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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Dec 03. 2023

또 새로운 사람

12월 교육생의 첫 시간

반팔을 입고 첫 강의를 나갔던 게 기억나는데,

이 날은 어떻게 하면 추위를 막을 것인가에 집중하며 주머니에 핫팩을 넣은 날이다.


12월이 시작되고 첫 번째 날의 강의를 맡게 됐다.

지금까지 첫 시간을 맡은 날은 처음이다.


지난주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뵈었던 교육생은 없고,

모두가 처음이라 어색하고, 쉬는 시간에도 조용한, 누가 봐도 첫 시간인 것 같은 사람들이다.


첫 시간에는 학원에서 OT를 진행하는데,

늦게 오는 분들도 있다 하여 OT를 점심시간 지나고 5교시에 하기로 했다.

나로선 그 시간이 또 고마운 시간이 되겠지.


수업 전 강의실


맡은 수업은 이미 해봤던 부분이라 어려운 건 없었다.

단지 시간이 지날수록 끝이 보이는 분량이라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고

복습을 병행하며 수업을 진행할까 가 고민이다.


1교시에는 모두가 처음이라 교육생이 돌아가며 소개를 하기로 했다.

이번 기수는 또 6~70년대생이 많아 젊은 편이다.

특히 남자분이 두 명이 등록하셨다고 했는데, 한 분은 끝까지 오시지 않았다.

오셨던 한 분은 첫 시간이 지나고, 곧 블랙홀로 떠올랐다.

수업시간 내내 수업 내용에 딴지를 걸어 

다른 교육생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용이 헷갈린다'라고 컴플레인을 할 정도였다.


예를 들어, 암환자에게 통곡식, 채소 등을 권하고, 저 잔여식이를 피한다,라는 부분에서

통곡식이 문제로는 현미밥등의 구체적인 예로 나올 수 있다고 말하는 지점이었다.


블랙홀님은 거기서 

'에이~ 현미밥 안 좋은데? 내 와이프가 몸이 안 좋아서 몇 년 동안 밥을 해먹이고 있는데, 현미가 소화가 안돼서 별로더라. 그래서 한 번 푸~욱 삶아가지고 다시 밥 할 때 넣어서 밥을 했더니 괜찮더라고.'


하아, 이러면 곤란하지.


'네 선생님,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목적이 시험에 합격하는 거예요.

이론 책에 나와 있는 데로 공부하셔야 됩니다. 선생님들 모두 내 개인 경험과 이론을 헷갈려서 답을 찍으시면 안 됩니다. 요양보호사 시험은 운전면허 시험과도 같아요. 다들 만만하게 보지만 공부를 하나도 안 하고 내 짐작대로만 시험을 치고 나오잖아요? 그러면 떨어져요. 책을 한 번이라도 정확하게 보시고 책에 있는 것만 답을 찍어야 해요.'라고 말씀드렸다.


일반과정에 계신 분들은 블랙홀님과 함께 한 달을 공부하고, 실습까지 같이 나가야 할 텐데, 내가 더 걱정이다. 원장님께도 말씀드렸더니 이미 파악하고 계시더라. 

역시 20년 넘게 사람 대하는 직종에 계신 분이라 금방 파악하신 듯.


OT 시간


보통 교육생분들과 점심을 같이 먹진 않는데, 이 날은 첫날이라 모두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으셨다. 근처 시장 칼국수 집에 함께 가서 먹고 왔는데, 나도 낯선 분들과 있느라 점심 사진도 못 찍었다는 걸 집에 오면서 알았다. 


교육생 중에서 낯익은 분이 계셨는데 알고 보니 우리 동네 시장에 있는 빵집 사장님이었다. 내가 작년까지 다녔던 병원 인근에 있는 곳이기도 했는데, 사장님도 내가 낯이 익다고 하시고 ㅎㅎ 결국 어느 병원이었는지 이야기 나누었는데, 빵집 손님들도 병원 원장님 어디 가서 병원 하시냐고 많이 물으신다고 하셨다. 병원 원장님이 병원 운영을 안 하시는 게 나도 아쉽다 쩝 ;;


다시 돌아와, 빵집 사장님이 빵집에 알바를 써가며 왜 요양보호사 자격증 준비하시냐고 여쭤봤다. 음, 그냥 우리 집 식구가 좀 많아요,라고 하시는데, 아무래도 가족케어 때문인 것 같았다. 이번 기수 교육생들도 모두 가족케어 쪽이거나 관련 일을 하시는데 도움이 되는 자격증이라서 따러 왔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실 분은 이렇게 없을까? 아니면 공부하다가, 실습 나가보고 정말 하고 싶어질 분도 계실지 궁금해졌다.






이제 곧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3년 이상 현장경험이 있는 분들은 실장급의 급수를 인정해 줘 급여를 더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요양보호사 보수교육을 이수하는 사람에게는 1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을 지불한다고 한다. 보수교육을 보통 내 돈 내고 하는데, 돈을 받고 하는 곳은 처음 봤다. 그만큼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정부가 나서는 모양이다. 앞으로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주간보호센터가 아닌 대상자의 집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에게도 기관에 나가는 만큼의 대우를 해줄 것이라고 했다. 노인케어가 급속도로 필요해지는 현실이라 요양보호사는 필수인력이라는 말이 점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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