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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reestory Dec 01. 2023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요?! 허!'

ADHD, 혼혈아이와 그 한국엄마의 한글학교 생활 (1)

유럽 소재 한글학교

현지 교육청으로부터 모국언어교육기관으로 승인받아 학교로 불리지만 수업 횟수는 연간 30회 미만인 .

아이들 손을 잡고 온 학부모들이 몇 년 후 소매를 걷고 교육직을 이어나가는 시스템은, 아무래도 일반 학교와 다르다.

주재한 도시뿐만이 아니라 근방, 기차 타고 한 시간도 더 걸리는  곳에서 온 학생들까지 모여 대략 100명 남짓. 

그나마도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가정에서 쓰는 아이들이 훌쩍 반을 넘는 한글학교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기관이며 이곳의 한인들에겐 소중한 공간이다.기타 다른 한인 커뮤니티를 다니지 않는 여자의 아이들은, 이곳에서 한국을 배운.


첫 아이에 이어 둘째 아이가 입학했을 때, 여자는 퍽 기뻤다.한국서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홀로만의 힘으로 한국어와 문화를 전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에. 안타깝게도 그녀의 영국남편은 한국어를 못할뿐더러 그 역시 이곳 현지 언어로 학교를 다니고, 한국어로 양육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에게 본인의 언어와 문화를 전달코자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한 언어 가정이 외국에서 아이들을 키워도, 현지언어가 강해지는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선 공을 들여야 하는데 부모의 언어가 다른 경우에는 부단히 애를 써야 한다.


첫째와 달리 튀는 둘째를 한글학교 교실 문으로 들여보낼 때, 불안과 걱정은 있었음을 아직도 기억한다. 하지만 둘째는 평상시에도 본인이 한국인임을 자처하며, 한국말에 대한 거부감도 없는 아이. 낯가림도 없고 즐거워하는 둘째를 보며, 그녀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곤 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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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어느날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둘째를 담당해 주시는, 한글학교 선생님. 그녀의 첫째 또한 몇 년 전 이 선생님께 배우며 한글학교 생활을 시작했었다. 매사 열심히 하고 누구와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첫째를 예뻐해 주셨다고-여자는 기억한.'어머니께 이런 용건으로 전화드리게 될 줄 몰랐어요-.'

둘째 입학 시 어렴풋이 가진 걱정은 그 사이 현실이 되어있었.


버겁게 시간이 또 흘렀다.

새로운 반으로 이동 이후 첫 소풍날, 새 선생님의 표정이 힘들어 보였. 같이 동행했던 한 엄마가 여자에게 말한다.'00 엄마 참 힘들겠어'소풍날 사진들 속 둘째는 화가 나있고 동시에 외로워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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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들이 한 바퀴도 더 돌고,반 아이들의 졸업식.

주말에 몰리는 이벤트, 밀린 잠을 자고파 하는 아이들과 씨름해 가며 온 토요일들. 졸업시키는 학부모님들의 뿌듯한 미소가 졸업하는 아이들의 것에 뒤지지 않는다고 여자는 생각했.

그들에게 부러운 시선들을 던지며 어린 반 학부모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 쉬어가는 텀이셨는지, 과거에 그녀의 두 아이들을 지도해 주셨고, 전화해 주신 선생님이 오셔서 대화에 동참해 오셨다. 유독 한글학교 학생들이 현지 학교에서도 빛을 발한다며 뿌듯해하신다. 여자의 첫째도 힘주어 칭찬해 주시는 그분에게, 무심코 말했.

' 둘째도 그런 한국 아이중 한 명이 되도록 열심히 지도할게요'

선생님도 무심코 셨나 .

정색하며,'00 이는 다른 케이스죠.'여자를 살짝 한쪽으로 데려간 후 선생님은 염려스러운 눈빛과 목소리로, 둘째를 위해서 사립학교를 권유해주신다.


