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어린 시절 장래희망은 ‘회사원’이었습니다. 시골 동네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주위 어른들의 직업은 농업, 어업 등 1차 산업이었습니다. 소년의 눈에 비친 TV 속 샐러리맨은 깨끗하고, 세련된 이미지였기에 회사원이 된다는 것이 곧 인생의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뜻한 대로 사무직 회사원이 되었지만, 그 뿌듯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기능직에 비해 초봉이 조금 더 높았지만,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기능직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연대하여 지속적인 임금인상과 정년을 보장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 때문에 사무직에서 기능직으로 전환을 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사무직이 홀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지식 정보의 확대, 경직적인 임금체계, 경영자와 연대 의식 등 때문입니다.
1)지식 정보의 확대
농경사회에서 지식에 대한 학습은 인생의 즐거움 차원에서 논의되었습니다.
논어의 학이편에 공자가 설파한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면 불역열호(不亦說乎),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지식은 즐거움의 대상이었지요.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지식의 반감기’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 중 일터에서 활용하는 것이 많지 않고, 작년에 익힌 새로운 지식도 올해에 맞지 않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이 더 지나면 결국 아무 쓸모가 없어집니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라는 책에서 불필요한(obsolete) 지식(knowledge)을 의미하는 obsoledge(obsolete+knowledge)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서 기존 지식이 급속도로 불필요하고 무용해지는 미래 사회가 도래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학이시습지’를 외웠던 사무직, 인문계에 먼저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무직도 역량을 개발하여 전문분야를 확장한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일반 사무’만 담당하는 경우에는 보다 저렴한 인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2)경직적인 직급·임금체계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를 연공급, 성과연봉제 등 다양하게 부르고 있지만, 저자는 ‘직급급’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사원으로 입사하여 3~4년마다 승진을 하게 되면 해당 직급을 기준으로 임금이 책정되기 때문입니다. ‘직급 = 임금’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연차가 늘어남에 따라 부장까지는 승진할 수 있는데,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기술직은 임원 승진이나 관계사 근무 등 다양한 경력 경로가 있고, 기능직은 직급과 무관하게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만, 입사 초기 승승장구하던 사무직은 40대 후반 이후에는 설 자리가 마땅치 않습니다.
3)경영자와 연대 의식
사무직 중 중간관리자 이상은 경영자 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법상 사용자의 범위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노동자이지만, 사용자로서 일하다 보니 누구보다 회사의 입장을 잘 이해합니다. 설사 본인이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개인차원의 문제로 치부하고, 이의 제기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사무직에 대해 상시적으로 인적 구조조정을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무직 노동자들도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고용안정과 인사평가제도 개선을 요구하면서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 활동 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은 이모작이다’라는 생각으로 준비 없이 낯선 분야에 뛰어들다가는 ‘임금은 반타작’될 가능성이 큽니다. 변화는 필요하지만 본인의 주된 업종 및 직종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재 사무직 노동자가 ‘고직급 → 고임금 → 위로금 → 조기 퇴사’ 전철을 20년간 거쳐왔다면 이제는 ‘직급/임금 조정 → 경력개발 → 정년퇴직’으로 30년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