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모니터에서 눈을 돌려
옆을 보라.
솔잎이 아름다운 초록으로 바람에 흔들린다.
이끼 낀 흙 바닥을 개미가 줄지어 간다.
책보다 글보다
이런 것이 소중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책만큼 글만큼 이런 것도 소중하다.
무엇보다 내 생활.
글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고, 글을 생각하지 않는 시간.
책만큼 글만큼 그 시간도 소중하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다.
지금 여기
지금 내 모습
있는 그대로, 고요히 받아들인다.
못나고, 각지고, 얇고, 뭉친 내 모습
그대로 바라본다.
이게 나구나.
그래, 이게 나다.
편안함에 이르려 애쓰지 마라.
지켜만 보아라.
못나고, 각지고, 얇고, 뭉친 모습으로도 머물 수는 있다.
편안함에 머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