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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진 May 11. 2020

느끼세요

감정 Emotion

'그 노래 듣고 울었어. 가사가 내 이야기.' 무엇인가가 감동을 주는 시간을 과학적으로 잴 수 있다면, 음악이 가장 빠를 듯합니다.


흰 종 까만 글씨만 널려진 소설. 문학은 책과 마주해야 하는 행위와 시간을 요구합니다. 한승원의 <추사>에서 정약용이 유배 가는 길. 먼발치에서 동생과 서로 손을 흔드는 장면을 읽으며 뭉클한 감정을 느끼기까지 첫 페이지부터 한 장 한 장을 다 지나와야 합니다. 시는 음악처럼 읽는 동시에 바로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 몇 번을 다시 읽어야 감동이 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예술작품은 어떨까요? 영화 자막이 올라가고 극장을 나오면서 눈물을 훔치듯, 미술 전시장을 나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바로 튀어나오는 '감동받았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음악, 문학보다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갑니다. 예술가에 대해 몰라도 우리는 갑니다. 톨스토이는 단어로 생각을 전달하고, 감정은 예술을 통해 전달된다고 했습니다. 예술은 표현된 감정을 타인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술은 손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가 경험한 감정의 전달이다. - 레오 톨스토이 -


들라크루아 <Orphan Girl at the Cemetery> 1823-1824캔버스에 유화66x54cm루브르 소장ⓒwikioo.org


전시회를 둘러보다 어떤 작품 앞에 발길이 멈춰 섭니다. 마크 로스코는 말합니다. "사람들이 내 작품 앞에서 울음을 터트린다. 나는 사람들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을 소통." 감정은 세상을 이해하고 작품을 해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순수 미술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를 보면 미 Beauty를 추구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순수 미. 아름다움이란? 시각적으로 보이는 미적 감각을 즐기는 것. 미는 감정적 반응을 일으킵니다. 순수미술은 미의 표현이지요. 그렇지만 예술이 꼭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  감정을 일으키지 않는 작품도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조각들을 본다면 역사적 관점에서 볼 것입니다. 이집트 조각들삶과 죽음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는 불편한 감정을 주기도 합니다. 불쾌감과 거부감도 일종의 감정일 것입니다. 여러 가지 감정이나 느낌. 그것이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이겠지요.


(좌) 마티즈 <댄스 II> 1909-1910 (우) 로이 리히텐슈타인 <Frighten Girl> 1966ⓒwikioo.org


감정은 어디서 시작할까?


예술가들도 우리처럼 일상생활을 합니다. 그 시간 속에서 출발합니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작가는 어떤 감정을 선택했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수 있습니다.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샤갈의 그림은 행복한 남녀의 시간이 느껴지고, 그랜트 우드의 남녀는 금욕적이고 절제된 감정이 느껴집니다.

(좌) 샤갈 <산책 The Promenade>1917 (우) 그랜트 우드 <American Gothic>1930ⓒwikioo.org

혹은 미리 계획된 감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잭슨 폴록처럼 붓을 들고 몸을 움직이며 즉흥적 감정으로 완성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잭슨 폴록<가을의 리듬> 2014 캔버스 유화 526x266.7cm 매트로폴리탄미술관소장 ⓒwikioo.org


어떻게 감정을 전달할까?


음악에는 멜로디와 가사가 있고, 문학에는 수려한 문체가 있습니다. 미술은 색, 선, 빛, 원근법, 굵은 붓 터치, 섬세한 묘사 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좌) 피카소 <The Weeping Woman> 1937 (우) 샤갈 <Birthday> 1915 ⓒwikioo.org

피카소의 울고 있는 여인입니다. 정리되지 않는 듯, 들쑥날쑥 각진 선들이 그녀의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강조합니다. 반면에 샤갈의 여인은 방금 꽃다발을 선물 받은 듯 행복함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나타냈습니다. 몸, 손, 다리들이 어떤 포즈를 하는지는 감정을 읽는 힌트입니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공감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물에 대한 우리의 감정도 전달합니다.


고흐 <씨 뿌리는 사람> 1888 64x80.5cmⓒwikioo.org

태양을 보고 느끼는 강렬함을 고흐는 씨 뿌리는 사람에 담았습니다. 라벤더 블루로 넓은 밭을 표현했습니다. 라벤더 블루는 굵고 강한 붓 터치로 디테일이 섬세하지 않지만, 노란 태양의 강렬함을 부각해주고 있습니다.


윈슬로 호먼<The Life Line> 1884  ⓒwikioo.org

윈슬로 호먼은 거친 파도 위에서 극적으로 구하는 여인을 표현했습니다. 우리의 시선은 그림의 가운데 여인의 빨간 스카로 향합니다.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날아갈 듯 불안합니다. 축 늘어뜨린 여인의 목과 팔 역시 긴장감을 줍니다. 파도의 선을 따라 시선은 이동합니다. 거대한 바위처럼 있는 파도의 굵고 단단해 보이는 선은 그녀의 몸을 더 연약한 모습으로 대비시킵니다. 어떤 감정이 느껴지시나요?

터너 <Snow Storm: Steam-Boat off a Harbour's Mouth> 1842 ⓒwikioo.org

눈보라 치는 폭풍 속에 떠 있는 배 한 척. 터너는 눈보라 속의 증기선을 표현했습니다. 눈보라와 빛, 증기선의 연한 갈색 연기, 파도가 보입니다. 세부적인 묘사는 아니지만 극적인 느낌을 줍니다. 강하게 그어진 붓 터치는 휘날리는 빗속처럼 보이게 합니다. 파도의 모양은 선명하지 않아 눈보라의 색깔과 어우러져있습니다. 작고 검은 배 한 척을 뭉개듯 표현해 폭풍 속 불안한 듯 떠있습니다.


감정에 의해 사물을 분류하는 것은 단지 색과 선으로 분류하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우리의 감정을 읽는 것과 작품을 읽는 것은 분리할 수 없는 과정입니다. Israel cheffler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지가 없는 감정은 장님과 같고, 감정이 없는 인지는 무의미하다." 감정은 해석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그 감정들은 언어로 충분히 표현되면 좋겠지요. 작품 안에 무엇이 있나,  무엇을 느꼈는가를 연결 지어 보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감정에서
시작하지 않은 예술 작품은
예술이 아니다.  
 
 - 세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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