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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Nov 25. 2023

쟤는 놀면서 돈 벌어가네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지난달에 강의는 총 5회였다. 

일정하게 이론과 실기를 겸비할 수 있는 시간표였다.

이번 달에는 지난달에 없던 교수님이 한 분 들어오면서 내 수업을 가져갔다.

(원래 계셨던 분인데 지난달에 안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분 입장이라면 또 반대겠지)


결국 내 수업은 이번 기수의 마지막 날, 하루를 배정받았고,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수업을 하게 됐다.


수업을 받는 교육생들도 생소하긴 마찬가지였다.

학원에서의 마지막 수업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교육생은 적었다. 60대가 세 분, 40대가 한 분이다.

어떤 모임이든, 학원이든 항상 주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제일 앞에 앉은 선생님(교육생을 그렇게 부른다)이다.




한 선생님이 간식을 나눠주셨다. 

은행구이와 구운 청란이다. 중간에 배가 고파서 알차게 잘 먹었다.

연세가 다들 있는 분들이라 이런 간식을 잘 싸 오시는데, 역시 지난달 50대가 많았던 분위기와 또 다르다.





점심시간은 50분이다. 

근처에서 밥을 먹고 나면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는다.

식당에 오래 앉아 있기 그래서 밥 먹고 카페를 가면 시간이 또 부족해진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책을 좀 읽다가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 저 카페의 샌드위치는 맛이 없는데, 

그렇다고 교육생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일도 불편하다.

(교육생들은 매일 수업이라 도시락을 싸와서 학원 내에 빈 강의실에서 밥을 같이 먹는다)







오늘 진도 나갈 부분은 사실 1시간 짜리였다. 나는 8시간 강의를 해야 하는데, 고민이 많았다.

내가 이미 수업을 했던 부분이라면 자연스레 복습을 할 텐데, 다른 교수의 부분이라 조심스러웠다.


마침 수업하기 전 어느 날 원장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복습이라 상관없다고, 충분히 해도 된다고 하신다.


-다행이네요

내가 진도 나갈 부분과 복습할 부분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번 수강생들은, 아니 그 반장 선생님은 자기 마음대로다.

수업을 진행하는 중에도 '내가 유튜브 00에서 봤는데 이렇게 외우면 된데'라고 다른 선생님들께 공유하고, 진도 다 나가서 복습할 거라고 하니까, '그냥 자습할게요(너 필요 없어)'라며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자습하신다니 그러세요.  저는 책이나 읽으렵니다. 

4교시부터 자습한다는 소식에 원장님은 내게 '다들 왜 저러신데요? 시험 어렵다고 하니까 겁먹으셨나?'라고 반문을 하신다.




오후시간은 모의고사를 풀어보기로 했다.

요즘 요양보호사 시험은 CBT 시험을 친다. 쉽게 말하자면 컴퓨터로 시험을 치는 것.

문제는 연세가 있는 선생님들 중에 아이디+비번조차 제대로 입력하지 못하는 분도 있다는 점이다.

집에 컴퓨터가 없고, 쓸 일도 별로 없는 분들이다.

스마트 폰으로 이것저것 하는 것과 다르게, 컴퓨터는 또 컴퓨터만의 룰이 있는데

(예를 들면, 마우스 조작법이라던지, 컴퓨터 화면을 찾아가는 것 등)

그나마 조금씩 하실 수 있는 분은 수월한 편이고, 그렇지 않은 분은 옆에서 도와줘야 시험도 가능해진다.


학원에는 컴퓨터가 두 대가 있어서 동시에 두 명이 시험을 칠 수 있는데

반장 선생님은 우리 집이랑 회사에 컴퓨터가 8대나 있어,라며 

집에서도 계속 컴퓨터로 모의고사를 푼다고 하시면서 못하는 분께 기회를 양보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반장선생님은 남편케어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준비한다고 하셨다. 남편이 몸이 안 좋으셔서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었다. 요즘은 가족케어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분이 많다.)


컴퓨터로 모의고사를 치는 두 분과 프린트로 출력한 모의고사를 두 분이 치는 동안,

나는 강의실 뒤편에 앉아 책을 읽거나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봤다.


가끔 컴퓨터가 안된다고 하시는 분들에게 가서 도움을 드렸다.

마우스 더블클릭이 안되거나, 하다가 창을 내려버려서 윈도우의 파란 화면만 보고 계신다거나,

아이디, 비번 입력이 안되거나, 안 푼 문제를 어떻게 다시 찾아서 들어가는지,

본인이 틀린 문제가 왜 틀렸냐고 물어보시는 등등이었다.




4교시부터 마지막 8교시까지 그렇게 강의실 뒤에 앉아서 가끔 일어나 도움드리고,

모의고사 출력물 나눠드리고, 쉬는 시간에 교육생들과 잠시 사담을 나누고. 책을 다 읽었다. 


솔직히 5교시에는 점심 직후라 잠도 너무너무 쏟아졌는데.

교수가 앉아서 이렇게 졸려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나머지 책을 읽었다.


오늘 만난 분들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쟤는 놀면서 돈 벌어가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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