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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Feb 24. 2023

힙한 할아버지, 생각난다.

기차 타고 가는 중에 생각난다

힙하다는 표현이 맞을까.


버스 좌석을 교복 입은 학생에게 양보하는 할아버지.

부러운 시선이 따라가는 허리띠에 부착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더욱이 집에서만 볼법한 커다란 유선 해드폰을 하고 나오신  할아버지의 모습에 시선이 자꾸 갔다.

그런 모습이 조금은 괴짜처럼 느껴지던, 블루투스라는 용어가 낯설었던 시절, 생시절 1990년대 어느  버스 안이다.


고맙습니다

, 고개를 숙이는 학생  모습에 잠시 해드폰을 내리며


어어

하며, 인사를 받아 주신다.


그 주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소리가 흘러나온다.


MC


분명, 그 MC HAMMER


갑자기 웃음이 터진 여학생의 힘겨운 사투가 시작되었다.

꺼억꺼억 하다가 웃고 또 꺼억꺼억 하다가 웃고.....


민망하신지


웃지 마라


하고, 어깨를 툭 치는 할아버지. 정작 본인도 웃음이 터져서 말을 더 이상 잊지 못하셨다.

부들부들 떨며 앞 좌석에 붙은 손잡이를 붙들고 고개를 떨군 소녀와 커다란 유선 해드폰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의 모습.


기차 타고 창밖을 보며 스마트폰과 연결된 조그마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 보니 생각이 났다.



自遣 (자견) / 羅隱 (나은)


나를 달래며 / 나은



得即高歌失即休 (득즉고가실즉휴)

뜻 되로 되면 크게 노래하고, 뜻 되로 안되면 쉬어


多愁多恨亦悠悠 (다수다한역유유)

많은 근심과 한~ 이 많아도  여유 있게~


今朝有酒今朝醉 (금조유주금조치)

오늘 아침 술 있으면 오늘 아침 취하 되고


明日愁來明日愁 (명일수래명일수)

내일 근심은 내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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