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분야의 세계적인 스승.
선수행과 글쓰기를 결합시킨 인물.
바로 나탈리 골드버그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통해 처음 만난 이래로, 「 버리는 글쓰기」 「인생을 쓰는 법」 「구원으로서의 글쓰기」로 이어지는 독서의 여정에서 매번 그녀는 나를 고양시켰다.
작가는 책 곳곳에서 글쓰기 훈련법을 소개한다. 그중 하나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눈 앞에 있는 것'을 소재로 글을 쓰는 방법이다.
숲도 좋고 카페도 좋다. 이 훈련법은 쓰는 사람의 감상을 배제하고, 그 자리에서 보이는 것 들리는 것만 기록한다. 냄새 맡고 맛 본 뒤 그것을 기록할 수도 있다. 어쨌든 원칙은 '평가하지 말고 눈앞에 보이는 걸 쓰기만 하라'이다.
남편을 기다리며 카페에 앉아 펜을 들었다.
카페 이름은 '더 카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유리벽면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두 남자가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있을 뿐 가게 안은 조용했다.
내가 라떼를 주문하는 동안 남자 중 하나가 화장실 간다며 일어났다. 진동벨이 울렸고, 나는 커피를 들고 와 그들 옆 옆 테이블 내 자리로 돌아왔다. 벽면에 붙박인 벤치형 소파에 앉아 둥근 테이블에 수첩을 펼쳤다.
화장실 갔던 사람이 돌아오자 두 남자의 대화가 시작된다.
한쪽이 말했다.
어젯밤 집에 들어가서 옷을 벗는데 등에 뭔가 만져지더라는 것이다.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커다란 귀뚜라미가 잡히더란다. 기겁을 했다고 말하며 큰 소리로 웃는다.
다른 한쪽이 말했다.
"귀뚜라미를 등에 업고 온 거네?"
이어지는 다른 대화.
어제 무슨 쇼핑몰에서 진짜 진짜 예쁜 여자를 봤다고, 한쪽이 말한다.
다른 쪽이 물었다.
"전에 아웃렛에서 본 여자애보다 더 예뻐?"
"더 예뻐. 훨씬 더 예뻐."
"말을 걸어보지."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그 여자애가 할머니랑 엄마랑 같이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둘이 또 웃는다.
"나가서 걷자."
두 사람은 일어나 카페를 나간다.
비로소 난 고개를 들고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나탈리는 이 훈련을 통해 주변 환경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마음이 안정되는 효과는 덤으로 얻게 될 거라고. 그러나 연습을 하는 동안 뭔가를 얻으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나는 방금 써놓은 글을 읽어보았다.
보이고 들리는 데로만 썼다. 얻으려 한 적 없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보물을 한 보따리 얻은 기분이다.
세상에, 귀뚜라미를 등에 업고 집에 오다니!
천재 소설가도 이처럼 기상천외한 대화는 못 만들어낼 것이다. 이건 정말 근사한 훈련이다. 글만 쓸 수 있다면 어디라도 좋다. 부디 당신도
시도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