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위험할 것 같아
아빠가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지 3주에 접어들었다. 사고가 나고 개월수만 3개월에 접어들기도 했다.
한 달 정도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빠의 호전 상태를 보니 한 달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워커라는 키가 큰 보행기로 복도를 오가며 운동하고 있지만, 아직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힘이 많이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했다. 면회를 가면 항상 휠체어를 타고 간병사님이 모셔드린다.
수술한 다리는 왼쪽이지만, 오른쪽 다리는 디스크 때문인지 평소에도 불편함을 호소했었다. 근처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했었는데, 허리 때문이라고 의사가 말했다고 했다. 그랬는데, 아빠는 올해 초, 암 진단금으로 중고차 SUV를 덜컥 구입했다. 기차역 바로 앞이 집이고, 다니는 병원도 기차역 바로 앞인데, 왜 차가 필요했을까 가족들은 의구심을 가졌다.
한 달에 많으면 두 번,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을 했다. 2박 3일 정도였는데, 나름 입원 짐이 많았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 있는 물품을 그대로 들고 와서 병실에 세팅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짐이 무거워서 기차를 타고 내리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차가 필요했다고 했다.
아빠는 내가 고등학생일 때, 음주 사고를 냈다. 그러고 면허는 취소되었고, 자연스레 차 없이 생활했다. 차가 없으니 타지에서 일하면서 집으로 오는 일이 줄어들었고 그렇게 몇 달에 한 번 정도만 아빠를 잠시 보는 관계가 되었다. 그나마 나는 조금 컸다고 쳐도, 나이 차이가 나는 동생들은 그냥 어릴 때부터 아빠는 거의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가끔 와서 아들에게 '너 올해 몇 학년이냐?'라고 물었다는 기가 막힌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쭉 자가용이 없이 집에서 일터까지 아빠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명절에는 주로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랬던 아빠가 갑자기 아픈 몸이 되었는데 차를 샀다고 하니, 가족들은 모두 걱정과 불안을 갖게 되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것도 아마 혈액암과 폐암 수술 이후 쇠약해진 체력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일어났을 거라 생각된다. 이번에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혼자 사고가 났지만, 자차를 몰다가 사고가 없을 거란 보장이 없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병원 면회를 갔을 때 아빠에게 차를 팔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아빠는 본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은 채 그러라고 했다.
아빠차가 있는 동네까지는 집에서 한 시간이 걸린다. 가서 차 상태를 사진 찍고 15분이 걸리는 아빠 집 앞에 주차를 해두었다. 차는 뒷부분 빼고는 모두 다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차를 탄 기간은 4개월밖에 안되는데, 그동안 어떻게 몰았는지 차 번호판도 약간 떨어져 있었다. 이미 다른 차와 긁힌 적도 있다고 했으니, 차를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굳건해졌다.
헤이딜러에 차 사진을 올렸다. 중고차 딜러가 경매하듯 가격을 제시했다. 그중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딜러와 거래를 하기로 하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 차량 판매용 인감증명서가 필요한데, 일단 아빠가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위임장이 필요했다. 위임장은 행정복지센터에 있었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가서 설명을 들었다. 아빠의 자필로 위임장을 써야 해서 요양병원에 면회 신청을 했다. 아빠에게 위임장을 받고 다시 행정복지센터로 가서 아빠와 나의 신분증을 보여주고 판매자의 인적사항까지 적은 후 차량판매용 인감증명서를 받을 수 있었다.
준비된 서류를 들고 아빠 차가 있는 아빠 집 앞으로 갔다. 혹시 몰라서 남편은 차량을 꼼꼼하게 닦고, 나는 실내에 있는 짐을 뺐다. 비가 많이 와서 간단히 짐 옮기는 것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 중고차 딜러 두 명이 와서 차량을 꼼꼼하게 살폈다. 생각보다 긁힌 자국이 너무 많다고, 제시했던 가격보다 낮춰야겠다고 했다. 우리도 동의하고 제시한 가격을 그대로 받기로 했다. 그래도 아빠가 중고차를 샀던 가격과 100만 원 정도 차이가 나서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했다.
주말이 지나고 명의 이전이 끝났다고 딜러에게 연락이 왔다. 이제 자동차 보험만 해지하면 끝이다. 보험 기간이 남아있을 때 해지하면 조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니, 문의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