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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Mar 02. 2021

[독서기록] 완벽이라는 거짓말

모드 쥘리앵의 <완벽한 아이>를 읽고


짧다면 짧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리 짧지 않은 기간 책과 가까이 있었다. 전공도 그러했고 해왔던 일들도 그러했다. 그럼에도 책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존재고, 때로는 버겁게 다가오는 존재다.

<완벽한 아이>는 복복서가에서 받은 책인데,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양가감정을 느꼈다. 읽고 싶지만 내게는 너무 버거울 책처럼 보였다. 그중 읽고 싶다는 욕망이 조금 더 우세하여 신청했고 책을 선물 받았다. 그런데 현실과 마음의 문제로,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인 지난 주말에야 이 책을 펼쳤고 어제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걱정했던 것에 비해 나에게 이 책은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술술 읽혔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집중해서 읽었다. (역시 책 중에 책은 남이 만든 책인가) 보이지 않는 적이 가장 무섭다는 말처럼, 나는 이 책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보이지 않는 적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허비한 시간이 아까웠다.

주말에 개인 독서를 한 것도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꽤 고민하여 이 책을 골랐는데,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원고를 보고도 읽고 싶어진 책이니까.


<완벽한 아이>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완벽한 자식을 양육할 수 있다고 믿는 강압적인 아버지와 그의 말에 복종하는 어머니에게서 길러진 모드의 유년시절의 기록이다.

아버지는 자신이 무엇을 하든 전부 다 나를 위해서라고 되풀이해 말한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나를 위해, 예외적 존재가 될 운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나를 키워내는 일에, 나의 형체를 빚고 조각하는 일에 바치고 있다고 말한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사랑했다고도 말한다.(35쪽)

위의 줄거리는 지옥에 대한 아주 짧은 요약일 뿐이다. 모드는 집 바깥으로 외출도 할 수 없고, 학교를 다닐 수도 없다. 아버지의  강압적인 훈육에 맞춰, 학문을 익혀야 하고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하며 수영, 승마 등의 운동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매일 학습한다. 더불어 잡초 뽑기, 가축 사육, 도축, 아버지의 수발 등도 도와야 한다. 어머니는 모드를 완벽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교육자의 한 명일 뿐 보호자로의 역할은 하지 않는다. 정말 때때로, 서점에서 아버지 몰래 책 몇 권을 사주는 게 전부다.

모드는 태어나서 꽤 오랜 기간이 흐를 때까지 집에서 나가지 못했고, 아버지의 규율을 어기면 천지가 개벽하는지 알고 산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버지의 말에 거짓이 숨어 있다는 것을, 어머니의 말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때부터 그녀는 그 무서운 성을 탈출할 방도를 모색한다.

나는 몇 달 동안 밤마다 벽돌을 긁어내고 낮에는 주머니를 비운다. 나는 에드몽 당테스고, 동시에 파리아 신부다. 나는 영적인 탈출을 위해서 일한다. 이제 그 어떤 것도 나를 잡아둘 수 없다.(256쪽)

<완벽한 아이>를 읽으며, 이 이야기가 소설인가 자꾸 착각하였다.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을 때까지 나는 몇 번씩 이것이 작가의 상상이길 바랐다. 그만큼 잔혹했다. 번역가의 말 중에 아버지를 '식인귀'라고 묘사한 부분이 있는데, 이 말이 딱 맞을 정도로 그는 잔인하게 아내와 딸 모드의 생을  갉아먹는다.

너무 힘든 이야기를 쏟아내었기에, 그녀가 집을 탈출한 이후의 이야기가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후일담처럼 짧게만 나와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는 더 소설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나니, 제목의 붉은 글씨가 경고처럼 느껴진다. 검은숲을 탈출하는 듯 보이는 소녀의 그림도 슬프게 느껴진다. 띠지를 초록색 계열로 하였는데, 모드가 그나마 위안을 느꼈던 동물을 상징하는 자연의 색으로 느껴졌다. 처음에는 표지가 심심하다고 느껴졌지만, 가장 잘 내용을 표시하는 상징으로 느껴졌다.

책의 표지가 경고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완벽한 아이>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자신에게 이 표식이 다가왔다면, 이 책을 읽을 때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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