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뭐 했어?"
- "아 캠핑 다녀왔어."
- "아, 아직 애들 어리지 않나? 애들 챙겨서 나가려면 힘들지 않아?"
- "어 힘들지. 그래도 우리 애가 좋아하니까......"
주중에도 이미 많은 육체적 피로가 쌓여있지만, 주말에도 집에서 푹 쉬지 못하고 캠핑을 포함한 야외 활동을 하는 부모들이 많다. 저출산시대이지만 캠핑장에 가보면 아이들과 함께한 부모님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캠핑장에서는 고객만족을 위해 아이들 놀이시설을 만들어 둔다. 방방이(트렌플린)는 일반적이고 요즘에는 워터슬라이드를 포함한 수영장이나 눈썰매장까지 만들어둔 캠핑장도 제법 많다. 캠핑에 따라나선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지만, 캠핑 가기 위해 준비하고 또 돌아가서 정리해야 하는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고된 형태의 여행이다. 그냥 리조트나 호텔에 가면 옷만 싸가면 되는데, 캠핑은 잠잘 곳도 먹을 것도 다 챙겨가야 한다. 간혹 캠핑 커뮤니티에 짐을 싸보니 차에 안 들어가서 다 못 가지고 갔다는 글, 혹은 결국 차를 바꿨다는 초보 캠퍼들의 에피소드가 올라오곤 한다. 짐만 그런 건 아니다. 캠핑장에 도착해서 기구류를 세팅하고 음식 차리고 먹고 치우고, 그리고 아무리 고급스러운 장비가 있더라도 집 안방 침대보다 편할 수 없는데, 그런 환경에서 잠을 자며 지내는 것은 정말 사서 하는 고생이다. 그래도 캠핑 마지막날 늘 아쉬워하는 아이들, 그리고 돌아와서도 한참 동안 예전에 했던 캠핑장의 추억을 얘기하며 즐거워하는 자녀들을 보며 부모는 희생을 기꺼이 감내한다. 희생이라고 생각지도 않고.
비단 부모의 희생이 캠핑으로만 대변되겠는가. 생각해 보면 삶의 많은 부분에서 그렇다. 10개월간 배속에서 정성스레 돌보고, 세상 어느 고통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산고를 거쳐 아이에게 세상의 빛을 보여주고, 본인의 단잠을 뒤로 한채 아이의 배고픔과 불편함을 달래 주고, 또 걷기 시작하면 다칠까 봐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고, 자녀가 장성하여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제일 좋은 것을 주려고 늘 애쓰는 것이 보통의 부모의 삶이다. 이렇게 아낌없이 퍼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사랑이라는 두 글자로 표현 가능한가? 우리 사회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범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뭔가 덧붙일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사랑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어떤 관계가 떠오르나? 대부분 연인 혹은 부부간의 사랑일 것이다. 또 연인 간의 사랑의 결실은 결혼이다. 결혼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20~30여 년 혹은 그 이상 살아가며 획득한 자신의 삶의 모든 노하우를 총동원하여,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고르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맹세까지 하는 것이 결혼이다. 이는 삶의 전 영역을 통틀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고 노력의 결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노력과 다짐을 한 부부의 사랑도 그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누군가의 자녀가 된 다는 것은 자녀의 어떠한 노력이나 의지 없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로부터 아무 조건 없이 큰 베풂을 받는다는 것. 그것도 부모가 평생을 거쳐 자녀에게 주는 관심과 마음은 부부의 사랑에 비해서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래서 이제 막 결혼을 하는 지인들이 있다면 꼭 자녀 출산을 권유한다. 물론 자녀를 키우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저출산 사회가 되었겠지만, 그래도 세상을 살아갈 때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거의 유일한 길로 보인다.
미국의 사회학자였던 헨리 위드 비처 (Henry Ward Beecher) 명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가 부모가 됐을 때 비로소 부모가 베푸는 사랑의 고마움이 어떤 것인지 절실히 깨달을 수 있다.
We never know the love of our parents for us till we have become par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