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의 시대

기술을 넘어 감각이 작동하는 순간

by 한끗작가


“다 말했는데, 왜 안 통해?”


그런 순간이 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카톡에서도.


문장도 틀리지 않았고, 논리도 분명했는데

상대는 이해하지 않았고, 기분은 상했고, 일은 엉켰다.


그럴 때마다 나는 뒤늦게 깨닫는다.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의 순서가 틀렸다는 걸.




1. 설계는 직장이 아니라, 삶 전반의 감각이다


설계라는 단어는 보통 기획자, 디자이너, 기획서에 어울리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잘 보면, 삶 전체가 설계의 연속이다.

아이에게 “빨리 밥 먹어”라고 하자마자 울기 시작할때

남친 여친이 “그 얘기, 지금 꼭 해야 해?“라고 반응할때

엄마에게 “이건 왜 이렇게 했어?”라고 물었다가 싸움이 날 때

이 모든 건 내용보다 타이밍의 실패다.




2. 타이밍을 설계하는 사람


설계자는 ‘무엇을 말할지’보다

‘언제 말할지’를 아는 사람이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그거 내가 위험하다고 했잖아”는 정답이다.

하지만 그 타이밍의 정답은 아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기분으로는 틀린 말.

그래서 설계는 언제나 ‘배치’의 기술이다.




3. 정보보다 흐름이, 정답보다 리듬이


보고서를 AI가 써주는 시대,

광고 문구도 템플릿으로 나오는 시대.


정리는 잘된다.

상당히 그럴듯하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왜냐면 설계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는 있는데 흐름이 없고

정답은 맞는데 리듬이 없고

논리는 있지만 납득이 안 간다.


그러니까

설계자는 감각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4. 실생활 속, 설계자의 역할


육아에서 “공부 좀 해!”는 정답이다.

하지만 지금 아이가

속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타이밍이라면?


“오늘 학교 어땠어?”

“기분이 별로였구나.”


친구에게 톡할 때 “답 없네?”는 내 입장에선 당연하다.

하지만 그 말보다, “요즘 많이 바빠?”가 흐름을 연다.


말은 같아도, 타이밍이 관계의 흐름을 만든다.


회사 보고에서 “구성원 만족도 하위 3위입니다.”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바꾼다:

“회식보다 불만이 더 많은 제도, 바꿀 수 있을까요?”


질문을 먼저 꺼낸다.

이게 설계다.




5. 정리는 AI에게, 판단은 설계자에게


이젠 말 잘하는 시대가 아니다.

배치 잘하는 시대다.


좋은 자료, 정확한 문장, 풍부한 근거 —

그건 도구가 도와준다.

하지만 지금 이 말을 꺼내도 괜찮은지,

이 문장을 앞에 둘지 말지,

이 흐름이 감정과 맞는지는

기계가 대신 못 해준다.


그건 사람의 감각이다.

설계자의 몫이다.




그래서 지금, 설계자의 시대다


기술은 더 정밀해지고,

정보는 더 많아지고,

표현은 더 잘 다듬어진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지금 꺼낼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차이를 만든다.


읽히는 콘텐츠, 설득되는 기획서, 풀리는 관계,

살아나는 대화.


그 중심엔 언제나

순서를 고민한 사람,

감각으로 배치한 사람,

그 한 끗을 설계한 사람이 있었다.




설계자는 요란하게 말하지 않는다.

다만, 정확한 순간에 정확한 말을 꺼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그런 사람이 필요한 시대다.

설계자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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