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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un 24. 2022

그런 밤

그런 밤이 있다. 자려고 누웠지만 과거의 일들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 지나간 일이 자기 전에 떠오르는 것, 잠자리에서 떠오르는 생각 리스트 중에서 최악의 선택 중에 하나다. 내가 깜빡하고 하지 못한 일이 떠오른다면, 내일 아침의 나에게 맡기면 된다. 하지만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는 내일의 내게 부탁하는 것을 거부한다. 지금의 내게 쌓인 것이 많은가 보다. 나의 잠을 내쫓고 나와 이야기하기를 희망한다.  

   

내가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면 부끄러운 모습들이 많다. 그때는 알아 차라지 못했다. 어쩌면 보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떻든 후회스러운 일들을 남겨 뒀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오늘의 나도 내일의 내게 그런 모습으로 보일까 두렵다. 이런 생각이 들면 오늘을 반성하게 되고, 오늘의 아쉬움이 어제의 후회로 이어지고, 과거에 대한 미련으로 이어진다.     


생각의 끝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최선을 다하는 것이란 결론에 이른다.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보내는 하루는 미래의 나에게 하는 변명이다. 오늘의 나를 위한 핑계를 만드는 것이다.     


오늘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오늘의 후회와 어제의 아쉬움 그리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쫓아간다. 내가 쫓기는 것인지, 내가 쫓았던 것인지 애매해질 즘 잠에 든다. 이미 지나간 일들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내 마음은 말을 듣지 않는다.     


윤동주 시인은 시 속에서 참회와 자아성찰을 보여준다. 시대를 짊어진 사람의 고뇌는 어찌나 시린지, 그의 글을 통에서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멀리, 넓게 보지 못한다. 내가 뒤척이는 이유는 나라는 존재가 걸어온 길에 대한 후회 때문이다. 내 인생이라는 길에서 잘못 디딘 걸음들이 눈에 밟힐 뿐이다. 내게 보이는 것이 그게 전부다. 그래서 나한텐 그게 내 세상이고, 반성의 대상이다.     


오늘도 나는 나를 위한 핑계를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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