힘든 것이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걸어보는 길이었기에 도대체 내가 어디쯤 와있는지, 반환점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반 정도는 왔을까? 몇 시간이나 더 걸어야 하나?’ 20kg의 완전군장 무게는 어깨를 짓누르고 발바닥의 물집은 쓰라렸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고통은 불확실성이 주는 마음의 불안이었습니다.
반환점에 다다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반환점에 도달 후 부대로 복귀하는 행군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대충이나마 얼마쯤 남았는지 내가 어디쯤 와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잠은 쏟아지고 다리는 천근만근이지만 걸을수록 목표지점이 가까워지는 것을 알고 있기에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겨났습니다. 아는 만큼 여유가 생기고 그것이 정신적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힘내세요. 정상이 코앞이에요."
우리는 등산을 할 때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히 처음 방문하는 등산로의 경우 이미 정상을 밟고 하산하는 사람이 건네는 ‘거의 다 왔어요. 힘내요.’라는 말은 큰 힘이 되지 못합니다. 두루뭉술하게 전해주는 응원의 메시지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지도 못하고 힘만 빠지게 하거든요. ‘분명 다 왔다고 했는데, 저 모퉁이만 돌면 정상이라고 했는데...’ 하얀 거짓말은 그들의 고마운 의도와는 달리 어깨만 더 무겁게 하는 경우도 있죠. 차라리 표지판에 쓰인 ‘정상까지 0.5km’와 같은 객관적 정보가 나을 때도 있습니다.
객관적 정보의 힘
이처럼 객관적이고 명확한 정보는 내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그래서 목표지점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힘의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하며 스퍼트를 어디에서 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게도 해줍니다. 보이지 않는 목표, 실현 여부를 확신하기 힘든 그 무엇을 향해 달려가야 할 때에는 객관적 정보로부터 힘을 얻어 보세요.
심박수가 필요해
자, 이제 운동상황으로 넘어가 볼까요? 운동을 할 때 이런 객관적 정보는 ‘심박수’라는 것을 통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운동의 ‘힘든 정도’는 매우 주관적이라 적절한 강도를 설정하기가 힘이 듭니다. 따라서 운동강도를 설정하고 파악할 때 심박수를 이용하는 것이죠.
심박수란?
심박수(heart rate)는 1분 동안의 심장이 뛰는 횟수를 말합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안정 시 심박수 60~100회를 정상범위로 보고요, 청소년과 아동, 여성의 경우 조금 더 높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심박수라는 것이 신체활동에 따라 오르내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심리적 흥분상태나 매운 음식, 약물복용에 따라 심박수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운동상황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심박수입니다. 즉 강도가 높은 운동을 할수록 심장은 급하게 뛰기 시작하고 휴식을 취하면 안정 시 상태로 되돌아가려 천천히 뛰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심박수는 운동 강도를 해석하는데 유용한 지표로 활용됩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안정 시 심박수가 건강상태를 가늠하는 지표로도 사용된다고 해요. 한 연구에 따르면 안정 시 심박수가 60회 이하인 사람은 90회 이상인 사람에 비해 대사질환 유병률이 낮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안정 시 심박수가 천천히 뛸수록 건강하며, 안정 시 심박수가 높을수록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