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시선으로 보는 4차 산업혁명
18세기의 산업혁명과 21세기의 4차 산업혁명은 무언가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것이 다른 것처럼 보인다. 특히 증기기관이라는 동력기관에서 알파고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으로 핵심 산업 기술이 옮겨가고 있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시선으로 4차 산업혁명을 분석한다면, 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착취'와 '전유'라는 본질은 동일하다. 여전히 자본가들은 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이런 고용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들도 착취에 놓이게 되는 자유/무료 노동을 통해 착취가 어떻게 더 확장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렇게 자유/무료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빅데이터라는 공유지가 과거 인클로저와 어떤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짚어본다. 마지막으로는 빅데이터 공유지에 반환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다룬다.
# 본 글은 사회학 전공 수업을 들으며 고전 사회학자의 이론을 현대에 적용시켜보며 쓴 보고서입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그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이미 4차 산업혁명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안상희, 이민화, 2016). 그리고 이 4차 산업혁명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알파고를 통해서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었다.
알파고는 머신러닝 방법으로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장 최적의 수를 내놓는다. 이 머신러닝은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컴퓨터가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고윤승 2016)한다. 알파고가 고작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이라고 중요치 않게 여길 수 있겠지만, 바둑에서 한 수를 두기 위해 수많은 정형, 비정형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런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하나의 생산수단이다. 투자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빅데이터와 AI의 머신 러닝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자동화된 자산관리 및 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을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라고 한다(최원우, 류두진, 2018). 이 로보어드바이저는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현재 미래에셋의 ‘미래에셋 합리적인 AI 글로벌 모멘텀 펀드’(한국경제, 2020)에 적용되고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통해서 더 효율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고, 결국에는 더 많은 자산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돈을 버는 그 원재료인 ‘정보’는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그 정보는 과연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얻어온 것이 맞는가?
이에 18세기의 산업혁명을 연구하였던 마르크스의 시선에서 4차 산업혁명을 분석하고자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바로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에 따른 착취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현재의 정보는 하나의 생산수단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정보에 평등하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점도 과거 증기기관 같은 생산수단과 동일하다.
비록 후대의 여러 학자들이 마르크스를 비판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이론들과 관점은 유효하다. 왜냐하면 가장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해석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빅데이터” 같이 수많은 정보들이 오고 가는 세상을 직관적으로 꿰뚫어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보고서에는 플랫폼 노동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를 짚어보며 과거 산업혁명과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비교해보려 한다.
인류 문명의 가장 첫 번째 산업혁명은 18세기 증기기관이 발달하면서(안상희, 이민화, 2016) 시작되었다. 증기기관은 사람이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건을 생산할 수 있었으며, 증기기관차 등을 통해 더 멀리 물자를 운반할 수 있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사람들은 영주의 농노로서 주로 농업에 종사하였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은 점차 이런 신분관계에서 벗어나 대도시의 노동자가 되어갔다. 이렇듯 산업혁명은 혁신적인 기술과 그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관계가 맞물려 큰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편 제2차 산업혁명은 전기 에너지의 발명으로 대량생산 사회가 도래할 수 있었고, 제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등의 발달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안상희, 이민화, 2016). 4차 산업혁명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네트워킹 및 상호 연결성이 강화된다. 이후 첨단 기술이 다양한 직업 분야에 적용됨으로써 일자리 환경이 변화(이철현, 전종호, 2020)하고, 이에 따라 전체적인 사회가 변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특히 구글 중에서도 유투브와 검색광고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2019년 구글 수입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바로 검색 광고다. 총 수입 161,857달러 중 98.115달러로, 60.8%를 검색 광고에서 얻었다. 또한 유투브 광고로는 15149달러를 얻었고, 전체 수입 중 9.4%에 해당한다(배한님, 2020).
즉, 구글은 사람들이 무엇을 검색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광고를 띄워 수익을 얻는다. 이것이 바로 생산수단이 공장에서 정보로 옮겨가고 있다는 핵심적인 증거다. 왜냐하면 ‘정보’가 원재료이며, ‘정보’가 곧 생산품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슷한 직원 규모의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2020년 1분기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 수는 기간제 근로자 포함 10만6천877명”(서민지, 2020)으로 나타났다. 한편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직원 수는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10만 3549명(홍석윤, 2019)으로 집계되었다. 하지만 이 둘의 사업 모델은 극명한 차이가 있는데, 삼성전자는 각종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주력 사업인 반면 구글은 정보를 수집하여 가공하고 다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보면 구글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정보 사업의 선두주자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유/무료 노동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 실상은 여전히 착취에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유/무료 노동이라는 티지아나 테라노바가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자유/무료 노동’이라는 개념을 “자발적으로 제공됨과 동시에 급여를 받지 않은, 즐겼음과 동시에 착취당한 노동”(Terranova, 2004; 이항우, 2015에서 재인용)으로 정의한다.
