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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Dec 17. 2019

마음 작명소 : 낯설음

서울의 첫인상



2월의 바람은 서울을 낯설게 만든다. 같은 겨울바람이지만 12월~3월초의 바람과는 조금 다르다. 나쁘거나 좋거나 하는 차원은 아니다. 설레거나 우울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약간의 긴장감에 가깝다. 발이 공중에 붕 뜬 어색하고 애매한 기분.  


특히 아침 출근길에 맞는 바람이 그렇다. <새로운 시작>의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1월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2월이 되면 그제서야 '아 해가 바뀌었구나' 라는 게 실감난다. 하루를 <새로> 시작하는 아침 출근길에 2월의 겨울바람을 맞으면 이 공간이 새롭게, 그래서 낯설게 느껴진다.



2월의 바람을 맞으며 <낯설다>라고 느낄 때 내가 떠올리는 장면은 2007년 2월 연대앞 버스정류장이다. 신입생 오티 일정이 끝나고 부산에 돌아가기 위해 그날 새벽 연대앞 버스정류장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낯설어서 버스정류장에 있던 사람에게 "서울역 가려면 이 방향에서 타면 돼요?"라고고 묻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750이나 751타면 된다"고 말해줘서 한참을 초조하게 기다렸던 기억. 그때 푸르스름하게 안개가 꼈던 연대 정문과 신촌, 뼛속까지 시리던 칼바람. 새로 시작하는 대학생활은 하나도 설레지 않았다. 이토록 넓고 복잡한 도시에 나 혼자 서 있다는 두려움과 우울만 가득했더랬다. 그저 얼른 도망치고 싶어 덜덜 떨며 버스를 기다리던 그때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문득 주변을 돌아보면 지금의 서울도 2007년의 서울처럼 생경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2월의 겨울바람이 나를 긴장시키는 게 신기하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가 된 기분이다. 뭐.. 올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매일매일이 인생초짜라는 점에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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