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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Oct 14. 2023

이러다 폐강?!

근데 내가 너무 졸려

요양보호사 교육원의 네 번째 수업날이다.

지난주, 택시가 안 잡혔던 것을 생각해서 오늘은 꼭 일찍 나가서 버스를 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생각보다 조금 일찍 나섰는데, 버스 어플을 보니 집 앞에 오는 버스는 20분이나 있어야 도착을 한단다.

택시를 타면 너무 일찍 도착할 테고, 걸어서 가기에는 조금 모자란 시간이다.

고민하다 7분 정도 걸어서 가야 하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걸어가면서 그쪽 버스 도착 시간을 살폈다.

다행히 쉬지 않고 가면 그 버스는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나 버스를 탈 수 있었고, 5분 만에 교육원 앞에 내릴 수 있었다.



오늘은 어떤 점심을 먹을 것인지 미리 정했기 때문에, 예상 비용 내에서 쓰려고 커피는 꼭 교육원에 있는 믹스커피를 먹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그 다짐은 곧 횡단보도에서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건물 1층에 있는 커피숍으로 향하는 나의 모습으로 바뀌어버렸다.

(순간 김유신이 저도 모르게 술집 앞으로 데리고 간 말의 목을 베어버리는 장면이 떠올랐는데, 차마 나를 벨 순 없고 ㅋㅋㅋ)



3천 원짜리 커피 한잔을 들고 여유 있게 교육원으로 올랐다.

늘 그렇듯 원장님은 밝게 인사를 해주시며 반겨주시면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꺼내신다.



“오늘 한 분은 전라도 가시고, 한 분은 어디 가시고 그래서 두 분만 오시는데, 그 두 분도 한 분은 오전에 오시고 가셔야 되고요, 한 분은 오후에 오신데요”


헉…그 한 분들 안 오시는 건 아니죠??


원장님은 1대 1 과외한다 생각하고 여유 있게 수업을 하라고 팁을 주시고 가신다.


아직 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



다행히 오전만 오신다는 한 분이 시간 맞춰서 오셨다.

한 분에 4시간씩, 오늘 해야 할 8시간 분량이 4시간으로, 1대 1로 하게 생겼다.



사실 실기 실습만 빼면 분량이 그리 많은 부분은 아니었다.

그래도 실기 부분에서 출제가 많이 되는 부분이라 중요한 수업인데, 안 오신 분이 절반이라 아쉽긴 했다.

혹시라도 그 한 분도 안 오시면 나는 집으로 가야 하나, 그런 생각도 잠시 스쳤다.



이번 기수의 가장 왕언니분이 오셔서 수업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병원 이야기도 하고, 개인사도 조금 나오게 됐다.

왕언니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병원에 있는 게 좋아요, 아니면 이렇게 강의하는 게 좋아요?”



- 병원에 있는 것도 좋아요. 지금도 다시 가도 괜찮고요.

그런데 또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항상 전공과 무관한 강의를 해오다가 이렇게 관련된 강의를 하는 것도 새롭고 재미있고요.

대신에 병원은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돈을 주는데, 이런 프리랜서는 계속 내가 찾아다녀야 하죠.

그런 게 차이점이에요. 친구들은 저처럼 못하겠다고 병원에서 다들 안 나오고 있어서 제가 좀 별나게 보이는 편이긴 하지만요.



왕언니는 그러셨다.

“선생님한테 잘 맞으신다고 하니 참 좋네요. 어디서든 잘하실 것 같아요.”



아, 혼자 오셨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이야기였다.



점심으로 먹은 닭가슴살 포케


수업을 올 때마다 그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동네를 한 바퀴 하면서 이 동네에는 어떤 게 있나, 하고 살피는 편이다.

지난번에 우연히 발견한 포케가게에서 혼밥을 했다.

샌드위치보다, 그냥 샐러드보다 만족도가 컸다. 항상 5천 원 선에서 점심을 해결했는데, 이건 그 두 배 이상의 비용이 들었지만, 맛있어서 너무 만족했다.



출근길에 사 왔던 커피는 역시나 너무 맛이 없어서 3분의 1도 못 마셨다.

항상 저렴한 프랜차이즈의 커피를 못 마시는 거 알면서, 그렇게 돈을 충동적으로 써버렸다(정말 말 모가지를 베어야…)

점심을 먹고 나서 너무 졸렸다.

오후에 오는 수강생도 모의고사를 한 시간 쳤는데, 그 시간에 책도 읽고 하는데 너무 졸려서 믹스커피를 마셔야 했다.

지난 시간에 가져왔던 타먹는 비타민을 갖고 올걸, 다음에는 꼭 하나 챙겨 와야지, 싶었다.



오후에 오신 수강생은 시험을 다 치시고는 “쌤 커피 마셨어요?”라고 물어보신다.

그렇다고 하니, 그럼 밑에 빵집 가서 빵을 사 오겠다신다.

둘이서 빵을 하나씩 입에 물고 채점을 했다.

이것도 수강생이 한 분만 오셔서 가능한 일이었다.



집으로 올 때는 항상 걸어서 온다.

차 타면 7분 정도 걸리는데,  걸으면 30분이다.

딱 운동하기 좋은 거리다. 예전 같으면 무조건 택시를 타거나 차를 갖고 갔을 텐데, 일부러 걷는다.

그렇게 해도 5 천보? 도대체 매일 만보씩 걷는 분들은 얼마나 걸으시는 건지 몰라.



금요일 수업은 좋은 점이 끝날 때마다 수강생 분들이 매우 후련해하신다는 점이다.

나도 비록 금요일 하루 수업이지만, 끝나고 나면 주말의 시작이라는 점이 뭔가 신이 나게 만든다.



주말 잘 보내시고,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걸어왔다.


수강생이 모의고사 치는 동안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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