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수업은 힘들잖아요
나는 잠이 많다. 한 번에 12시간씩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낮잠이 없으면 하루 종일 졸린 사람이다. 병원 근무를 할 때 점심시간에는 식사 후 약 20분 잠을 자다 보니 역류성 식도염도 생겼다.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도 잠과의 사투였다. 오후 수업은 특히 졸면서 필기하는 게 특기였을 정도. 커피로도 쫓아지지 않는 졸음은 10분이라도 잠을 자야 해소됐다.
그런 성향이다 보니 수업 시간에 눈을 감고 있는 교육생을 볼 때면 그러려니 한다. 수업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젊은 수강생이 많이 졸아서 미안하다고 따로 이야기를 하셨다. 괜찮다고, 졸리는데 어떡하냐고 답을 드렸다.
나는 정말 괜찮았다.
헤라클레스도 들어 올릴 수 없는 게 눈꺼풀이라고 하지 않는가. 혹시라도 미안해하시는 교육생이 더 있으실까 봐 처음 들어가는 수업에는 꼭 중간중간 말씀 드린다.
-졸리면 주무셔도 되고요, 밖에 잠시 나갔다 오셔도 됩니다. 나가셔서 커피 한 잔 하시고 오셔도 돼요.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이렇게 서 있는 저도 오후시간에는 졸리는 경우가 있는데, 앉아 있으면 더 그렇죠. 그거에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교육생들은 꼭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잠을 깨우기 위한 체조를 하신다. 5교시만 두 번 들어갔는데,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오전에도 꼭 한 번씩 하신다고. 적극적인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활기차게 수업을 시작하는 것 같다. 또 다른 기수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은 누군가가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서 일부러 커피를 양껏 사 오신다는 것.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커피를 사 오셔서 나눠드시면서 잠을 쫓으시는 것 같다. 비타 500이나 박카스 종류의 드링크류도 항상 누군가가 사 오신다. 그래서인지 서로서로 더 돈독하고 수업 분위기도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