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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의 쓸모 Dec 26. 2022

서평 _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의 지혜

기독교적 관점에서 직업, 즉 노동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Soli Deo Gloria)'라고 하는 분명한 목적과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부여한 노동의 이유였다. 그리고 그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 책장에 꽂혀있던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왜 일하는가?

내가 60년 동안 경영자로 살아오며 깨달은 '일하는 이유'와 '일하는 방법'을 꼭 알려주고 싶다.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를 이해하고 열심히 일하면 행복한 인생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싶다. 28p


누구나 일을 하고 돈을 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저자는 ‘일하는 이유’와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일은 내면을 성장시킨다?

일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그 일을 하는 우리 자신의 마음을 연마하고 인성을 기르는 데 있다. 즉, 자신의 눈앞에 놓인 일에 온 힘을 다해 몰두한다면 우리는 내면을 갈고닦아 깊고 두터운 인격을 갖출 수 있다.
46p


일의 목적은 마음과 인성을 연단하는 도구라고? 노동은 힘들고 고된 일이다. ‘꿈은 없고, 그냥 놀고 싶습니다!’라던 명수 옹의 명언. ‘돈 많은 백수’라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꾸는 꿈. 이런 말들이 무색하게 만드는 저자의 관점이다.


하지만 이 말을 곱씹어 보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사회생활을 통해 일만 배울 뿐 아니라 인품과 인격이 다듬어지기도 한다. 개인의 인품뿐 아니라 관계성도 배우게 된다. 그 안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군필자와 미필자가 다르듯, 사회생활에 대한 유경험자와 무경험자가 다르듯 말이다.


아마도 저자가 말한 성숙은 관계성보다는 개인의 성장에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일의 부수적인 측면보다는 ‘일’ 그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유익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무작정 일을 열심히만 하면 성숙해질까?


일을 사랑해라

어떤 일이든 그 일을 끝까지 해내려면 스스로 타오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타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동시에, 자신이 왜 그 일을 하는지 명백한 목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110p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가?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것 같다. 저자가 처음 취직한 회사는 월급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회사였다. 물론 그런 회사에 누구도 다니고 싶어 하지 않았다. 원래 다니던 사람이 그만두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저자도 당장에 그만두려 했지만, 어떤 계기로 부도 직전의 회사에서 계속 일했다. 더욱이 자신의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맡아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그리고 점차 흥미를 느끼며 자신이 하던 일에 푹 빠졌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일에 흥미를 더 가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보다, ‘나에게 맞는 일을 할 수는 없을까?’를 고민한다. 나에게 맞는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자신의 삶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저자의 이야기는 또 다른 교훈을 주었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그 일을 사랑하기로 ‘결정’하는 보다 능동적인 마음을 보았다. 나에게 좋은 환경이 주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환경을 만들어가는 저자의 삶이 일을 사랑하는, 더 나아가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된다.


축구 선수가 경기를 하다 보면, 자신이 골을 넣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슈퍼스타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환경이 골을 넣지 못한 핑계가 될 수 없듯,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고 해서 우리가 하는 일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도 없는 듯하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교훈

연말을 준비하면서 우연찮게 SNT 모티브 2021 정년퇴임 영상을 보게 되었다. 마음이 뭉클해지는 영상이었다. 마음 한구석에 존경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 30~40년 동안 근무하시고 퇴임하신 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사실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 지 오래이다. 무엇보다 직장, 직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가족과 나의 생계유지를 위해 직장을 다녔다면, 이제 회사는 자기 계발과 자신의 삶을 영위할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요즘에는 '경제적 자유'와 관련된 책이 유행하기도 한다. 이런 유행은 가능한 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욕망을 보여주는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도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기도 하기도 한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정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60년 동안 경영자로 살아온 저자의 지혜가 우리 세대, MZ 세대의 생각과는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주 4일 근무제, SNS를 통한 수익창출, 부수입 등 노동에 편리를 부여하고자 하는 달콤한 유혹 속에서 '일을 사랑해라'라는 교훈은 왜곡될지도 모른다.


그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전부가 아닌, 일의 가치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그 일을 사랑할 수 있는 지혜와, 이를 통해서 성숙한 인생을 살 수 있는 지혜. 이것이 우리의 삶의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교훈. 저자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이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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