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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진 Apr 21. 2020

작품 관찰하기 3단계

 

자, 앞에서 도슨트 설명을 들어도 좋고, 듣지 않아도 좋다고 했습니다. 마이크를 달고 입구에 기다리고 있는 도슨트를 지나쳐 작품과 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들어온 당신. 상대를 알고 만나야 편한 법이지만 모른다고 부담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작품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작가를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는 없으니까요. 당신은 르네상스 회화보다 현대미술에 더 관심이 있을 수도 있고, 조각보다 고대 회화가 더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관심 가는 전시에 가서 내 발을 멈춰 세우는 작품과 마주하시면 됩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대부분 전시실 벽에 간략한 시대적 배경과 미술사적 흐름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설명을 읽은 후 어색하게 첫 만남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짧은 팁을 손에 들려드리겠습니다.



Look 그냥 보기


그냥 봅니다. 당신 앞에 무엇이 보이나요? 보이는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정입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한 작품 앞에 서 있는 시간은 평균 30초라고 합니다. 짧은 경우 2초라고 합니다. 당신은 그냥 보는데 몇 초를 소비하실 건가요?   



형식

회화, 조각, 사진, 설치미술, 비디오 영상, 행위예술, 건축물 등 중 어떤 작품을 보고 있나요?



재료

유화, 청동, 대리석, 한지에 수묵화, 점토, 철, 콘크리트, 신문지, 버려지는 물건들 등 많은 재료들이 있습니다. 잘 모르겠다면 작품 옆 라벨에 작게 설명되어있을 것입니다. 현대미술로 오면서 다양한 재료들이 나타났습니다. 예술가는 재료를 선택하는데 수많은 고민과 이유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 재료가 관객에게 주는 분위기와 느낌을 전달하는 것까지도 계산했을 수 있습니다.



크기

당신이 보고 있는 작품의 사이즈는 어떤가요?  



추상화처럼 직선으로 기하학적 선을 이룬 것이 있고,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처럼 곡선인 인체를 직선으로 표현한 것도 있습니다. 당신이 보고 있는 작품은 수직, 대각선, 수평, 곡선어떤 을 이용했나요? 이용했다면 부드러운가요 평평한 선인가요 뾰족한 선인가요?

 


선들의 표현

선들은 불규칙적일 수도 있고, 두껍거나 얇아 볼륨감의 차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선들은 작품의 모양을 결정하고 작품 안에서 또 다른 공간과 분위기를 만듭니다.

(좌) 자코메티 <걸어가는 남자> 1947 ©Alberto Giacometti  (우) 제프쿤스 <비너스> 2008-2012ⓒJeff konns

 

따뜻한 색인 가요 차가운 색인 가요? 전체적으로 어두울 수도 있고 밝은 색일 수도 있습니다.



질감

작품의 질감은 부드러운가요, 표면이 거친가요?



내용

예술가가 이 작품을 만들었던 장소와 날짜를 봅니다. 예를 들면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냉전 시기였는지? 우리나라 해방이 된 직후였는지. 시기를 보면 작품의 배경을 알아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작품 속 인물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모자상. 결혼식 하는 장면. 가족일 수도 있고 원수 일 수도 있습니다. 군대가 싸우는 장면, 왕과 신하, 강변에서 뱃놀이하는 사람들 또는 바다 위 뗏목 위에서 살려 달라고 외치는 절박한 사람들인지 인물들을 보는 것입니다. 인물들은 주제를 파악하는 힌트가 될 것입니다. 디르크 보우스 Dieric Bouts의 한 작품입니다. 예수와 마리아 얼굴에 눈물이 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디르크 보우쓰 <예수와 마리아> 1470-1475 36.8x27.8cm ⓒNational Gallery London 소장


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두뇌는 눈에 보는 것을 입력하면서 의미를 생각, 기억하는 과정을 한다고 합니다. 내 앞에 작품이 지금 어떤 의미인지 정답을 몰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뇌는 이해하려고 예술 작품 속에 있는 모든 단서들을 흡수하고 있는 중입니다. 작품을 이해하는 과정은 단지 느리고 시간이 걸립뿐입니다.




See 살펴보세요


어떻게 작가는 이렇게 했을까? 이제 의도를 가지고 좀 더 살펴보기를 해봅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그림 속에 있는 사물들을 떼어서 찾아보는 것입니다.


