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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작가 Feb 13. 2024

아이를 존중해 주세요.

다음 세대에 대한 배려



"망나니처럼 키우네"

조금 전 이런 기사를 읽었다.


요는 5세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탄 아이 엄마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자리를 내어달라는 아줌마의 논쟁.

이를 거부하자 아주머니가 "요즘 엄마들 이기적이고 자기 새끼밖에 모른다. 아이를 오냐오냐 망나니처럼 키운다"라고 받아쳤는데 이게 그렇게까지 이기적이냐고 묻는 아이 엄마의 질문이었다.


이 글을 퍼 나른 기사에도 댓글이 491개 일만큼 관심이 뜨겁다.




위 기사에 대한 베스트 댓글


순공감순으로 상반되는 두 개의 입장이 나뉘었다. 기사에서 언급한 '5세 아이는 돈 안 내고 탔으니 자리 내줘야 한다'는 댓글까지도 각자 나름의 논리가 있다. 애 셋을 키우는 엄마이면서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란 40대 여성으로서 두 의견 모두 생각해 볼 만하다. 만약 한 달 전쯤 이 기사를 읽었으면 늘 있는 일이거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인도 여행 중에 있다. 첸나이 IN 뭄바이 OUT으로 30일간의 배낭여행을 마치고 이제 내일이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우려와 걱정을 보냈지만 무사히 안전하게 인도를 걸었다. 남인도는 태계일주에서 기안 84가 보여준 북인도와는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 사람도 문화도 위생 개념까지 그렇다. 그럼에도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들이 많은 거리나 시장을 다닐 때 혹은 밤거리는 낯설고 무서울 법한데 우리는 별 탈 없이 여행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쿠알라룸프르에서 첸나이로 오는 야간 비행기 안에는 유독 울음이 끊이지 않는 아기가 있었다. 설상가상 첸나이의 기상악화로 바로 착륙하지 못하고 스리랑카 공항으로 회항했다가 한 시간쯤 대기하고 다시 첸나이로 착륙 시도를 반복했다. 아이는 시종일관 소리를 지르며 울었고 부모는 연신 아이를 어르고 달랬다. 그 가운데 누구도 부모를 탓하거나 눈치를 주는 일이 없었다. 그저 비행기가 첸나이에 무사히 착륙했을 때 다들 박수를 치며 휘파람을 불었다. 인도와의 첫 만남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여행 중 우리를 스쳐간 모든 사람은 호의적이었다.

어떤 곳에서든 환영받았다.

절대적으로 유럽인 관광객이 많은 남인도에서 동양인이, 그것도 아이가 셋이나 되니 그 자체만으로도 희긔템이기도 했겠지만 그 이전에 이들에게는(인도인과 유럽인 모두)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려와 존중이 있었다. 야외무대나 작은 공연장에서도 아이들이 혹여 그들로 인해 보이지 않을까 봐 앞자리를 비워주거나 자리를 비껴주는 일이 많았다. '잇츠 오케이'를 아무리 외쳐도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아이들이 괜찮은지를 살펴주었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데다 영어도 못하면서 인도로 자유 여행을 감행했던 우리는 질릴 만큼 무모했지만(알고 나니 더욱 기가 찬다.) 아이들 덕분에 해피엔딩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한 달간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이 기사의 댓글들이 꽤 기이하게 느껴졌다. 5살 아이를 태우고 버스를 타는 행위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아이는 고분고분 말을 듣는 인형이 아니고, 사람들의 시선은 날카롭다. 자리에 앉혔으니 그나마 종착지까지 얌전히 가면 다행인데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자리를 만들어 달란다. 어디 보따리나 배낭을 옆에 둔 사람에게 짐 좀 치워달라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앉아있는데 치워달라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아이를 하나의 인격으로 대하지 않았기에 성립하는 이야기다. 이런 사건에 '망나니처럼 키운다'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아 사람들을 끊임없이 대립시킨다. 이게 찬반논쟁 거리인가.


동방예의지국, 유교문화 기타 등등으로 노인을 공경하고 대우하는 민족의 정체성도, 아이가 넘치던 베이비 붐 세대를 겪은 과거도 모두 우리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었을 테지만 이제는 그 너머의 문화를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 아이 가진 게 벼슬이라며 대놓고 배려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출산율이 바닥이라고 떠들지만 말고 금쪽이 운운하며 버릇없는 아이와 부모를 싸잡아 나무라기 이전에 다음 세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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