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 날의 기록
벌써 요양보호사 교육원의 이번 달 교육의 마지막 날이다.
내가 수업을 나간 날은 총 5일이다.
나도 마지막 수업이지만, 이번 기수들도 한 달간의 이론 수업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여러모로 마무리를 짓는 그런 날에 하루종일 나와 함께 하게 된 것이다.
오늘은 버스를 타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에서 7~8분 걸으면 나오는 정류장으로 가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정강이 근육이 아플 만큼 빠르게 걸었다.
더 이상 빠르게 못 걷겠다, 뛰지도 못하겠다 싶을 때
내가 타야 할 버스는 지나갔다.
택시를 탈까 잠시 고민하다가
버스 정류장에 도착 예정인 버스 노선을 살폈다.
처음 보는 번호의 버스가 마침 내가 내려야 할 곳을 간다.
오예.
오늘은 마지막 수업이니 교육생들은 모두 다 오겠지,
교육생들은 다음 주부터 실습을 나간다고 했다.
준비할 서류 등이 많아 교육생들은 전원 출석했다.
사실 오늘 진도 나갈 분량은 한 시간, 아니 30분 만에 끝낼 수 있었다.
하, 8시간을 어떻게 하지?
할 게 없다는 것이 부담이 없어 보이지만,
어떤 시간으로 채울지 교육생들을 생각하면 머리를 쥐어짜 낼 일이다.
원장님께 모의고사(기출문제)를 요청했다.
실제로 시험을 치듯 90분의 시간을 주고 시험을 치게 해 보라고 하신다.
휴, 시간을 벌었다.
시험을 치고 답을 맞혀보고 문제풀이를 하는 그 과정에 2~3시간이 훌쩍 지났다.
점심시간이 되고, 교육생들은 내게 ‘교수님 식사하시고 천천히 들어오세요’라는 요청을 하신다.
5,60대의 교육생들의 요청에 못 이기는 척 그러겠노라 말을 하고
오늘은 식사 후 카페에 들러 책을 읽고 와야겠다는 계획을 머릿속에 굴려본다
안 가본 식당에서 수제비를 먹었다.
맛이 쏘쏘다.
조미료 맛도 많이 나고, 나에겐 매웠다.
얼른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간다.
약 3년 만에 오는 카페다.
가보니 카페 이름이 바뀌어있다.
기존의 사장님이 결혼하신다고 가게를 팔았다고
지금의 상냥한 사장님이 말씀하신다.
늘 마시는 라테와 오늘은 에그타르트도 하나 시켰다.
디저트가 맛있다.
교육생들이 늦게 들어오라고 했는데, 몇 분이나 늦어야 될까 생각했다.
결국 10분 늦게 들어가는 걸로 나와 타협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부분들을 다시 반복하고,
문제풀이에서 조금 아리송했던 부분을 동영상을 찾아서 보여드렸다.
마지막 시간에는 원장님께서 들어오셔서
다음 주 실습에 대한 부분을 설명하시고 수업 일정이 모두 끝났다.
교육생들의 얼굴을 몇 번 보면서 익혔다고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도 있었다.
일명 잡담.
교육생 한 분은 다른 날짜에 들어오시는 젊은 교수님들과 내가 나이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교수님은 말씀이 참 조숙하시네’라고 생각하셨단다.
내 나이를 말씀드리니 놀라신다.
젊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외부 강의를 나가면 항상 그날만 보고 마는
원데이 강의가 많아서
이렇게 한 곳에 며칠씩 오는 강의는 처음이었다.
그래선지 혼자서 교육생들과 정이 쌓이는 느낌이다.
학원 강의를 한 번 해보고 싶었고, 물리치료사 출신으로 하나의 루트를 더 만든 느낌이다.
다음 달에는 교수님이 한 분 더 들어오게 되면서 내 수업이 더 적어졌더라.
원장님은 요양보호사 보수교육 수업을 내게 더 배정해 주겠다고 하신다.
그 수업은 주어지면 또 어떤 커리큘럼일지 궁금해진다.
요양보호사 시험부터 강사로의 활동까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이어진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래서 재미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