곧바로 몰려나온 아이들로, 두서없이 인사를 하고 집으로 온 여자는 눈물을 쉬이 못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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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식. 개학 후 윗반 진학은 아무래도 어렵겠지 생각했음에도 별다른 연락이 오지 않자 여자는 또다시 고개를 드는 희망과 마주한다.왜 포기를 못할까.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길. 트램에서 둘째의 담임선생님과 마주치고 인사를 건넨다. 주말 트램에는 사람들이 붐비고 아이들과 살짝 거리가 생긴 참.

선생님은 본인의 첫째가 포함된, 얼마 전 졸업한 학생들부터 본인의 또 다른 자녀와 여자의 첫째가 다니는 학급아이들까지 두루두루 칭찬해 주신다. 이 분 또한, 그녀의 첫째를 지도하셨었고 또 유독 예뻐해 주셨다. 본인의 자녀와 좋은 친구가 되길 소망한다 해주셨던 분.이런 분에게조차, 둘쨀 맡긴 후로 여자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던지. 


천근과 같은 입술을 열어 최근 검사로 확인된, 둘째의 ADHD와 난독증을 최대한 눈물을 보이지 않고 전해본.

'아이의 늘어나는 짜증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마음이 무겁지만, 좋은 분들 도움 더불어 열심히 방법들을 찾아 나아가보겠다고. 정말 지도해 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다고- 아이의 장애를 알려서라도, 아이를 변호해주고 싶었.


문득문득 느낀, 선생님의 짜증과 피곤함이 가당하기조차 하다는 것을 알려드리고도 싶었. 아이의 장애를 말하는, 여자의 마음은 절벽 끝에서의 돌조각과 같이 흐드드 무너져가는 것 같았.


여자는 어색함을 줄이려 말한.

-'오래 걸려도 열심히 노력해서 누나들처럼 한국을 멋있게 알리는, 자랑스러운 아이로 키울게요'

여자의 소망이자 다짐인 이 말은 선생님들의 꾹꾹 눌러놓은 말을 풀어놓게 하는 버튼인 걸까.


그녀의 둘째를 이년이나 담임해 주신 선생님은, 헤어지는 날이 돼서야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마음을 보이신.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요?!, 허!'

'00 이가 다른 아이들 물건들을 툭툭 치던 거 아시냐고' -당황해하며 여자가 - 열심히 버릇을 고치려 하는데 정말 너무 천천히 변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00 이가 종이를 구겨서 던졌던 건 아세요?'-참담해하며 여자는 정말 노력하겠다고 거듭 말한. 선생님이 더 나오려는 말들을 꾹 참아보신.


그 사이 트램의 문은 헤어짐을 제공했고, 여자는 사람들을 뚫고 아이들의 손들을 찾아 집으로 돌아왔다.


여자는 오래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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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아이들이 한글학교를 다니며 문화를 배우고, 닮은 듯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좋았.


위의 선생님들 또한 좋아한다. 성실함과 선함이 많은 선생님들이자 엄마들임을 그녀는 안다.

아들을 두신 분에겐, 혹시 딸 육아부터 시작한 그녀보다 남아를 다루는 스킬이 더 좋지 않으실까.. 큰 아이들을 두신 선생님껜 요맘때의 아이를 다루는 노하우가 많지 않으실까 종종 그녀는 기대했었.


이 선생님들의 말들이 어떤 의미인지, 오해 없이 잘 이해하기에 깊이 아프고 깊이 앓는다. 오랫동안 하고픈 말들을 참았을 그녀들은, 타향살이 속 국제가정에서 혼혈아이들을 키우는 동료엄마들. 각자는 다르지만 이 카테고리 속에서 그들은 지향하는 바가 같은 한국인들 다.


아이 둘을 보내며 그녀는 학교생활을 참 열심히 참여해 왔다.임원엄마직들을 맡고, 그 전후로도 수시로 학급들의 간식을 구워내고. 행사를 비롯해 여러 일들을 기꺼이 참여하고 선생님들을 보면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고개를 깊이 숙였.학부모들과도 두루 친하게 지냈.


하지만 그녀는 둘째 아이가 어 학급생활을 대신해 줄 수가 없다.모범생인 첫째 아이 또한 동생의 학급 생활을 대신해 줄 수가 .



 많이 고 많이 앓는.

뾰족뾰족 고슴도치 아이 안고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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