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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Jul 04. 2024

서먹하지만 가까워지고픈 사람이 있나요?

 학창 시절 새 학기의 첫날의 느낌이 기억나는가? 약간의 서먹함이 감돌던 시간이었다. 새로 들어간 교실에 원래 알고 있던 친구가 있지 않더라도, 간간이 동네에서 오가며 만났던 낯익은 아이도 있고, 애초에 처음 본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도 낯설었지만 그 낯섦이 부담이라기보다는 궁금함에 가까웠다. 일 년을 이 선생님 또는 친구들과 어떻게 지낼까라고 특별히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런 환경이 어려운 숙제나 또는 부담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실제로 지내다 보면 며칠 정도 지나면 낯설었던 교우가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되기도 했다. 비슷한 환경 속에서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며 자라났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친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거나 혹은 어울리지 못한 친구들은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에게 고민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 한 이후에는 다소 변화가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친구들은 먼저 말투부터 달랐다. 제수나 삼수를 해서 온 학생들도 있기에 같은 학년이지만 나이도 달랐다. 또한 온종일 똑같은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매 시간마다 강의실도 바뀌고 그때그때 마다 자리에 앉은 학생들도 바뀌었다. 그래서 청소년기 학창 시절과는 사뭇 달리, 특별한 노력 없이 자연스레 친구가 되긴 한결 어려워졌다. 게다가 굳이 학교에 친구가 없더라도 중고등학교 시절만큼 누군가가 걱정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기에, 본인만 불편하지 않다면 굳이 인간관계를 넓혀나갈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회사에서는 상황이 또 한 번 바뀐다. 회사는 대학에 비해 더 다양한 계층이 함께 존재한다. 학창 시절에는 그래도 2~3년 터울의 동기나 선후배들과 함께 했다면, 이제는 20~30년 차이나는 동료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 추가로 소속된 회사 내에서 뿐 아니라 거래처나 외부 관계사들까지 합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 갑작스레 늘어난 인간관계는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때도 많다. '일이 힘들진 않지만, 사람 때문에 힘들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피상적 인간관계에 피로감이 생겨서, 불필요한 만남을 줄이고 인간관계를 정리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대신 그렇게 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회성이 부족하다' 혹은 '개인주의적이다' 등의 표현으로 조직생활에 다소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다시 받게 된다.


 또한 회사를 다니며,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면 거기서 파생되는 관계들도 매우 많다. 자녀의 선생님, 자녀 친구, 또 그들의 부모 등 새로운 관계를 지속적으로 요구받는다. 그 관계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적정한 거리를 둘진 본인의 판단이지만, 마냥 본인 위주로 판단하긴 어렵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불편할 수 도 있지만,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하고 살기는 어렵다. 즉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인 관계를 의도적으로 줄이기가 어렵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피상적인 관계를 지속하거나, 혹은 피상적인 관계를 좀 더 깊은 관계로 발전시키는 옵션이 있다. 물론 그 선택은 상대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텐데, 나의 경우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과 유사한 맥락에서, 되도록이면 좀 더 깊은 관계로 발전시키길 선호한다.


 서로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해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캠핑도 서로의 관계를 한 단계 올리기에 좋은 도구다. 캠핑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서로의 친밀도를 높이기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어두컴컴한 밤에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으면 자연스레 상대에게 시선과 귀가 집중된다. 간혹 들리는 나무 타는 소리가 목소리에 더 해 지면서, 더욱 집중도를 높인다. 어두운 배경 덕에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귀가의 부담이 없으니 시계도 보지 않고 얘기를 쭉 이어갈 수 있다. 빗장을 걸어 잠겄던 마음도 이런 환경에서는 자연스레 풀릴 확률이 높다.


 실제 개인적으로 캠핑을 통해 매우 가까워진 지인들이 몇 있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황에서 캠핑을 몇 번가게 되었는데, 화창한 제주도에서 나지막한 현무암 돌담 앞에 타프를 치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함께 식사하고 대화했던 순간에 대한 추억이 지금도 서로를 가깝게 해 준 하나의 주요한 이벤트로 얘기하고 있다. 아직은 서먹하지만 좀 가까워지고 싶은 대상이 있는가? 그렇다면 캠핑을 제안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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