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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Jun 06. 2024

협력하는 방법은 어디서 배우나?

 '부실공사'가 신문 1면에 오른 적이 몇 번 있다. 2022년 광주 화정동에서 공사 중이던 아파트 외벽이 붕괴되었을 때도 그랬고, 2023년 인천 검단에서 지하주차장 슬라브가 붕괴되었을 때도 그랬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부실시공 보도가 언론에 종종 등장한다. 최근에만 이런 이슈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1994년에는 성수대교가 무너저 3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듬해인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던 적도 있다. 네 사건 모두 부실공사라는 큰 틀 안에 있으나, 그 부실공사의 원인을 보면 차이가 있다. 과거의 발생한 사건들이 경험, 지식 등 총체적인 관리시스템의 부족이 주원인이었다. 그 결과 이후에 건설업 관련 사회적 제도뿐 아니라 건설회사 내부적으로 프로세스 경영을 필두로 회사의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재정비되었다. 관리시스템의 핵심은 조직 간의 R&R을 명확히 하고, 각자 맡은 업무를 잘 처리함으로써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다. 관리 시스템을 만든 초기에는 일부 미흡한 점들이 보완되며, 마치 완벽한 체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미흡한 점은 커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스템에 너무 기댄 채 사람 간의 협업에 소홀하게 되면서, 시스템으로 정의하지 못한 업무에서는 실수나 로스가 발생한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최근 일어난 붕괴 사고의 원인도 바로 시스템에 너무 기댄 것도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구조설계 사무소, 발주자, 시공사 모두 각자의 시스템 내에 주어진 역할에만 집중하고, 과거에 상호 검토했던 상대의 결과물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다 보니, 중간에 발생된 오류를 못 찾아냈고 그것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시스템만으로는 완벽한 협업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다. 프로젝트를 할 때 그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은 매우 중요하다.


 건설회사뿐 아니라, 여럿이서 공동의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 산업에 있어서 협업은 매우 중요한 역량이자 가치다. 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협업의 능력이 더욱 중요한 분야다. 20여 년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스펙이 좋은 사람도 만나고 반대의 경우도 만나서 협업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이 하나 있다. 동료에 대한 선택권이 개인에게 주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만일 '스펙은 좋지 않지만 동료들과 잘 협력하는 사람'과 '스펙은 우수하지만 동료들과 협업능력이 좋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을 고를 수 있다면, 대부분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동료들과 잘 협력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먼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하루 이틀 일하는 사이라면 형식적으로 배려가 있는 척할 수 있겠지만, 2~3년간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함께 할 때는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인지 그러는 척하는 사람인지 판단이 가능하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일종의 희생정신에서 출발한다. 동일한 상황에서 상대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일부 불편함을 감내해야 할 경우가 많다. 또한 협력에 능한 사람들은 또한 여유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라면 먼 미래의 불확실한 성과보다는 빨리 실현할 수 있는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기 마련인데, 상대와 함께 일할 때에는 공동의 이익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누구나 잘 협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할 것인데, 마음으로만 바란다고 해서 다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학습된 행동 양식을 잘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배려나 여유 등 내면적인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내면적인 성품은 학교나 사회에서 학습될 수도 있으나, 대부분 유소년 시절 가정에서 경험하며 형성한 정서가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아이들에게 주어진 경쟁적 과업이 많고, 부모들 역시 맞벌이를 하며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환경에서 아이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갖고 공동의 이익에 집중해야 된다며, 교육뿐 아니라 부모 자신이 전례가 되어 살아가는 것은 참 어렵다. 그보다는 시간에 쫓게 아이들을 다소 거칠 말들로 훈육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일상에서 협업에 대해 자녀들에게 알려줄 만한 기회가 많지 않은데, 캠핑은 그런 측면에서 참 좋은 기회다. 평소 같으면 아침부터 아침식사 할 수 있게 빨리 준비하고, 만들어 놓은 아침 식사를 식탁으로 옮기고 컵을 꺼내 우유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하면, 보통은 바로 하는 일이 없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몇 번을 똑같은 얘길 반복해야 행동에 옮기는 모습을 보며 말이 거칠어지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캠핑장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아침 준비가 좀 늦더라도 시간에 쫓기지 않기 때문에 화 낼 일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시간을 좀 더 주고 협업을 얘기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또한 캠핑장에서는 함께 일하면 그 협업에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고, 또 다음번 캠핑을 위해 필요한 경우 즉각 피드백을 줄 수도 있다. 우리 가족 같은 경우,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될 때쯤부터는 캠핑장에 도착하면 테이블 세팅, 의자 세팅, 타프 조립 등의 역할을 주었다. 또 캠핑장에 있는 동안에도 식기 정리, 매점 심부름 등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발굴하여 함께 일 할 수 있도록 했다. 함께 일할 때 그 결과가 좋을 수도 혹은 나쁠 수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빠르게 대안을 찾고 만드는 과정에서 시너지가 더욱 강해지게 되었다.


 핵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 사회는 앞으로도 더 개인화되어 가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협업능력은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캠핑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협업의 정서를 심어 줄 프로그램이 있다면 각 가정의 여건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여 꼭 아이들에게 전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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