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8월의 외래 진료 기록
너무 늦어버린 8월 초 외래 기록. 7월 말부터 8월 초, 한 여름에는 도무지 기운을 못 쓰는 편이다. 여름 더위에 몸이 지쳐서 + 엉망이 된 수면 패턴과 지속적인 무기력증 때문에 유독 심했던 이번 여름앓이.
이번 외래 때는 친절한 선생님의 "잘 지냈죠?"라는 말에, "어.... 몸은 그런데, 마음은 안 그런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올해 초부터 오랜 무기력증이 있는 것 같다, 뭘 좀 해보려고 해도 다시 아플까 두렵고. 그렇다고 가만있자니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한편으론 두려움을 무기 삼아 게으름을 누리는 건 아닌지,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리고 밝음으로 앞의 말의 정도를 낮추고 싶어서 "근데 이식 환자들 다 이런가요? 하하하" 하고 웃어버렸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했다.
"왜애? 우리 수치 너무너무 좋은데. 수술 이후로 이벤트 전혀 없었는데~?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그 말이 몹시 생경했다. 뭐든 다 할 수 있구나. 여전히 그렇구나, 그 말이 참 오랜만이어서.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어쩌면 내 몸은 이미 준비가 되었는데, 마음이 나를 막아서고 있던 것은 아닌지. 이 모든 우울감은 나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그 말이 온전한 힘으로 들어와 바로 슈퍼맨처럼 으쌰! 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지칠 때마다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직,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마치 인터넷에 떠도는 유명한 밈처럼, 우리 나이에 못 하는 건, 키즈 모델뿐이니까!
(p.s.
저는 자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사람이지만, 아주 깊은 마음까지는- 심화된 버전은 꽁꽁 숨기고 사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저 자신을 가장 많이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치만 자주 기억할래요. 아직 뭐든 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