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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Mar 22. 2024

아이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것은?

2020년 3월은 특별한 해였다. 첫째 자녀인 J가 초등학교의 입학하는 해였다.  2020년 1월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되어, 확진자들의 동선이 수시로 알람이 오던 때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축하하는 입학식은 없었다. 백신을 개발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다라는 소문도, 또 앞으로는 평생 마스크를 쓰고 다닐 수도 있다는 말도, 코로나뿐 아니라 이런 전염성 질병은 계속 창궐할 것이라는 뉴스도 많이 흘러나오던 때였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운 J를 보며,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 필요한 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또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유전자에 남아 아이에게 전달된 것은 무엇일까? 이런 부류의 생각들로 흘러갔다.


몇 가지가 있었지만, 추리고 추리고 하다 보니 바로 ‘호기심’이란 단어가 남았다.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인지한 것은 모 회사의 사보에 실린 글을 통해서였다. 당시 부모님이 새롭게 입사한 회사의 사보에서 부모님을 소개한 글이었다. 정확한 질문과 답변이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의 내용은 이랬다.


“취미는 무엇인가요? ”

“ 저는 모든 사물이나 현상을 호기심을 갖고 바라봅니다. 그래서 등산을 좋아합니다. 운동도 될 뿐만 아니라 산에 가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한 겨울에 메말라 있던 나무들이 봄이 되면 새 싹을 틔우고, 또 꽃도 피고, 풀벌레나 새들도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그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을 보면, 호기심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당시 그 글을 읽고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 역시도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데 큰 흥미가 있다. 대학 때도 리포트 쓸 때 거의 다른 사례를 찾아보지 않고 내 방식대로 써 갔으며, 입사한 후에도 주어진 업무를 하기보다는 먼저 제안해서 새롭게 진행하던 일들을 주로 했다. 어떤 이들은 부서 이동을 꺼리는 직원들도 있는데, 15년 동안 벌써 5번째 부서에서 근무 중인 것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큰 역할을 했다. 입사 후 처음 부서배치받은 곳은 인천 송도의 국제업무지구의 공사 진행 현황을 관리하는 부서였다. 업무 특성상 건설 중인 현장에 출장 갈 일이 많았다. 회의를 마치고 현장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현장에서 근무하고 싶은 바람이 생겨 부서장에게 건의하여 송도의 트라이볼 현장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트라이볼이라는 건물이 기술적 난도가 높았던 탓에 본사에 있는 기술팀과 협업을 할 일이 많았다. 그때 일정관리 분야가 있고, 계약이 까다롭고 클레임이 많은 해외 건설현장에서는 필수적인 포지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준공될 시점에 아는 선배를 통해 소개 소개받아 그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 후에도 이런 식으로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부서 이동을 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건 여간 귀찮고, 또 적응 시 스트레스도 있지만, 매너리즘에 쉽게 빠지지 않고 비교적 활기찬 삶을 영위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만약 내 의지대로 내가 가진 것 중 선택하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하면, 이 '호기심'을 전해주고 싶다.


 호기심이야 일상 전반에서 작동하는 심리일 텐데, 나의 경우 캠핑을 할 때 더욱 극대화된다. 먼저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다 보니, 자연을 좀 더 가까이서 보며 그 생명력에 대한 호기심이 커진다. 아이들이랑 캠핑을 가서 산이나 바다, 강을 걷다 보면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한다. '어 이거 처음 보는 건데 뭐지?', '아 이거 그때 책에서 본 건데, 이거 근데 우리나라에 안 산다고 했는데?', '왠지 이 돌을 들면, 여기 뭐 있을 것 같은데 들어볼까?', '여기로 한번 가볼까?', '저기 가면 뭐가 있을까?', '이 길로 갈 수 있을까?' 등등 서로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답하는 기회가 늘어난다. 또 평소 같으면 결과가 불분명 한 상황에서 섣불리 시도를 안 하게 되는데, 캠핑에서는  '이거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면 시도해 볼 수 있는 경험도 늘어난다. 캠핑에서는 시간적 여유도 있고 마음의 여유도 있으니 한번 시도했다가 안되면 다시 한번 더 하면 되기에 부담감이 덜하다.


 또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연히 접하는 찰나와 같은 장면들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더운 여름 제주의 한 캠핑장에서는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그늘에서 앉아 잠시 쉬다가, 현무암으로 된 돌담 틈 사이로 자라나는 덩굴 순을 보며 '어떻게 돌에서 이렇게 풀이 나오나' 하며 한참을 신기하다고 바라본 적도 있다. 강원도 평창에서 캠핑을 할 때, 무더운 한 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숲이 울창하고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가 BGM처럼 들리니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만 있어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경험도 새로웠다. 영월의 한 캠핑장에서 밤하늘을 바라봤을 때, 엄청나게 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이렇게 별이 많을 수 있나 서로 감탄하며 사진을 계속 찍었다. 이후 영월에 있는 별마로 천문대를 미리 예약하고, 다시 가서 별자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듣는 좋은 기회로 연결되었다.


아인슈타인이 호기심에 대해 한 말을 끝으로 맺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 이유가 있다. 영원성, 생명, 현실의 놀라운 구조를 숙고하는 사람은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매일 이러한 비밀의 실타래를 한 가닥씩 푸는 것으로 족하다. 신성한 호기심을 절대 잃지 말라.(The important thing is not to stop questioning. Curiosity has its own reason for existing. One cannot help but be in awe when he contemplates the mysteries of eternity, of life, of the marvelous structure of reality. It is enough if one tries merely to comprehend a little of this mystery every day. Never lose a holy curio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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