즉,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리가 유투브를 보는 행위가 바로 노동이라는 것이다. 유투브는 각종 영상들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 세계 여러 사람들이 자신이 잘 하거나 관심있어 하는 분야의 영상을 올린다. 그리고 동시에 전 세계의 사람들이 그 영상을 국경을 초월해서 보고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이 구독하고 있는 정보, 좋아요를 누른 정보, 주로 보는 영상들의 특징과 구글 계정에 기반을 둔 그 사람의 각종 사회적 정보들을 합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 커다란 정보의 모음이 된다. 그리고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개인에게 맞춘 광고를 표시함으로써 구글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분명 유투브를 보는 사람은 영상을 보며 그 시간을 즐겁게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가 노동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구글이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이항우(2015)에 따르면 “자본-임금노동의 고용 관계 외부에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치를 생산하는 인간 활동이기 때문이다(Hardt and Negri, 1994; 이항우, 2015에서 재인용).”
또한 이항우(2015)는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행위자들의 자유/무료 노동 결과물을 사적으로 전유”하는 것은 땅에서 얻는 임대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다른 말로 하면, 생산 수단이 정보로 옮겨갔을 뿐이지 그 수익을 가져가는 기본 토대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오히려 18세기 산업혁명과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전에도 이런 착취는 있었다. 봉건제 사회에서 농노는 자신이 먹고 사는데 필요한 양을 수확하기 위해서 일하고, 또 한편으로는 영주의 땅에서 영주를 위해서 일하기도 했다. 이렇듯 확실하게 자신을 위한 것과 영주를 위한 것(착취)가 구분되었다.
하지만 18세기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이런 구분이 어려워졌다. ‘착취의 은폐’가 일어나는 것이다. 노동자는 공장에서 끊임없이 노동을 하는데, 어디까지가 자신의 재생산을 위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자본가를 위한 것인지 알기 어려워졌다. 특히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이 ‘잉여가치’를 통해 노동자들을 착취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정도의 재생산을 위한 양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자본가를 위해서 더 많은 양의 가치를 만든다는 것이다(Rosa, Strecker and Kotmann, 2019).
여기서 더 나아가, 21세기 4차 산업혁명에서는 ‘착취의 일상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유투브와 인스타그램을 보면서도, 그것이 어디까지가 나를 위한 것인지, 어디까지가 기업을 위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알 수도 없고, 구분도 어렵다. 그렇게 모인 데이터는 보통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보통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언어로 보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이야 말로 ‘착취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플랫폼 자본은 자기가 고용한 임금노동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본 생산과정 외부 프리랜서의 공급자-노동 나아가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노동까지 착취”(이항우, 2015)하기 때문이다.
즉, 정보로 수익을 올리는 플랫폼 자본들은 과거 자본들이 그리하였듯이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를 착취한다. 그리고 외부에서 접근하는 일회성 노동자들 역시 착취한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마저 착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구글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유투브에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과, 그 영상을 보는 사람들 모두를 착취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마르크스는 과거 18세기의 자본주의를 지켜보며 몇 가지 진단을 내놓았다. 첫번째로 임금을 줄이고 생산수단에 투자하며 이윤을 과도하게 추구한다면, 오히려 이윤율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잉축적의 위기다. 그리고 두번째는 이렇게 낮아진 임금으로 인해 소비력이 쇠퇴하고, 그 때문에 상품 판매 자체가 어려워지는 과잉생산의 위기를 겪게 된다. 이 두가지 현상을 통해 노동자들은 즉자계급에서 대자계급으로 이행하며,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고 주장했다(Rosa, Strecker and Kotmann, 2019).
과잉생산의 위기는 실제로 대공황으로 일어났지만,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정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가 나타났다. 비록 세계가 공산주의 사회로 이행하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자본주의에서도 마르크스가 진단한 문제점이 실제로 일어났는지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곽노완(2020)은 디지털 플랫폼이 단기적으로는 가입자 모두의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플랫폼 소유자가 전유하는 잉여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극소수의 유산자 계급과 압도적인 다수의 무산자계급이 대립하는 초양극화를 낳을 것”(곽노완, 2020)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것의 원인으로 임금노동 일자리의 소멸을 짚었다.
