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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Dec 08. 2023

나이 들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네

좋은 게 뭐가 있어요?

물리치료사 출신인 내가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주로 맡은 파트는 '요양보호 관련 기초 지식'과 '체위변경과 이동 요양보호'이다. 


'체위 변경과 이동 요양보호'는 대상자의 체위를 변경하는 방법과 이동시 사용하는 도구(휠체어, 지팡이, 보행기 등)에 따라 요양보호사가 어떻게 대상자를 돕는지를 배운다. 수업을 하다 보면 실기 부분은 교육생들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부분이고, 순서나 나의 위치를 잘 외워야 하기 때문에 집중도도 높고 수업을 진행하는 나도 더 신경 쓰게 된다. 


하지만 '요양보호 관련 기초지식' 파트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내용이 모두 '노화에 따른 특성과 각 기관별 질환과 특징'에 대한 부분이다 보니 이미 주변에서 많이 보던 질환이 많다. 위염, 위암, 대장암, 변비, 욕창, 대상포진, 치매, 뇌졸중, 파킨슨 등 가족 중에 없더라도 흔하게 접하는 질환을 이론으로 읽고 배운다. 


교육생들은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데, 특히 50대 이상이 많은 편이다. 노화에 대해 익숙해지는 나이인 50대 이상의 교육생들은 부모의 나이가 7,80대 이상이 되다 보니 우리가 배우는 질환에 대해서 누구보다 익숙하기도 하다. 



출처 픽사베이



어떤 교육생이 수업을 진행하는 중에 말한다.

"나이 들어서 좋은 게 하나도 없네요. 우리도 이렇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우울해지기도 하고요."


나도 요양보호사 시험공부를 할 때 옆에서 들었던 이야기이다. 막 40이 넘었던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이론은 이론일 뿐. 2~30년 지나야 내게도 올 거라는 먼 미래와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함께 공부하시던 선생님은 50대였으니, 점점 다가오는 현실로 느껴지셨는지 똑같이 말씀하셨었다. '이거 공부하니 우울해진다'라고.


최근에 만난 교육생도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안 좋다는 인식만 많다'라고 하셨다. 특히 편찮으신 아버지를 돌보고 계셔서 더 그런 것 같다고 말씀하시면서 물어보신다. '좋은 게 뭐가 있어요?'


삶에 대한 지혜가 높아지고, 경험도 많고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 못했던 것은 지혜로운 노인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이다. '우리 시대의 참 어른'이라고 손꼽을만한 몇 분을 제외하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노인은 오히려 고집이 세고, 말 안 통하고... 가 훨씬 많을 것 같다.


나는 노인이 된 나를 항상 이렇게 꿈꿔왔다. '누군가가 필요할 때 이야기를 들어주고 멘토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 지금도 그 꿈은 변함이 없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2~30년 후에 후배세대의 누군가가 나를 꼭 필요로 할까?' 또는 '멘토가 되어 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정말 노인이 되면 좋은 게 하나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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