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간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산다.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이 평당 4천만 원을 넘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국평이라고 부르는 33평 주택 기준으로 보면, 13억 정도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근로자의 소득수준을 감안했을때, 재원 마련 방법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은 수준의 가격이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그 가격을 생각해보자. 집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로 가득 찬 가로 1.8m, 세로 1.8m 정도의 공간이 있다고 하면, 4천만 원을 낭비하고 있는 샘이다. 주위를 둘러보아라, 그런 공간이 없는가? 몇 해전 Netflix에서 'Tiny House'라는 다큐가 나왔는데, 전세계적으로도 급등한 부동산 가격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협소주택(Tiny house)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ttps://www.netflix.com/title/81016914
캠핑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삶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필자의 경우, 4인 식구가 캠핑을 가서 지내는 카라반의 공간은 2.3평 정도다. 작은 화장실, 싱크대까지 포함한 면적이다. 비좁긴 하지만 길게는 일주일까지 이곳에서 4명이 지낸 적도 있다. 물론 불편함은 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그 불편함에 금세 적응된다. 작은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나름의 아이디어가 공간에 녹아있다. 먼저 카라반만 보아도 비어있는 벽이 거의 없다. 벽에 침대도 있고, 선반도 있고, 전자레인지도 달렸고 뿐만 아니라 천장에도 천창과 팬일 달려 있다. 작은 공간을 활용하는 두 번째 아이디어는 변형가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작은 카라반의 경우식탁이 보통 가변형 가구로 들어가 있다. 낮에는 식탁으로 쓰고, 취침 시에 변형하여 침대로 사용하는 형태다. 매번 변형을 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그만큼 공간을 세이브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공간이 좁기 때문에 소요되는 에너지나 수자원도 적게 들어가는 것은 추가적인 인센티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통 하루에 인당 300L가량을 소비한다고 하는데, 카라반에서는 한 30L 정도로 1/10 정도를 사용하고, 간이 작기 때문에 지붕에 달린 태양광 전지판두장으로 필요한 전기를 모두 사용한다.
물론 협소한 공간에서 잠시 머무는 것과 장기간 생활한다는 것은 완전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넓을수록 쾌적하고 편한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한정된 자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환경에서, 무분별하게 남들과 동일한 것을 쫓기보다는 자신 혹은 각 가정에게 최적화된 크기를 생각해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