곽노완(2020)의 주장대로라면 과잉축적의 위기를 예측할 수 있다. 갈수록 임금이 줄어들고 생산수단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현상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와 같이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동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자유/무료 노동을 처리하기 위한 IT 기술자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저장공간을 마련하는 데에 막대한 양의 재원이 투입되고 있다. 이렇게 생산수단에 더 많은 자원이 소모되고 있고, 갈수록 임금이 줄어드는 현상은 과잉축적의 위기와 일치한다. 또한 소수의 전문직 일자리와 다수의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과 같은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으로 양분되고 있는 현상은 노동시장 분절론을 통해 현재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분화가 공산주의 혁명으로 이어진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에 있어서는 회의적이다. 갈수록 사회가 다원화 되어가고 있고, 각자가 추구하는 이익이 다르다. 즉, 18세기 산업혁명과 같이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며 살아갔던 것과는 다르게 지금은 수없이 많은 직업적 분화가 이루어졌다. 따라서 각자가 추구하는 이해관계가 다르고, 즉자계급조차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실적인 방안은 마르크스의 시선으로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이를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를 통해서 자본주의를 수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앞서 일어났던 대공황처럼 또다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제2의 수정 자본주의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플랫폼 소유자의 착취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빅데이터라는 공유지를 찾아오는 것이다. 18세기 초, 산업혁명 당시 많은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유입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인클로저 때문이었다. 영주-농노로 구성되던 “봉건잔재를 분쇄”(조나단 터너 외, 2015)하고 농노의 공유지 사용권을 박탈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클로저다. 결국 토지로부터 분리된 농노들은 “부랑자에 대한 유혈입법”(조나단 터너 외, 2015)에 의해 초기 자본가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공유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공유지로부터 배제된 농노는 결국 자본주의 하의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공유지인 빅데이터로부터 배제될수록 자본을 얻을 수 있는 기회에서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 공유지, 빅데이터를 되찾아 올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계급적인 측면이나 분배의 측면을 떠나서, 빅데이터는 수많은 사용자들의 자유/무료 노동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데이터를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문제는 미뤄 두더라도 이 데이터가 우리의 자유/무료 노동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만 그 뒤에 이어지는 기본소득이나 빅데이터의 개방 등의 주장을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에 대한 자유/무료 노동 기여분을 돌려받는 방법에 대한 의견이 여러가지가 있었다. 첫번째로 이항우(2015)는 기본소득을 주장했다. 플랫폼을 독점함으로써 생기는 수익은 자유/무료 노동에 의한 것이므로, 적극적인 과세를 통해 사회적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된 자원을 다시 기본소득으로 분배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곽노완(2020)은 플랫폼 기업들의 조세회피가 매우 정교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과세를 통한 기본소득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곽노완(2020)은 새로운 대안으로 “플랫폼 조합주의”를 제시하였다. 즉, 모두가 권리를 가지고 있는 공동소유 플랫폼을 통해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를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주장으로는 블록체인의 활용이다. 한현욱(2020)은 의료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의료 빅데이터의 활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병원은 개인으로부터 위임받아 의료 데이터를 보관”(한현욱, 2020)할 뿐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개인이 직접 자신의 정보를 디지털화해 가지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데이터 제공자에게 적절한 보상”(한현욱, 2020)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여러가지 주장들을 살펴보았는데, 학문에 따른 접근법이 달랐다. 우선 사회학자인 이항우는 기본소득을 주장하였고, 마르크스주의자인 곽노완은 공유지의 개방과 공동소유를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의학자인 한현욱은 블록체인의 도입을 통한 의료산업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찾을 수 있는 한가지 공통점은, 빅데이터를 자본과 기업으로부터 구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즉, 많은 사람들의 자유/무료 노동으로 만들어진 빅데이터를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자본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민주주의 정치체제 하에서의 빅데이터 공유지 회수에 대한 적극적인 담론 형성을 제시하고 싶다. 자본이 지금 우리가 만든 빅데이터를 ‘전유’하고, 우리의 일상생활을 ‘착취’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가장 실천 가능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또한 적극적인 담론 형성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빅데이터의 착취와 전유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학자들 사이에서 논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즉, 이런 전유와 착취의 문제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대중들 사이에서 빅데이터 공유지 회수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기업이 자유/무료 노동을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대의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기업의 무제한적인 빅데이터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법안과 정책을 시민사회와 전문가 집단을 통해서 만들 수 있다. 즉, 모두가 데이터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데이터 전문가를 고용하고, 시민단체를 통해 전문가 집단이 고안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견제하면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주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온전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갈수록 직업 분화가 심화되고 개개인간의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현실 속에서 즉자계급 자체가 생겨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자계급을 통한 계급의식의 확산은 더욱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마르크스가 주장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한 빅데이터 공유지의 반환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았다.
‘유투브도 노동인가?’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그동안 다뤄졌던 플랫폼-빅데이터-공유지에 대한 논의들과 근본적인 해결책을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빅데이터의 세계에서 고전적인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산업의 생산물이 예전과 같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세상에서 특정한 이익을 징수한다는 것은 어느 정부이든 어려운 과제다.
따라서 빅데이터 공유지를 자본으로부터 격리하는 방법을 활용해서 일차적으로 공유지를 환수한 다음에,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기술의 발전을 견제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정보가 어느 정도로 사용되었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이익을 분배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 과정을 감시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만든 정보는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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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님, 2020.02.04. “구글, 유튜브 광고 매출 첫 발표…지난해만 18조원 기록”「토마토뉴스」.
서민지, 2020.05.18. “[숫자로 본 삼성전자] 직원수 10.6만명 돌파…이재용 채용의지 반영”「아이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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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현 · 전종호, 2020.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역량 탐구”『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20(14), 31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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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진, 2020.10.11. ”AI 시행착오는 끝…이젠 해볼만하다”「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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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t · Michael and Antonio Negri, 1994. “Labor of Dionysus: A Critique of the State Form”『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번역서 하르트무트 로자 · 다비드 슈트렉커 · 안드레아 콧트만. 2019. 『사회학 이론: 시대와 관점으로 본 근현대 이야기』최영돈 · 이남복 · 이종희 · 이철 · 전태국 역. 한울 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