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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 Oct 28. 2022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호이리게에서의 밤

마늘단편 - 맛없는 맛집 소설 






 그녀는 호이리게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를 여행할 때는 늘 호이리게가 있는 지역은 일부러 꼭 1~2군데는 일정에 넣어 들려 그 호이리게의 와인들을 맛보곤 했다. 하지만 이번 오스트리아 비엔나 여행 일정에는 스케줄이 꽤 빠듯해서 비엔나 내에 있는 호이리게에 들러 저녁을 먹을 시간 정도밖에 없었다. 마침 함께 출장을 나왔던 회사의 막내가 있어서 그녀는 그에게 저녁을 함께 하자고 물었고 오스트리아, 그것도 비엔나 출장이 처음이었던 그는 흔쾌히 그녀와의 저녁식사에 함께 하기로 했다. 사실 회사 내에서도 딱히 그녀와 교류가 없었던 그이기에 갑작스러운 저녁 식사 신청이 그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호이리게 Sissi Huber에서 만난 그의 복장이나 얼굴 표정을 봤을 때는 딱히 그런 건 없는 듯했다. 

"여기 꽤 좋은데요? 선배. 여기 많이 왔나 봐요?"

그녀를 향해 선배라고 부르는 그가 조금은 귀여워 보였다.

"아, 아니에요. 오스트리아에 출장을 오면 종종 호이리게에 들리곤 하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빠듯해서 우리 숙소 근처 오타크링에 있는 Sissi Huber을 급하게 찾아왔어요."

"호이리게요? 호이리게가 뭔가요?"

사실 누구에게나 호이리게라는 단어는 생소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차분히 설명해 주기로 했다. 

"보통 호이리게는 그 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이르던 말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런 와인을 마시는 선술집이라고 보고 있어요. 호이리게의 역사를 보면, 유럽의 30년 전쟁 등 사회적 혼란 속에서 오스트리아의 와인 생산이 침체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는 세금과 행정규제를 완화해 주었는데, 거기에서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녀의 아들 프란츠 요제프 2세 황제는 1784년 8월 17일 그린칭 지역 등 와인농가에서 치즈, 소시지 등 직접 요리한 음식과 와인 및 주스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어요. 이러자 와인을 판매하는 농가가 하나둘씩 생겨났고 포도 재배 단지였던 그린칭은 자연스럽게 호이리게 마을이 되었어요.  그린칭이 비엔나와 근교에서는 가장 유명한 호이리게 지역이긴 하지만 그 외에 Sievering, Neustift, Liesing, ottakring 등도 유명한 호이리게 지역이에요."

그는 집중해서 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말했다.

"와, 선배. 정말 많이 아시네요. 그럼 우리가 있는 이곳도 호이리게 인거군요. 그럼 우리도 와인을 마셔야겠네요?"

"네, 호이리게에 왔으니 올해 수확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비롯해서 이곳에서 자랑하는 와인도 마셔야지요. 와인 좋아하나요?"

"아, 저 와인은 잘 못 마시지만 일단 술은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초대해 주셨으니 감사히 마셔야지요. 음식도 당연히 판매하겠지요? 저, 배가 고프긴 한데."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는 그의 에너지가 그녀에게 좋게 느껴졌다.

"그럼요. 하지만 일단 우리 와인을 먼저 주문하고, 그다음에 음식을 주문하기로 해요. 보통 음식을 주문할 때의 메너이기도 하고, 식 전에 와인을 마시면 확실히 입맛이 돋우어지기는 하니까요."

이 말을 할 때 즈음 정중한 턱시도에 흰머리에 흰 콧수염까지 멋지게 다듬어져 있는 웨이터가 그녀의 자리로 왔고 그녀는 능숙하게 식전에 가볍게 마실 와인을 주문했다.

"사실, 오늘 시간 여유만 있으면 그린칭에 있는 유명한 호이리게인 마이어-암-화 르 플라츠(Mayer-am-Pfarrplatz)를 가려고 했어요. 그곳은 베토벤이 하숙했던 집이에요. 그는 이곳에서 교향곡 6번 ‘전원(Pastoral)’과 9번 ‘합창’의 일부를 작곡했다고도 하네요. 거기서 가볍게 한 잔을 하고 난 뒤 루돌프 황태자의 단골집이었던 루돌프스호프(Rudolfshof)를 가려고 했어요. 혹은 라인 프레 헤트(Reinprecht)도 좋은데 거기는 유명한 작곡가 로베르트 슈톨츠(Robert Schtolz)가 그린칭에 살 때의 단골집 었죠. 그가 이곳에서 작곡한 대표곡은 ‘Ich bin in Grinzing einheimisch(나는 그린칭 토박이)’ 거 있고 주점 벽면에는 그의 부조와 명판에 그의 이야기가 적혀 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린칭을 다녀오기에는 우리 호텔에서의 거리가 있어서 좀 아쉽네요."

그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그녀의 귀까지 들렸고 그녀가 말을 이으려는 찰나 웨이터가 자리로 돌아와 와인을 테이블에 세팅해 주었다.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와인의 향이 참 좋았고 그녀는 잔을 들었다.

"한 잔 할까요?"

그는 어색하게 두 손으로 잔을 잡아 그녀의 잔에 부딪쳤다.

"네, 선배.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위해 건배해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위해 건배"

와인의 첫맛은 시큼했고 뒤를 이어 나온 슈니첼은 느끼한 맛이 와인과 잘 어울렸으며 두 번째로 주문한 와인은 그들에게 없던 감정들을 살포시 일깨워 주기 시작했고 결국 이 날은 그들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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