소재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군대와 총을 든 사람들이 있다면 역사적인 사건이겠지요. 비너스와 사랑의 큐피드가 나온다면 신화와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소재를 선택했는지 보는 것입니다. 역사적 사건인지, 신화인지, 종교적 사건인지 소재를 보면 의미에 한층 더 다가갈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게르니카>를 봅니다. 소머리와 여성의 머리 잘린 팔들을 하나씩 찾아보게 됩니다. 머리와 팔다리는 어디로 연결된 것일까? 왼쪽 여성을 울며 죽은 아이를 안고 있구나. 잘린 몸 조각들이 게르니카의 전제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전쟁. 전쟁의 슬픔을 표현함으로 해서 전쟁에 반대하는 강력한 의미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구성

안정감을 주는가. 반복되는 리듬감을 주는가? 기하학적 느낌, 혼란스러운 느낌, 수평과 수직을 많이 사용했는지 봅니다.  선, 모양, 색, 그 어떤 것들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되고 있나요?

(좌) 잭슨 폴록<가을의 리듬(넘버30) 1950ⓒMetropolitan MuseumofArts (우) 몬드리안 <브로드웨이 우기부기>1942-1943 ⓒMOMA



움직임 묘사

움직이는 것을 표현했나요? 인체를 묘사했다면 어떻게 했나요? 계단을 내려오는 여자를 뒤샹과 게르하르트 리히더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색과 빛

색과 빛이 어떻게 사용했는지 봅니다. 이 두 가지를 극적으로 대비시킨 회화 일 수도 있습니다. 빛을 사용해 따뜻함을 전체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상징적으로 삶과 죽음을 말할 수도 있겠지요. 조르주 드 라 투르의 등불 아래 앉아있는 마리아 막달레나입니다. 라 투르는 빛을 사용한 천재적인 화가였습니다.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로 나타냈습니다.

조르주 드라 투르 <회개하는 막달레나> 1635-1637


공간과 풍경

공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봅니다. 원근법을 사용했는지 또는 원근법을 무시했는지. 예를 들면, 중세 종교 회화를 본다면 인물을 납작한 평면으로 그려 원근법을 무시했습니다. 왜냐고요? 신은 위대하기 때문에 신을 제외한 모든 사물과 인간은 2차원 평면으로 그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 시대로 넘어오면 인간성의 재발견이라는 분위기로 3차원 원근법을 꽃피운 작품들 탄생합니다. 반대로 원근법을 무시한 시대는 세잔의 사과 이후라고 생각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잔의 사과를 보고 수많은 근대 화가들이 원근법을 무시한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피카소, 마티즈의 작품들을 떠올리면 힌트가 될 것입니다.

(좌) 마인데르트 호베마 <The Avenue at Middelharnis> 1689 (우) 세잔 <Compotier, Glass and Apples> 1880 ⓒwikiart




Think 생각해보기



작가는 이 작품을 만들 때 무엇을 봤을까? 어떤 감정으로 만들었을까? 왜 이 작품을 만들었을까? 이 작품 속 이야기를 듣는 다면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예술가들은 자신이 어떤 것을 본 순간, 그 순간의 감정. 그것이 가족을 잃은 슬픔일 수도 있고, 사랑을 떠나보낸 시련의 아픔일 수도 있습니다. 혼란한 시대 흐름 속에서 살아온 삶의 경험. 과거의 어떤 기억들을 담기 위한 또는 초월하기 위한 작업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고대 작품들의 경우는 종교를 기반으로 둔 것이 많을 것이고, 근대 이후로 와서는 예술가의 개인적 삶과 시대 흐름에 따라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어떤 예술가는 뒤샹처럼 미술사의 물줄기를 바꾸기 위한 새로운 시도. 그 이전의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을 시도 한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작품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 작품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이 작품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그리고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내가 한 문장으로 이것을 말해 볼 수 있다면? 그렇게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에 따라 말해보면 됩니다. 감정은 작품을 해석하는 좋은 길잡이입니다. 어떤 작품도 한 가지 해석은 없습니다. 한 작품을 놓고도 미술 비평가마다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 모든 작품은 세상의 일부이고, 삶의 한 부분입니다. 과거와 현재 삶을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듯이 다양한 해석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품의 그 무엇에 관해 해석해 보세요. 그것이 좋은 작품 관찰하기입니다.



처음에 눈으로 봤던 것, 두 번째 자세히 살펴봤던 것들을 생각하며 되짚어봅니다. 이 과정이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술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작품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이해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 나름대로 창의적으로 접근해보는 것입니다.





참고 문헌

Terry Barrett Criticising Art: Understading the Contemporary, Mountain View, California, Mayfield publing compay,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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