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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May 29. 2023

진정 타인도 생명을 존중하나요?

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

 2022년도 대한민국 건설회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안전'이었다. 물론 그전에도 '안전'은 건설현장에서 매우 중시 여기는 가치이기는 했으나,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일명 중처법)이 본격적으로 발효되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원청 건설회사의 대표이사가 안전사고에 대한 형사상의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건설회사는 바짝 긴장을 했다. 다소 법리적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평이 있으나, 그래도 정부에서 작심하고 만든 제도인만큼 시범 케이스에는 걸리면 안 된다 라는 여론도 있었고, 특정 현장의 안전사고로 인해 회사 대표이사가 감옥에 갈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그 압박감으로 인해 일부 현장소장님들은 신경 안정제까지 먹으며 근무를 할 정도여다.


 그 결과 안전관리 인력들이 대폭 충원되고 있고, 충원되는 인력도 예전에는 대부분 비정규직이었으나, 최근에는 정규직 채용비율이 급상승했다. 또한 예전에는 법적으로 정해진 최소 금액을 안전관리 업무에 집행했으나, 이제는 그 이상이라도 필요할 경우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그리고 비용뿐 아니라 안전관리를 위한 업무에 시간도 많이 투자한다. 이처럼 건설회사와 또 각 건설현장 내에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 현장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한다. 왜 그런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현재 안전관리 시스템은 처벌방지에 포커싱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근로자의 생명 그 자체를 존중해서라기보다는 안전사고 발생 시 치러야 할 대가가 크기 때문에 사고를 방지하는 격이다. 어찌 보면 비슷한 내용이고, 결론은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니 같은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도 있겠지만, 둘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혼나지 않기 위해 공부하는 아이와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은 성장의 한계가 다른 것처럼, 이제는 안전관리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이제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인 '생명'이라는 가치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생명에는 존엄이 없다는 기본 전제를 잘 인지하고, 현장의 노동자와 회사의 임직원 모두의 생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먼지가 자욱한 작업환경,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강도 높은 야근,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등 다방면으로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제 부상자나 건강상 문제가 생긴 근로자들을 향한 회사의 대응에도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라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동시에 회사 직원들 대상으로 생명존엄을 인지하기 위한 호스피스 병동, 베이비박스 봉사활동도 기업문화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개별 회사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 수준 향상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건설사 입장에서 위의 사항들에 집중하게 되면, 공사기간도 길어지고 생산성도 일부 낮아지게 되니, 소비자 입장에서 건물 구입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증가할 것이다. 근로자의 안전확보를 위한 증가비용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생명존중의 사회적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서서히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제 본격적인 패러다임 변화의 기회가 온 것이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명대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Whoever saves one life saves the world ent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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