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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08. 2020
빛과 그림자
유럽의 미술관을 간 당신. 계속 보다 보면 다리만 아프고 '이 그림이 저 그림이 같고, 다 비슷해. 똑같아 보여.' 대부분 비슷해 보이는 고전 회화들을 볼 때 한 가지 팁을 알려드린다면, 빛과 그림자입니다.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화려했던 르네상스 시기 예술가들의 기법과 정확성은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원근법의 발명으로 빛과 그림자를 사용했습니다. 1400년에서 1600년까지 약 이백 년 동안 조각, 건축, 회화 등에서 빛과 어둠의 사용은 가히 혁명적이었습니다.
회화에서는 지배적인 요소로 부각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사용해 두드러졌고, 바로크 시대 와서는 유행했습니다. 바로크의 화가들 카라바지오, 루벤스, 렘브란트, 베르메이르, 헤라드 반 혼토르스가 사용했습니다. 빛과 어둠의 달인이었던 이들은 어떻게 사용했을까요.
안에서 나오는 빛
안토니오 다 코레조<Nativity>1529-1530 Oil on canvas 256.5x188cm Gemäldegalerie Alte Meister 소장ⓒwikimedia이 그림에는 햇빛도 촛불도 없습니다. 그러나 빛이 있습니다. 아기 예수 몸에서 발산되는 빛이 주변을 환하게 비춥니다. 몸은 신비로운 빛을 냅니다. 성스러운 존재가 세상을 비추는 것을 암시하듯 종교 회화에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앞부분 강조된 빛
카라바조의 그림은 조명이 꺼진 어두운 무대 위 최소한의 조명만을 받고 있는 배우들의 같습니다. 우리의 시선은 부분에 고정됩니다. 빛과 어둠의 강한 대비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카라바지오의 회화는 원근법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깊이감을 만들어냅니다.
카라바지오 <Salome with the head of John the Baptist> 1607 Oil on canvas 116x140cmⓒwikimedia짙은 어둠으로 인물들의 실루엣을 표현합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부각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캔버스 평면에 삼차원적 살아있는 입체감을 만들어 사실보다 더한 사실감을 줍니다.
카라바지오 <Judith and Holofernes> 1602 Oil on canvas 145x195cmⓒwikimedia그 시대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적인 회화는 충격이었습니다. 카라바지오는 종교적 인물들을 성스럽고 거룩한 모습을 그리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실제 창녀, 도둑을 살아 있는 모델로 했습니다. 삶과 죽음, 극적인 순간을 명암법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카라바지오의 빛과 어둠을 통한 사실주의적 기법은 예술가들에게 인기를 얻어 루벤스, 렘브란트, 드라 투어 등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루벤스 <Family of Jan Brueghel The Elder> 1613-15 National Gallery London소장ⓒwikimedia루벤스는 빛과 어둠으로 역사적인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습니다. 이 그림은 루벤스의 동료 화가였던 친구 브뢰헬의 가족들을 그렸습니다.
가족 초상화로는 특이하게 엄마 카타리나가 중심에 서 있습니다. 카타리나의 얼굴이 가족들 중 가장 환하게 빛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엄마와 두 아이만 그리려고 했다가 나중에 브뢰헬을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의 왼손은 아들의 어깨에 오른손은 딸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아들은 엄마의 팔찌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엄마 얼굴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빛이 따뜻하고 애정 있는 가족 초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헤라드 반 혼토르스 <The Matchmaker> 1625, Oil on canvasⓒwikimedia이 작품에 빛은 촛불입니다. 방안을 비추는 촛불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있습니다. 여성의 파인 가슴과 옷 색깔이 촛불 앞에서 밝게 드러납니다. 올린 머리에는 깃털을 달고 있네요. 깃털은 그녀의 행실이 좋지 않은 것을 암시합니다. 남성은 그녀에게 돈을 건네는 듯합니다. 그녀는 현악기 류트의 목을 잡고 있다. 성적 암시를 하는 물건입니다. 악기에 비친 그림자를 보면 남성의 손과 그녀의 손등이 만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촛불은 둘의 사이의 거리감이 있으면서 동시에 없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촛불의 빛은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화가들은 밤의 장면을 표현하고 싶을 때 촛불을 사용했다. 촛불만 켜진 밤의 장면은 순수한 명암 대비법을 자연스럽게 연출합니다.
아담 드 코스터 <A young woman holding a distaff before a lit candle> ⓒsothedys.com촛불은 고요하고 섬세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카라바지오의 화풍을 많이 따라 했던 아담 드 코스터의 촛불을 든 여성입니다. 이 작품에서, 한 점의 불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두운 곳에 서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섬세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녀가 허리에 두르고 있는 흰 옷과 목 주위 털의 질감이 느껴집니다. 입술과 머리에 두른 천, 상의는 붉은색을 띠고 있네요.
렘브란트 자화상 1654렘브란트는 자화상, 역사적인 장면들, 종교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가 유명한 이유는 그림의 주제가 아닌 빛과 그림자 때문이기도 합니다. 렘브란트는 직접적인 빛의 가치를 알고 있었습니다. 이전의 화가들과 다르게 빛과 어둠이 만나는 경계를 부드럽게 처리하면서 그 대비를 줄였습니다. 이 때문에 렘브란트의 그림들은 차분함을 줍니다.
측면에서 오는 빛
측면에서 들어오는 빛은 초상화와 정물화를 그릴 때 많이 사용했습니다. 특히 베르메이르의 초상화들은 측면에서 들어오는 빛을 통해 그림을 완성했다. 우유를 따르는 여성과 지리학자 남자의 방안에 커다란 창문은 조명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빛은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와 분위기를 좌우하는 요소가 됩니다. 베르메이르는 어떻게 빛이 사물에 닿는지 이해하고 표현하는 화가였습니다. 방의 빛은 간접적이고, 인물과 사물들을 부드럽게 휘감습니다. 푸른색, 노란색 옷들은 어느 부분에 빛을 받느냐에 따라 다른 톤으로 표현됩니다. 베르메이르는 빛이 우리가 사물과 색을 인식하는 것조차도 바꾼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베르메이르 <Girl with a Red Hat> 1665-1666 Oil on canvas, 23.2x18.1cm National Gallery of art 소장ⓒwikimedi반면, 뚜렷한 디테일을 위해서는 정면으로 곧게 비치는 햇살을 사용했다. 소녀는 측면 빛을 받으며 앉아 있습니다. 소녀의 볼 위로 빛이 반사됩니다. 볼의 밝은 부분은 코와 얼굴 윤곽선을 사실적이고 단단하게 보이도록 합니다. 빨강 모자를 강조하기 위해 모자 위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측면 빛을 사용했습니다. 빛은 패셔너블한 옷과 모자 얼굴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습니다. 빛과 어둠은 균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나오는 그녀의 시선은 전체적인 안정감을 주고 있습니다.
뒤에서 오는 빛
클로드 로랭 <Seaport at Sunset> 1639 Oil on canvasⓒwikimedia배경의 빛은 풍경화에서 잘 사용됩니다. 만약 화가가 수평의 지평선 라인을 그림의 구조로 사용하고 있다면, 우리는 저 먼 곳을 바라보게 됩니다. 클로드 로랭의 수평선 너머로 낮게 햇빛이 비치고 그 빛은 우리를 향해 긴 그림자를 뻗고 있습니다.
정물화에서 빛과 어둠
<Still Life with Game Fowl, Vegetables and Fruits>1602 Museo del Prado Madrid소장ⓒwiki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