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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Nov 15. 2019

영국 런던 근교 여행 :1

Hogwarts will always be there

                                                                                     

킹스크로스역 9와4분의3 승강장. 줄을 서던 한 꼬맹이가 "나는 커서 스네이프가 될거야!"라고 말해서 조금 웃었다.


14살때 시작해서 25살에 모든 시리즈가 끝났다. 근 10년간 한 편 한 편 다 볼 때마다 마법세계에 푹 빠져서, 현실로 돌아오면 나도 모르게 창밖을 보며 부엉이가 호그와트 입학허가장을 들고오진 않을지(호그와트는 영국 국적생만 갈 수 있다), 난 꼭 래번클로나 후플푸프 가야지, 마법약 수업 재밌겠다... 이런 망상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던 내가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킹스크로스역으로 건 것은 너무나 빤한 일이었다.


원하는 기숙사 목도리를 골라 두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래번클로를 하고 싶었지만 상징적으로 그리핀도르 목도리를 둘렀다. 


스크로스역 9와4분의3승강장은 아마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열차 플랫폼일 것이다. 실제로는 9~11 승강장 근처에 사진처럼 꾸며져 있다. 여기만 줄이 바글바글하다. 안내원들은 대기자들에게 해리포터 퀴즈를 내며 '온갖 맛이 다 나는 강낭콩 모양의 젤리'를 나눠준다. 나는 '누가 벨라트릭스를 죽였는가' 라는 질문의 답을 맞추고 라즈베리맛 젤리를 얻어먹었다. 그렇게 기다리다 순서가 오면 역무원이 원하는 기숙사 목도리를 둘러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사진을 찍고 나면 바로 기념품 샵으로 연결된다. 아주 예쁘지만 너무나도 비싼 기념품들을 보고 나면 '방금 찍은 사진 인화할래?' 라고 묻는다. 그들이 찍어준 사진을 사는 거보다 다른 대기자에게 폰을 맡기고 사진을 부탁하는 게 더 낫긴 하지만 기념 삼아 살 법하다. (나는 후회했다.) 


빅토리아 역에서 두 시간 정도 가면 워너브라더스의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갈 수 있다. 


스크로스역에서 사진을 찍고 빅토리아역으로 가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행 버스를 탔다. 유니버셜 해리포터 어트랙션도 아니고 영화세트장과 소품을 전시해놓은 게 뭐 얼마나 재밌을까, 했는데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 들리는 해리포터 오프닝곡에 맘이 저려오면서 이미 나는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 생각보다 엄청 신나고 재밌었다. 중간중간에 실제 영화에 참여한 아트 디렉터가 어떻게 이 디자인이 나왔고, 무엇을 목표로 이런 설계를 했는지 세심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해리포터>라는 하나의 세계를 건설하는데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는 새삼스런 사실에 뭉클하기도 하고. 어쨌든 그 세계관을 창조한 조앤롤링은 도대체 어찌하여 이런 글을 썼을까? 싶기도 했다. 

래번클로 기숙사의 교복과 상징.
호그와트의 움직이는 다리와 초상화. 


위즐리네 집. 
비밀의 숲의 거대한 아라고그가 있다. 실제로도 어마어마하게 커서 꽤 징그러웠다. 
버터 맥주 안마셔 볼 수 없죠. 진짜 넘나 맛있다. 위에 올라간 크림이 약간 버터맛인데, 달짝지근하다.
해리포터가 불행한, 하지만 안전한 유년기를 보낸 프리벳가.
호그와트에서 온 편지가 집안에 휘날린다.
센스넘치는 귀여운 영국 꼬맹이들. 
다이애건 앨리.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도 있고, 위즐리 형제의 장난감 가게도 있다.
영화에 참여한 아트디렉터가 세트 콘셉트를 설명해준다. 


3시간 가량 실컷 놀다가 나오니 신비한동물사전 프로모션을 하더라. 뉴트♡_♡ 비록 해리포터는 끝났지만, 또 몇년간은 신비한동물사전 시리즈로 마법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게 넘나 신나고 안심되는 것이다.


호그와트 전경. 나도 다니고 싶어, 호그와트...
지팡이 가게. 하나 사고 싶었는데, 인간적으로 너무나도 비싸서 아쉬웠다.


2011년인가, 책 출간은 물론 영화 시리즈까지 다 끝나고 나니 한동안 헛헛한 마음에 울적했더랬다. 생각해보면 호그와트는 언제나 나의 훌륭한 현실도피처, 망상의 공간이었다. 그 도피처로 숨어들어가 망상을 해야만 견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이제는 호그와트를 떠올리는 일이 많지 않지만, 역시 호그와트와 마법세계가 언제나 여기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행복해진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나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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