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산 같았던 책
나의 한 시절을 엮어낸 첫 번째 책 <나는 오늘 우산이 없어 온 마음이 젖었다>에 ‘나의 우산 같았던 책’이라는 리뷰가 달렸다. 짧은 리뷰가 내 여린 손목을 잡고 다시 그 시절로 데려다주었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마주하던 시절, 나는 슬픈 영화, 문학, 음악을 닥치는 대로 흡수했다. 나조차 안쓰러울 정도로 매일매일을 슬픔에 자신을 노출시켰다. 언젠가 어느 곳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가 슬플 때 오히려 슬픔이 슬픔을 위로할 수 있다 라는 글. 나는 슬픔 속에서 슬픔을 보고, 읽고, 들으며 괜찮아 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괜찮아 너만 그런 게 아니야.”
'힘내'라는 말 백 번보다 '괜찮아'라는 한 번의 말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괜찮아요 우리 모두가 언젠가 슬펐고, 또 언젠가 슬플 겁니다. 그러니 당신만 그런 게 아니에요.”라는 말을 아무도 해주지 않아 나는 그렇게도 악착같이 세상에 있는 슬픔을 곁에 두며 나를 위로했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린다. 모두 저마다 우산 하나씩 가지고 살아가기를. 때로는 누군가에게 내어줄 수 있는 혹은 누군가 나에게 내어줄 수도 있는 그런 우산. 우산 하나 내어주는 법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에게서 배웠다. 이 빗속에 우리가 더는 슬프지 않기를.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눈물 흘리는 당신이 없기를. 그런 당신에게 누군가는 우산 하나 내밀 수 있는 세상이기를.
‘나의 우산 같았던 책’이라는 당신의 감사한 마음이 오늘 나에게 우산이 되어준 것처럼 오늘 써 내려간 나의 마음도 언젠가 수많은 당신 중 한 명에게 한 번쯤은 우산이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