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반에 불러주세요
요양보호사 교육원의 교수는 조건이 있다.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국가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하며, 임상에서 3년 이상 경험이 있는 사람이 교수 지원을 할 수 있다. 나는 물리치료사로 10년 넘게 근무를 했다.
병원에서 근무를 했고, 환자들의 절반은 노인층이었다. 그래서 노인의 특성이나 정형외과적 질환은 잘 알고 있다. 주로 정형외과, 신경외과에서 근무를 했고 졸업 전부터 노인 병원에서 일했다. 하지만 노인병원에서의 근무 기간이 약 5개월 정도로 매우 짧았고, 졸업 즈음이었으니 일했던 기억은 빛바랬다. 요양 병원에서의 경험이 없으니 막상 병원의 요양보호사 근무환경을 생동감 있게 전하지 못하는 게 내심 아쉬웠다.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교육생들에게 보여주면서 '나도 요양 기관에서 근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간보호 센터나 요양병원, 요양원에서 경험을 한다면 나중에 강의할 때는 뭔가 더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내년을 시기로 잡고 원장님께 말씀드렸다. 원장님은 다른 교수들도 강의만 오래 하신 분, 요양 관련 근무 경험은 없는 분들이 많다고 하셨다. 반대로 현장 경험이 많은 교수는 교재보다 현장 이야기로만 시간을 채워서 또 아쉽다고 하셨다.
그렇게 이번 주간 기수까지만 강의를 하기로 했다. 원장님께는 야간반 강의는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원장님은 '저하고 연락만 안 끊으시면 됩니다^^'라며 흔쾌히 그러라고 하셨다. 어차피 도청(에 신고해 둔)과 교육원의 교수진에서는 빼지 않고 있을 거라 괜찮다고 하시면서.
그렇게 만난 마지막 주간반 기수는 활기차고 분위기가 좋았다. 수업에도 의욕이 넘치는 편이라 남는 시간에도 서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책을 찾아보고 질문을 했다. 다른 기수들과는 상반되는 느낌이었다. 교육원에 지난 기수 교육생들이 알려준 기출문제를 정리해서 알려주니 아예 파일로 보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전 기수였나, 기출문제를 보여드렸을 때 '이번에 나왔으니까 뭐 우리 때는 안 나오겠지'라고 했던 분들과 사뭇 다르다. 여담이지만 그랬던 문제가 그 말씀하셨던 기수들이 시험칠 때 또 나왔다는...
종강하는 날, 오후 4시간 수업을 맡아서 최종 모의고사를 치고 문제 풀이를 했다. 종강식도 함께 했는데, 원장님은 개근상과 공로상도 시상에 넣어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완전히 끈을 놓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주간 수업을 끝낸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다. 기회가 된다면 야간반에 또 수업을 들어가겠지만 1년 정도 수업한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뭔가 이제 좀 수업하는 것을 알겠는데 그만두는 느낌도 들고, 초반에 수업하면서 땀을 삐질삐질 흘렸던 기억도 떠오른다. 나를 좋아해 줬던 선생님들과 싫어했던(?) 선생님들도 계셨고.
프리랜서 강사다 보니 일을 시작하고 그만두는 일이 내가 소리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도 알았다. 강의 1주년이 되어도 나 혼자만 알고 기념하게 되고, 강의 준비를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강의 시간만 받을 수 있으면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오롯이 혼자 하는 일이다. 그런 점이 지금까지 일해왔던 병원과 다른 점이었다.
물리치료사가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일하는 것이 드물다. 그래서 더 기록하려고 했다. 어디선가 탈임상을 시도하며 전공을 살리고 싶어 하는 선생님이 계신다면 이런 일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었다. 지난 병원 폐업 이후 2년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덕에 교수라는 이름도 들어보고, 강의하는 일을 하면서 이 분야의 분위기도 익혔다. 병원에서만 근무하는 삶도 가치가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는 일도 참 소중하다. 교육원 강의만으로는 병원에서 만큼 의 수익이 나지 않았다. 강의가 매일 있는 일이 아니라 그런데, 그래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