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는 어디에 서 있는가
보고서를 받았다.
문장도 매끄럽고, 논리도 반박할 데 없다.
한 줄 한 줄 흠잡을 데 없이 정리된 요약과 그래프.
하지만 어쩐지… 향이 난다.
AI의 향.
그 글을 누가 썼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오히려 다들 안다.
“누가 쓴 건지 모르겠다”는 건,
누가 써도 상관없다는 말과 같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었고 나는 이 시리즈를 시작했다.
누가 썼든 상관없는 글이 아니라,
읽는 순간, 누가 설계했는지 느껴지는 글.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 사람이 바로 설계자다.
이 시리즈는 글쓰기 이야기가 아니었다.
단어 고치는 법이나, 킬링 문구 만드는 법도 아니었다.
나는 줄곧 ‘읽히는 방식’과 ‘움직이게 하는 순서’를 고민했다.
왜 어떤 문장은 읽히자마자 머릿속에 박히고,
어떤 보고서는 아무리 공들여 써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을까?
그 차이는
‘내용의 질’이 아니라, ‘배치의 감각’에 있었다.
《한끗설계》는 결국 이런 이야기였다.
1. 정보는 넘치지만, 순서가 무너졌다
읽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내용 부족’이 아니다. 전달의 흐름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2. 설계자는 흐름을 복구하는 사람이다.
타이밍, 질문의 순서, 리듬과 맥락.
그것을 다시 짜는 사람이 바로 설계자다.
3. 설계자의 감각은 후천적이다.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한 문장을 다시 읽고, 다시 듣고, 다시 고치는 사람’만이
감각을 갖게 된다.
4. 기법은 출발점일 뿐이다.
중요한 건 프레임이 아니라
지금 이 사람에게 이 문장이 필요한가를 판단하는 힘이다.
5. 설계자는, AI 다음을 책임진다.
누구나 ChatGPT에게 묻는다.
“이메일 써줘. 요약해줘.”
그러나 설계자는 한 문장을 열 번 다시 읽는다.
“이 문장이, 이 맥락에서, 지금 필요한가?”
우리는 더 이상 정보가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판단의 부재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야 할지.
어디서 멈춰야 할지.
그 판단이 바로 ‘설계자의 몫’이다.
설계는, 누구나 훈련할 수 있는 기술이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저는 감각이 없어요.”
하지만 감각은 반복을 통해 자란다.
문장을 읽고 입으로 말해보는 사람
질문의 순서를 다시 써보는 사람
논리를 꿰기 전에 리듬을 들어보는 사람
그 반복 속에서 감각은 생긴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설계자였던 사람은 없다.
설계자는 ‘설계하려 한 사람’만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설계자의 시대다.
누구나 글을 쓰고, 누구나 콘텐츠를 만든다.
누구나 AI에게 시키고, 누구나 정보에 접근한다.
그러니
“누가 썼는지가 드러나는 글”,
“누가 설계했는지가 느껴지는 순서”
그것만이 차이를 만든다.
설계자는 더 이상 특정 직무의 직함이 아니다.
이 시대는 모든 사람에게 설계를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한끗설계》 시리즈는 여기서 마무리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설계 중’이다.
읽고, 쓰고, 고치고, 다시 물어보며.
나의 다음도, 당신의 다음도
설계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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